"대학구조개혁 등 고등교육 정책 재구조화할 필요"

"교수의 위상·권리 높이는 고등교육 정책 고려돼야"
교총, 최대 교원단체로서 고등교육 정책 집중할 계획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톱다운(Top-down) 방식, 관치가 아닌 현장 중심의 아래서부터 위로의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 대학 관련 정책이 진짜 대학의 질을 개선하고, 세계적 수준을 뛰어 넘는 대학을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고등교육 정책 패러다임을 확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 교총) 회장은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 등 고등교육 전반의 정책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 교총은 국내 최대 교원단체로 대학교수 1만 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 회장은 대학 관련 이슈에도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국공립대 교수 성과연봉제,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정책, 시간 강사법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초중고등교육과 고등교육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안회장을 만나 대학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사진=한명섭 기자)

- 최근 대학 관련 이슈 중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는.
“대학구조개혁 평가, 시간 강사법, 국립대 약탈적 성과급적 연봉제, 총장 선출 제도 등 현안이 많다. 아무래도 가장 큰 현안은 대학구조개혁 문제다.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추진의 불가피성은 인정하지만 고등교육 정책은 교육부가 정말 대학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대학 구조개혁은 콘텐츠 중심으로, 전문 직업교육과 학문 아카데미를 어떻게 설정 짓고 가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성이 정립돼야 한다. 학교를 통폐합하고 양적 평가로 대학을 재단하는 것은 대학을 혼돈 속으로 끌고 간다고 진단한다. 2023학년까지 입학정원을 16만 명을 줄이는 것이 대학의 현실과 문제점을 모두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고등교육의 진정한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시킬 것인가라는 궁극적 목표를 가져야 한다.”

- 최근 대학들의 위상, 특히 교수들의 자긍심이 많이 떨어졌다.
“대학 교수들 스스로 교수의 권리를 지키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반면 교육부도 대학의 자율적인 시스템을 조율하려는 톱다운식 관치행정도 문제다. 그 중 하나가 교수제도다. 최근에는 교수 직함 앞에 겸임, 외래 등등 여러 수식어가 붙은 교수가 많이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의 위상은 자연히 약화된다. 시간강사 형태의 보수만 주면서 교수의 혼을 빼앗는 제도다. 한국교총은 교원단체인만큼 초·중·고 교원 외에도 대학교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국국공립대학교교수회연합회와 연대해 국립대 약탈적 성과급적 연봉제 반대 집회 등의 대응을 해왔다. 교총이 전교조 탄생 이후 유초중고 정책 중심이 됐으나 사실 교총은 대학정책의 원류다. 문교부(現 교육부) 시절 교총이 사실상 민간 교육부 역할을 했고, 교총의 전신인 대한교련 때는 2만 명이 넘는 교수회원이 있었다. 한국교육정책연구소의 전신인 중앙교육연구소를 통해 교수들과 교육정책 연구를 선도하며 한국교육을 이끌어왔다. 이런 역사로 볼 때 교총이 지금보다도 고등교육정책에 더 집중해야 할 생각이다.”

- 시간강사법은 또다시 2년 유예됐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 회장으로서 시간강사를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면.
“‘시간강사법’에 대해 대학 시간강사 신분보장 및 처우개선이라는 법 취지와는 달리 시간강사의 강의 기회 축소 등으로 대규모 시간강사의 해고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큰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 시간강사의 보수를 좀 올려 생활이 가능하도록 현실화시켜야 한다. 강의를 하면서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시간강사는 전문직으로서 수당을 높이고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 특히 교수와 시간강사 간 격차가 매우 큰 문제가 있다. 시간 강사가 교수 아래에 있는 직급이 아닌 전문직으로서 대우를 해줘야 한다.”

-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직선제(교원합의제)를 폐지하고 간선제 방식으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국립대 총장선거 방침에 대해 어떻게 보나.
“대학의 수장인 총장은 고도의 전문성과 지식,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만큼 대학이라는 학교가 가진 목적에 맞도록 선출해야 한다. 현재 교육부가 제시한 총장선출 방식은 직선제와, 간선제를 모두 넣은 형태가 돼 버렸다. 대학 발전을 위해 어느 한 선거제도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대학이 좀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본다. 임명제, 간선제, 직선제 외에 대학 총장 초빙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대학을 위한 인재를 총장으로 모셔올 수 있을 만큼 폐쇄적인 형태가 아닌 열린 대학이 돼야 한다.”

