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의 대학생 25명이 캄보디아에서 2주간 봉사활동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톱질은 쉽지 않았다. 캄보디아행이 결정됐을 때 박재영(고신대‧4)씨는 근처 공방을 찾았다. 캄보디아에서 만나게 될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벤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만나는 건 2주일 뿐이지만, 벤치는 오랫동안 아이들 곁에 남아 ‘쉴 곳’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방에서는 사람의 인체마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벤치의 크기가 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의 초등학생들을 떠올리며, 너비 30cm, 길이 1m 40cm의 벤치의 모형을 만들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데이케어센터(주간보호시설)을 찾아 어르신들과 종이접기 수업을 진행했던 소녀는 캄보디아로 향하며 색종이를 챙겼다. 아이들과 함께 종이꽃을 만들어볼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박서연(중부대‧3) 씨는 종이접기가 노인성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의 손을 자극해 병의 진행을 늦춘 것처럼 캄보디아 아이들의 손도 자극해 무언가 도움이 되길 바랐다. 
 
▲ 월드프렌즈청년봉사단의 한국어 교육팀 단원들이 캄보디아 쩨익초등학교에서 교육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단원들은 젓가락을 활용해 태극기와 캄보디아 국기를 만들었다.(사진:대사협)
 
‘놀이’로 마음을 나누고 ‘벽화’로 기억을 남기다= ‘월드프렌즈 청년 봉사단’의 이름을 내건 대학생 25명이 캄보디아로 향했다. 이들은 지난달 16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캄보디아의 스와이리엥에 머물렀다. 스와이리엥은 수도인 프놈펜에서 약 2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도시다. 메콩강 지류인 와이꼬 강이 중심지를 지나는 조용하고 한적한 이 곳의 주민들은 주로 농업과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봉사단원들이 방문한 스와리엥의 ‘쩨익 초등학교’ 는  한적한 풍경을 자랑한다. 운동장과 들판의 경계가 없는 이 곳에서 아이들은 뛰어 놀고 더위에 지친 소들은 그 곁을 맴돈다. 
 
쩨익 초등학교의 1교시가 시작되는 오전 8시. 봉사단원들은 수업을 진행할 준비물들을 챙겨 4,5,6학년의 교실로 향했다. 
 
“쑤어쓰다이, 뽀온뽀온.(안녕하세요, 여러분)” 
 
각 교실에서 단원들의 인사가 울려 퍼진다. 강지모(전북대‧3) 씨는 소가 지켜보는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5줄로 세웠다. 맨발로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것 외에 별 다른 놀이 문화가 없던 아이들의 눈이 반짝인다. 단원들은 장애물 달리기와 림보, 살포대 안에 몸을 넣어 콩콩 다섯 발자국을 갔다가 긴 막대기를 통에 넣는 투호 시범을 보인다. 강 씨가 코끼리 코로 다섯 바퀴를 도는 마지막 관문을 보여주며 휘청거리자 아이들이 깔깔거린다. 운동장에서 이런 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아이들은 슬리퍼를 벗어두고 이내 달릴 준비를 한다. 
 
▲ 쩨익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 한 학생이 칠판에 붙여진 숫자를 한글로 읽고 있다.(사진:대사협)
 
“꼼 버짜올 썸람, 너으 르 삐어위어삐어깔 먼반떼. (쓰레기는 아무 곳에나 버리면 안돼요)”
 
‘쓰레기 버리기’를 가르치는 수업도 있다. 쓰레기통도 드물 뿐더러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수업이다. 수업을 맡은 김혜진 (호남대‧2)씨는 아이들에게 쓰레기가 가득한 길과 깨끗한 길의 사진을 보여준다. 이 두 사진 중 어떤 것이 보기 좋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깨끗한 길을 가리킨다. 쓰레기 버리기 수업은 열 마디 설명보다 한 번의 실천이 중요하다. 김 씨와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나가 도처에 널린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넣는 연습을 함께한다. 
 
“아이들에게 ‘이것이 쓰레기’ 라는 설명부터 해야 한다. 아무데나 버리면 안 된다는 것 역시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아이들에게는 낯선 경우들이 많다. 그럼에도 수업을 잘 이해해주고 우리를 이뻐해줘서 고맙다.”
 
쓰레기 버리기 수업을 함께 진행한 김자현(안양대‧4) 씨는 스스럼없이 수업에 참여해 즐기는 아이들에게 고마워했다. 캄보디아 팀의 단장을 맡은 이병식 폴리텍 교수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단원들이 자신감이 생기는 게 눈에 보인다. 쭈뼛쭈뼛 인사했던 단원들이 어제보다 목소리가 커지고 또박또박 말 하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며 “난생처음 외국인을 마주하는 아이들 앞에서는 무엇보다 천천히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태양을 피해 수업은 마무리된다. 쩨익 초등학교는 오전 11시에 수업을 마친다. 더위를 피해 아이들은 각 자 집으로 자전거를 굴린다. 모래 먼지를 날리며 아이들이 떠난 운동장에는 열 마리의 소가 남아 눈을 껌뻑인다. 뭐가 그리 아쉬운 지 교문 앞에서 떠나지 못하고 손을 흔드는 아이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단원들은 그제야 점심을 챙긴다. 
 
