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대학생단체, 20일 교육부 신년업무보고 비판

경쟁과 취업으로 매몰된 대학…“이것은 대학이 아니다” 성토

▲ 20일 9개 대학 총학생회 등 11개 대학생단체들은 정부의 대학정책을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사진=이재익 기자)

[한국대학신문 송보배·이재익 기자]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 대학생이 나서서 대학을 지키자.”

수도권 9개 대학 총학생회 등 11개 대학생단체가 ‘교육현실 보고대회’를 열고 교육부의 구조개혁정책을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영하 14도의 혹한에도 불구하고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모인 대학생 120여명은 대학들의 등록금정책과 교육부의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으로 인한 피해 사례들을 보고하며 대학과 교육부의 정책들을 비판했다. 이번 학생들의 움직임은 교육부가 ‘사회수요 맞춤형 대학교육 강화’를 핵심 정책으로 발표한 직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학생들은 성명서를 통해 “암울하기만 한 우리 교육현실의 책임은 박근혜식 대학교육정책에 있다”며 “교육부는 청년실업의 책임을 온전히 대학과 학생에게 돌리고 있다. ‘산업구조에 미스매치 되는 낡은 학문구조’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학문을 배우는 학생들’ 때문에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학과 학생을 ‘길들이고, 쥐어짜고, 줄 세우는’ 지금의 잘못된 교육정책으로는 더 이상 대학생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대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대학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높여 나갈 것”이라 밝혀 향후 교육부 정책과 각을 세울 것을 예고했다.

▲ 대학생들은 혹한 속에서도 교육부와 대학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사진=이재익 기자)

대학별 발언에서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인한 대학의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최은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교육부는 청년 취업난을 프라임 사업과 코어 사업을 통해 해결하겠다지만 이 사업의 본질은 대학 교육의 난도질”이라며 “학생 의견 반영도 없이 졸속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피해는 결국 학생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김동규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한국외대는 대학의 특성상 소규모 강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여파로 상대평가를 도입하다보니 그 후유증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며 “모든 대학에는 각자의 설립이념이 있다. 교육부는 획일적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장하나 국회의원이 발언하는 모습.(사진=이재익 기자)

학생들은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세훈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정부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서울시립대를 제외하면 반값등록금을 내는 학교는 없다. 어떻게 이를 반값등록금이라 부를 수 있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재 정책은 소득구간별 등록금 할인제도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고 꼬집었다.

등록금심의위원회의 구성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보고대회에 참여한 한 고려대 학생은 등심위 구성이 학교본부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하며, 학생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민주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학생은 “학생위원 6명, 학교위원 6명, 중립인사인 회계사 1명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회계사를 총장이 추천하기에 언제나 학생들의 의견은 과반수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 학생들은 재기발랄한 팻말들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사진=이재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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