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미술축제 현장 스케치

2002 깃발미술축제 ‘바람의 시’가 열리고 있는 난지천 공원에 가면 열린 미술을 만날 수 있다. 울긋불긋한 오방색 조각 천이 돔처럼 우뚝 솟아 있는 서울 상암경기장의 난지천 공원의 초입.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가 현대와 자연이 어우러진 월드컵경기장으로 환골탈태한 이 곳을 가득 메우고 있는 4백60여점의 다채로운 깃발. 세계 시민의 소망이 담긴 띠 깃발과 월드컵 본선 진출국 32개국의 작가들이 열의가 담겨 있는 대형 깃발이 드넓은 초원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4백여개국, 6백여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작품이 펄럭이는 대형 전시를 기획한 21세기청년작가협회 최문수 총괄감독은 “누구나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축제로 꾸미려 했다”며 “야외에서는 깃발 자체가 예술”이라고 설명한다. 관람객들이 직접 기록한 소망의 띠들이 펄럭이는 길을 따라 들어서면 깃발 훼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출품한 전세계 미술작가들의 혼이 서린 깃발이 관객을 맞이한다. 사색을 즐기기에도 적합한 전시로를 따라 걷노라면 깃발에 달린 쇠조각들이 바람이 불 때면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벨레 샤피어의 ‘무제’(이스라엘), 천 조각에 촘촘히 수를 놓은 샐리 하스 티네센의 ‘생각해봐요’(덴마크), 리본을 짜깁기해 천으로 만든 정병헌의 ‘한국의 숨결’ 등 다채롭고 개성있는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군집깃발과 한국전통깃발, 해외창작깃발, 환경설치미술을 지나면 찬란한 빛깔이 눈부신 배 한 척이 초원에 서 있다. 월드컵대회의 성공기원이 담긴 ‘평화의 배’에서는 국내 작가 3백여명이 참가한 대형설치물에서는 현대회화의 다양성을 접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환경과 평화에 대한 바람이 곳곳에 스며있는 이 전시장의 총 동선길이는 약 2km. 작품량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매작품을 꼼꼼히 살피기보다는 산보하듯 걷다가 눈에 띄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좋다. 외국작품과 한국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좋은 관람 방법. 외국작가의 경우 심플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개성 강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에는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여기에 다양하게 마련된 참여 프로그램이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오방색 깃발에 소원을 적어 군집 깃발에 매다는 ‘깃발에 소원담기’(25일까지), 형형색색의 천에 그림을 그린 후 간이벽에 그림을 붙이는 ‘환경벽화 만들기’(25일까지), 홍익대 판화과 학생들과 함께 직접 작업하는 ‘판화교실’(15, 16, 22, 23일), 천위에 염색 색종이를 오려 붙인 깃발을 만드는 ‘염색깃발마당’(15, 16, 22, 23일) 등 독특하고 유쾌한 프로그램에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환경벽화 만들기’는 삼삼오오 무리지어 참여하기에도 좋은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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