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4분의 1 총장 부재… 교육부 국립대 총장 선출 일방통행식 강경책

▲ 지난 14일 오후 수원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 모인 국립대 총장, 총장직무 대행 등 국공립대 수장들은 총장선출 방식 등 국립대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윤여표 충북대 총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관련 자료를 읽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대학구조개혁과 재정지원사업 준비에 전국 대학들이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국립대 4분의 1은 수장없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고 교육부는 강경책으로 버티고 있어 '국립대 길들이기'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 방침은 이명박 정부시절부터 이어져왔지만, 총장 선출방식과 추천방식까지 교육부 뜻대로 밀어붙이는 상황은 사상 초유의 사태다.

어떤 선출방식을 택하든 국립대에서 선출한 총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자, 현직 국립대 총장들과 교수단체, 학생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정권에서 입맛에 맞는 총장을 선출하고 국립대학을 장악하겠다는 속내가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힘을 얻는 추세다. 교육부에서는 대학이 정치판이 되면 안 된다는 구호를 내세워 왔지만 오히려 '대학 민주주의·자율성 침해'로 묶여 정치적 이슈로 비화돼 역풍을 맞는 분위기다.

특히 고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총장간선제에 반대해 투신 사망한 후 총장선출방식 자율화 여론이 커지자 교육부는 급히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행보는 더 강경했다. 오히려 구성원들이 선출한 총장 후보자를 1순위 2순위 상관없이 무순위로 추천하라고 통보했고, 유례없이 순천대의 2순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선임했다. 부산대에 이어 직선제로 전환하려던 강원대와 경상대, 한국해양대에는 수년전 체결한 MOU를 근거로 들거나 공문을 보내 압박하고 있다.

국립대학 총장임용제도 보완 자문위원회는 해당 직선제를 법으로 금지하고 재정연계를 강화하는 안을 두 달 만에 도출해 교수단체들로부터 '졸속 개선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자문위원회 구성부터 결론을 내기까지 비공개로 운영됐고, 13명의 인사 중 국립대 관계자가 절반 이하였던 점, 국립대 교수단체 관계자는 보이콧 한 상태에서도 논의를 강행한 점 역시 '요식행위'라는 평이다.

이 같은 갈등 속에서 국립대학들은 장기비전을 세우거나 위기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일상적인 행정을 이어가면서 무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갈등 해결의 열쇠가 될 것으로 주목 받았던 대법원 판결도 언제 날 것인지 요원하기만 하다. 22개월째 최장기간 공석 상태인 공주대의 김현규 총장임용 1순위 후보자가 ‘총장임용 제청 거부 처분’ 행정소송 2심에서 승소한지는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승소든 패소든 교육부는 한 번 거부한 후보자들을 임용제청 하는 일은 없다며 팔짱만 끼고 있어, 해당 국립대의 공석사태는 1~2년 이상 더 장기화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회장은 “교육부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교육부가 승소하면 학교측에 재선정을 요구할 것이고, 교육부가 패소할 경우는 기존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결국 어느 상황이든 또 다른 갈등을 면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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