 
오후 2시부터 봉사의 2막이 열린다. 오전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봉사를 했다면 오후는 노력봉사의 시간이다. 단원들은 썰물처럼 아이들이 빠져나간 학교의 문과 벽을 청소한다. 벽화를 그리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10개의 창문과 15개의 문에 매달려 사포질을 한다. 벽과 천장에 낀 이끼는 떼어내는 대로 얼굴에 떨어진다. 마스크를 썼지만 단원들의 얼굴은 이내 거뭇거뭇해진다. 
 
“이 먼지와 이끼를 다 긁어낼 수 있는지 벽화를 그릴 수는 있는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6일 동안 벽화를 그린다고 하기에 뭐 그리 오래 걸리나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이다운 (경북대‧4) 씨는 얼굴위로 고스란히 떨어지는 먼지에 힘들어하면서도 사포질을 이어갔다. 벽이 과연 말끔해질 수 있을지 상상이 안 간다면서도 하트가 열린 나무 아래서 풍선을 잡고 고래와 뛰노는 벽화 그림을 준비했다고 설명한다. 쩨익 초등학교가 상상이 열리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변수 없는 현장은 없다. 6일 시간을 들여 쩨익초등학교에 벽화를 그린 후 근처의 다른 초등학교인 껀뚜이 웨이로 향하려고 했던 계획에 변동이 생겼다. 쩨익 초등학교의 교장은 단원들에게 낡고 덜컹거리는 교실 창문과 문을 수리해줄 수 없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외부의 도움이 처음이었던 쩨익 초등학교는 손 볼 곳이 적잖은 게 사실이다. 수리비용과 예산을 셈하고 회의를 거친 봉사단은 결국 쩨익 초등학교에서만 머물러 봉사활동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단원들의 하루는 촘촘하다. 세 시간의 노력봉사가 끝이 아니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하며 그 날의 수업을 되새기는 평가회의를 한다. 
 
“장래희망이 뭐에요 라는 질문은 빼는 것이 좋다. 꿈이나 장래희망에 대한 질문을 들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라 당황할 수 있다. 뭐가 되고 싶은지 물으면 튼튼해지고 싶다는 식의 답을 할 것이다. 질문의 의도는 좋지만 이 곳의 정서랑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다음 날 수업을 연습하는 이들에게 박지유 코이카 단원이 조언을 건넸다. 캄보디아 스와이리엥에 파견된 지 1년 9개월을 맞이한 박 씨는 단원들이 머무는 동안 내내 일정을 함께했다. 현지 정서에 익숙한 만큼 학생들의 수업을 꼼꼼하게 살피고 통역부터 실무까지 도움을 건넸다. 
 
평가회의 후 조별모임까지 마치면 단원들의 하루가 마무리된다. 봉사가 자신의 행복을 채우는 일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이도 있다. 김준태(한국성서대‧4) 씨는 “우리 자신이 행복해야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나누고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운 날씨에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려면 무엇보다 열린 마음이 중요하더라. 단원들끼리 열린 마음으로 지내며 캄보디아 아이들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을 잇는 길, 해외봉사 =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대사협)는 개별 대학이 추진하기 힘든 봉사 활동을 회원교들의 연합을 통해 시행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지원한다. 현재 241개의 대학이 뜻을 모으고 있다. 해외봉사 프로그램 역시 이들 대학의 학생들이 참여한다. 
 
대사협의 해외 봉사는 단기와 중기로 나뉜다. 단기는 보통 2주, 중기는 약 5개월간 해외에 머물며 나눔과 배려를 실천한다. 지난해에는 전국 대학에서 선발된 154명(6인 1팀, 총 26개 팀)의 단원이 8월 말부터 올 1월까지 5개국(몽골, 미얀마, 스리랑카, 캄보디아, 태국)에 파견됐다. 
 
이들이 말하는 봉사는 단순히 수혜자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가 아니다. 대사협은 해외봉사를 통해 21세기 글로벌 리더로서 자질을 갖출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한다. 봉사가 단지 ‘도움’에 그치지 않고 교육적 기능을 수반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기 봉사를 다녀온 대학생들은 낯선 곳에서 나 아닌 타인과 함께 머문다는 것 자체에서도 많은 걸 배웠다고 고백했다. 현지 아이들과 함께 뛰어 놀았던 교육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함께 지내는’ 것 자체가 배움이었다는 설명이다. 
 
몽골에서 5개월의 중기 봉사를 마친 한 학생은 “몽골 사람들과 우리뿐만 아니라 5개월간 한 솥밥을 먹고 함께 지내는 팀원들 역시 서로가 모두 달랐다. 사는 지역도, 나이도, 학교도, 전공도 같은 게 없었다. 그러나 함께 활동을 하고 생활을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야만 5개월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라며 “이 자체가 다름에 대한 이해, 포용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고 중기봉사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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