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수(본지 논설위원/순천향대 교수·창업지원단장)

우리가 어려서부터 부모님들이나 선생님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이다. 그 다음에는 “그래야 좋은 학교를 갈 수 있고 그래야 좋은 직장에 갈수 있다”는 말이 이어진다. 전국의 모든 학생은 ‘용’이 되는 것이 꿈이었고 그것을 위해 밤을 새우고, 학원을 가고, 과외를 하고, 소도 팔고, 전답도 팔았다. 수많은 용으로 승천한 무용담이 이 사회를 휩쓸었고 누구나 그렇게 되는 것이 하나 된 꿈이었다. 지난 50~60년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지만 공교롭게도 이러한 현상은 아직도 그대로다.

최근 국가적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청년 일자리 문제다. 대학을 졸업한 고급인력이 일할 곳이 부족하다. 경제는 성장하는데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기술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한다. 미래 일자리 전망도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은 밤낮으로 일자리 창출을 외치지만 별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정부나 정치권이 주도하는 일자리 창출은 사실 효과가 약하다. 대부분 공공기관 인턴이나 억지로 만드는 공공차원의 임시직 일자리가 많아,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제 살 갉아먹기다. 진정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필요에 의해서 채용을 해야 진정한 일자리이다. 기업이 일자리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직접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생색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그런데 기업 환경이 어렵다. 기업이 해외로 나간다. 기업이 채용을 안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딜레마가 생긴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일자리를 만들고 채용을 주도하는 것은 기업인데, 우리 사회의 학교성적 우수 인재들은 안정된 공무원, 파워 있는 판검사, 돈 잘 번다는 의사를 선택한다. 이 시대 국가가 필요한 인재는 일자리를 만들고 부를 창출하는 기업인인데 우수 인재라는 사람들은 기존에 있는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 월급쟁이 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모험하고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인데, 이 사회의 성공하려는 사람들은 이러한 모험보다는 안정된, 이미 알려진 곳에 가서 주어진 일, 시키는 일만 하려고 한다. 미국에서는 학교 성적 우수자들이 주로 직접 창업을 하거나 투자회사나 컨설팅회사로 간다고 한다.

학교가 기업가 정신과 창업 교육을 본격화해야 하는 중차대한 이유다. 교육기관의 기본 사명은 사회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지금 이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재는 기업에 들어가 정해진 일 하는 종업원이 아니라 기업을 세워 일자리를 만들 창업가들이다. 학교가 창업가를 기르고 배출해야 한다. 걸출한 기업가 1명이 10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보고 있다. 현대판 10만 글로벌 기업가 양성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은 한 분야 전공과목만으로 졸업하는 것을 제일 답답해한다. 관심있는 분야, 좋아하는 분야를 넘나들며 융합하고 창조해보고자 하지만 학과라는 틀에 막혀있다. 학제가 재직 교수가 전공한 과목 위주로 짜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원하는 과목위주로 편성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쉽게 영역을 넘나들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공에 관계없이 모든 학과가 사회문제해결과 창의성, 도전과 체험, 모험과 실패, 사업화와 지식재산권, 창업과 경영에 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학과간 칸막이를 없애고 전공간 과감한 융합과 창업연계전공과정 도입, 창업활동 학점 인정, 학교간 창업학점교류, 창업휴학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단지 정부의 각종 창업지원 사업을 유치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서가 아니라 각 전공학제 속에 이러한 창업프로그램이 정착돼야 한다. 기업가정신과 창업교육은 결국 국가를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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