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다양성의 공간’…소통, 발 뛰어 실천

세명 100년 대장정, 도전·창의·혁신·참여로 이룰 것
지역과 대학은 상생 관계…특수성 인정 해줬으면

“총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제일 먼저 만난 분들이 캠퍼스 곳곳을 깨끗이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들이었습니다. 20여년 일하면서 총장과 식사를 한 것은 처음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분들에게 부탁했습니다. 깨끗한 환경에서 우리 세명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요.”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34년 여간 공직에 몸 담근 공직자가 지역 대학 총장으로 와서 처음 만난 구성원은 대학 환경미화원이었다. 진심이 가득했다. 솔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가가고 싶어했다. 이용걸 세명대 총장은 그런 사람이다.

“다음으로는 교수님들은 찾아 뵀습니다. 총장 취임 이후 한 달 내에 37개 전 학과 교수님들을 일일이 다 직접 찾아뵈었습니다.  이후로는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마침 학교에 맛있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더군요. 그 곳에서 학생들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이 총장의 진심어린 소통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그는 “취임한지 11개월 만에 주위에서 ‘대학 총장 하시더니 한층 더 젊어지셨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기재부, 국방부 차관 등 높은 보직 업무를 맡았을 때와 비교해 ‘대학 총장’ 이란 어떤 업무인지, 소회는 어떠한가.
“대학에 와 보니 일반 조직과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대학이 ‘다양성의 공간’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각 대학 구성원들마다 생각과 요구가 다 다르다는 것이다. 공직을 수행할 때는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면 되지만, 대학은 그렇지 않더라. 학생, 교수, 직원마다 필요가 다르고 또 각 전공마다 개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총장의 역할은 모든 대학 구성원이 이런 다양성을 가장 잘 발휘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1년도 채 안된 기간 동안 총장 자리에 있었지만 소회는 작지 않다. 미래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를 양성하는 역할을 맡은 만큼 책임감이 크다.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면 ‘어떻게 꿈을 이루도록 도울 수 있을까’,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뛴다.”

-올해 세명대 25주년을 맞았다. 세명대 100주년을 바라본다면.
“세명대가 처음 설립 됐을 때는 재학생 400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8000명 정도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학령인구 감소 등 큰 어려움이 닥쳐올 것이다. 대학의 변화는 다른 사회나 기업이나 정부조직 변화보다 더디게 간다. 왜냐면 학기제, 학년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위기가 온다고 해도 움츠리면 안 된다. 도전정신이 있어야 된다. 또한 종전 패러다임 가지고는 극복하지 못한다. 창의성 있는 생각이 중요하다. 변하려는 노력이 굉장히 필요하다. 가만히 안주하면 발전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대학사회는 참여가 없으면 안된다. 다른 조직사회는 지시와 끌고 가는 사람이 있으면 되지만, 대학은 전 교수, 교직원 한명 한명이 공감해야 된다. 세명 100년을 이끌어야 될 키워드는 도전과 창의, 참여, 혁신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아울러 2016년 올해는 ‘긍정의 +1'이라는 모토를 추진하고 있다. 교육, 연구, 취업·창업, 홍보 등 학교 발전을 위한 업무 분야에서 ‘내가 하는 일의 목표에 1개를 더하자, 내가 챙겨야 할 일에 1개만 더 생각하자’는 취지다. 기존에 걸어오던 발걸음에서 한 발자국을 더 걸으려고 노력할 때, 세명 100년의 비전이 차츰 현실로 다가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학교에 ‘1824’라는 방과 후 비교과활동이 있다는데.
“어느 날 학교 후문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학생들에게 ‘수업 끝나면 무얼 하느냐’고 물었다. ‘별로 할 게 없다’, ‘술 마신다’라는 답변이 돌아오더라. 5000명의 학생들이 기숙사나 자취 등 반경 500m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데,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추진한 게 ‘1824 프로젝트다. 오후 6시(18시)부터 밤 12시(24시)까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습·스포츠·봉사·문화예술·취창업 분야에 관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산, 장소 등 행정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모두 300여개 커뮤니티가 생기고 3000명의 학생들이 참여할 만큼 성공적인 프로제트로 자리매김했다. 교육수요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20여개의 달하는 창업동아리 역시 각종 공모전과 창업경시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명대의 하남시 교육시설 확보 필요성은 무엇인가.
“세명대 일부 학과를 하남시로 이전하려고 하는 것은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다. 지역에 위치한 대학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에서 열세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이때 하남시로 일부 학과가 진출해 수도권 거점을 만들어 놓으면, 보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교육에 내실을 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세명대가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세명대의 가장 중요한 책임 중 하나가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기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남시 일부 이전을 통해 세명대가 전반적으로 더 튼튼해지면, 지역 발전에도 더 크게 이바지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정부의 각종 구조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교육부가 학과 개편과 정원 감축을 목표로 추진하는 여러 사업이 불가피한 점이 있다는 데 대해 부분적으로 공감한다. 한국 대학이 상생하고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정책들이 추진되기 바란다. 다만, 정부가 지역대학의 특수한 여건을 감안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지방대는 교육과 연구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미비한 문화와 인프라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도 맡고 있다. 청년들이 지역에 머무르게 하는 역할도 한다. 세명대 역시 제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제천시 인구가 13만인데, 여기서 세명대가 지하는 인구가 1만이다. 지역대학이 발전해야 그 지역 또한 발전한다. 그러므로 정부에서 지방대의 여러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배려하는 정책을 추진해주길 희망한다. 지방대를 살리는 노력은 곧 우리나라 최대 과제 중 하나인 지역균형개발과도 이어지는 일이 될 것이다.

-구성원들에게 어떤 총장으로 남길 바라는가.
“강소국가, 강소기업이라는 말이 있듯이, 세명대 역시 작지만 강한 대학이 되길 희망한다. 순위 1등으로 앞서나가는 대학은 아니더라도, 각 과별로 내실을 기하고 개성을 갖추는 대학이 되면 좋겠다. 그래서 세명대가 ‘학생과 교수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게 되길 바란다. 더불어 세명대 학생들이 실력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성까지 갖춘 인재로 성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세명 100년의 대장정’의 기반을 다진 총장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리고 학생, 교수,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게 되면 좋겠다. 저 역시 그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지내왔다. 부족하지만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다른 사람들에 작게나마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고자 한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정리=손현경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 이용걸 세명대 총장(왼쪽)과 본지 박성태 발행인(오른쪽)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이용걸 세명대 총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과정과 밴더빌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행시 23회로 공직에 입문,  1992년 대통령 비서실 서기관을 지냈으며, 2004년 기획예산처 사회재정심의관을 지냈다. 2007년 기획예산처 정책 홍보관리실장, 2009년 기획재정부 제 2차관을 지내고, 2010년 국방부 차관을 지냈다. 2015년 4월부터 세명대 총장을 맡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