- ‘임용고시 낭인’ 등 예비교사인 사범대 학생들의 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사범대의 위기가 표면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임용고시 문제는 사범대뿐 아니라 교대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각 교육청에서 뽑는 인원이 적어 임용고시생이 적체돼 대한민국 미래세대를 낭비시키고 있다. 3%~5%에 드는 대한민국 최우수 인적 자원들이 노량진 학원에서 대학생활을 끝내고 있으며, 대학도 점차 학원화 되고 있다. 학생들은 임용고시에 대한 부담으로 2학년 때까지만 동아리 활동 등을 하고 나머지 2년은 임용고시 체제로 간다. 고등학생부터 시작된 대학 입시와 임용고시 터널을 지난 예비교원들은 지쳐버린다. 막상 선생님이 되더라도 교사 업무에 비애를 느껴 교직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 똑똑한 학생들의 두뇌유출 현상이 진짜 문제다. 돌파구는 한 가지다. 교육부와 외교부가 협치해 우수한 선생님들을 세계로 보내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예비교사들도 의무적으로 해외에 사회봉사를 다녀오게 한 후 선생님이 된다면, 남다른 헌신과 열정, 자부심을 가지고 교직에 임하게 될 것이다.”

- 인성교육의 중요성 강조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기능적 효율성만 강조하다보니 대학에서도 교양과목이 축소되고 있다. 대학이 취업 중심이 되면서 교양과목이 없어지고 그로 인해 올바른 인성도 사라져가고 있다. 경영적 마인드, 생산성, 기능적 효율성도 사실 사람의 인성이 바로 서야 가능한 것이다. 특수지식이나 직무 등은 회사에서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다. 최근 사회적 충격을 안겨준 부천 초등학생 사건을 두고도 언론과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은 ‘교사 신고의무화’다. 이것은 원인에 대한 근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 부천 사건의 원인은 인성이 실종된 부모였다. 인성교육 및 생명존중 실종의 시대에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 전 국민이 동참하는 인성실천, 생명존중 풍토 확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학부모가 교사를 존중하고, 자녀의 교육에 대해 자유롭게 상담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미등교 및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학부모 상담 의무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를 뒷받침 할 학부모의 자녀 교육 상담 등 학교 참여 활성화를 위한 ‘학교 참여 유급휴가제’가 법제화 돼야 한다.”

-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교육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교총 회장으로 대표성을 가진다고 본다. 새누리당 비례대표도 공모제를 시행한다고 들었다. 교수 정년이 3년이상 남은 상태에서 도전한다는 것은 나름 희생을 각오한다는 의미다.  국회의원직이 정치 권력화돼선 곤란하다. 전문성을 가진 각 분야 명망가들이 희생을 전제로 국회에 들어와 봉사를 해야 한다고 본다. 봉사하는 자세로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대한민국 교육발전을 위해 뛸 생각이다. "

-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3일 취임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교수와 부총장을 지낸, 대학 경험이 많은 사회부총리가 취임했다. 상대적으로 현안이 많은 유·초·중등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면서 경험과 현장성이 부족하거나 관심도가 낮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현장 교사 간담회 등을 통해 초중등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아래로부터 목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교육정책 수립 단계에서 부터 교총 등 현장교원의 충분한 여론수렴과정을 거쳐 단계적, 점진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실패한 정책의 대부분이 톱다운(하향식)식으로 추진된 것인 만큼 학교 현장 중심의 보텀업(상향식) 방향으로 변화시킨 교육부 장관이 되길 바란다.”

▲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이 박성태 본지 발행인과 환담하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1957년 전남 보성 출신. 서울 효제초, 동성중, 동성고를 나왔다.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초중·동작중·수도여고에서는 교사로, 서울대·단국대·동덕여대·용인대·한국체대에서는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초빙교수, 한국교원대 교환교수를 지냈고 2001년부터 서울교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5년 서울 교총연합회 부회장이 됐고 2010년 34대 교총 회장을 맡은 뒤 연임해 35대 회장을 하고 있다. 2010년부터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2013년부터 대한체육회 평가위원회 위원장, 2014년부터 국민생활체육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대담=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김소연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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