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교육이 거둘 수 있는 최고의 성과는 관용이다.(The highest result of education is tolerance.)'

미국의 사회복지 사업가 헬렌 켈러(1880~1968)의 명언으로 자주 인용되는 문구다. 설리반 선생의 헌신적인 교육을 받아 끝내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던 그의 발언이기에 교육의 철학과 가치를 논할 때마다 회자되곤 하는 것이리라.

기자는 최근 갈등에 직면한 국내 교육 현안들을 볼 때마다 그의 말을 떠올리곤 한다. 특히 이번 박근혜 정부 들어 큰 교육 현안 갈등마다 정부의 '보복성'이 짙게 깔려있다는 점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국립대학 총장직선제 현안이 대표적이다. 한 교수가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총장직선제를 고수했고 여론은 들끓었다. 해당 대학은 모든 불이익을 감안하고도 무거운 마음으로 직선제를 택했으며, 정부에서 제시했던 불이익이 실현되자 교수들은 교육연구비를 120만원씩 갹출해 내놓았다. 그러나 교육부의 화답은 '직선제를 법으로 금지한다'는 답변이었다.

2017년부터 적용되는 한국사 중·고교 국정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교학사 교과서를 택한 학교들이 역사 교사들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자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발표하고, 기존 사학자들이 편찬한 교과서는 '좌편향 됐다'고 몰아붙였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직접 교학사 교과서의 시각을 대폭 반영한 서술을 발표하며 '올바른 개선방향'이라고 말했다.

최근 교육부에서 대대적으로 광고하며 '올해로 소득연계형 반값 등록금을 달성했다'고 홍보하는 데에도 역시 씁쓸한 이면이 있다. 지난 2011년 '반값 등록금 실현'을 외치며 앞장섰던 대학생들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하반기까지 불법시위에 참여했다는 명목으로 연행되거나 벌금 폭탄을 맞았다. '여야 공약으로 채택될 만큼 정당한 목소리였지만 정부에 반대한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는 듯 말이다. 벌금은 대부분 해당 학생들과 학부모, 시민 종교단체에서 모금해야 했다. 

최근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는 말끝마다 '국민의 뜻'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면 그들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측을 가리켜 '국민의 뜻에 거스른다'고 주장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누리과정을 둘러싼 정부와 교육청의 대립도, 대학과 학생들의 대립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은 다양한 생각을 가질 자유도, 표현할 자유도 있다. 지금 교육계는 교육적 가치가 아닌 정치논리·이념 갈등에 골몰하고 있다. 이제는 헬렌 켈러의 말을 깊이 되새길 때가 됐다. 누구보다 정부가 나서서 다른 의견도 존중하고 관용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국가 정부의 올바른 태도이자 살아있는 인성교육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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