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신입생 OT 성추행 논란 대책

‘행사 주최측·신입생·교수·직원 등’ 역할별 맞춤 예방교육 필요
성희롱·성폭력은 학습권 침해 ‘고등교육법’에 예방교육 넣어야

[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떠난 A씨. 하지만 선배들이 준비한 게임에 참여하면서 점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A씨는 ‘25금 몸으로 말해요’ 게임의 제시어를 설명하기 위해 성 행위를 연상시키는 선배들의 몸 동작을 보거나 말해야 했고, ‘술게임’ 벌칙을 하면서 상대방 무릎에도 앉아야 했다. 급기야 A씨는 ‘대학생들은 다 이렇게 노는건가, 나만 유별난건가’란 생각을 지울 수 없어 학교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기분좋게 시작해야 할 새 학기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성추행 논란으로 또다시 얼룩졌다. 서울지역 대학의 한 새내기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촉발된 이번 성추행 논란은 지난 몇 년간 지속돼 왔다는 증언, 유사 사례까지 추가로 알려지면서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내 성희롱·성폭력과 관련해 교육부의 역할 강화는 물론 관련법 개정의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기존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성폭력 예방교육이 대학내에서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구성원 역할에 맞는 ‘대상별 맞춤 예방교육’ 실시해야” = 해마다 불거지는 대학내 성추행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대학은 이미 성폭력 예방교육 의무기관이다.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르면 대학에 소속된 사람, 학생 등은 매년 1회 이상, 1시간 이상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아야 한다.

실상은 어떨까. 2014년 기준 여성가족부의 성폭력 예방교육 점검 결과에 따르면, 대학의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율은 96.9%로 전체 공공기관 전체 평균 99.2%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대학 구성원별 참여 현황도 교수·직원은 65.9%인 반면 대학생은 33.5%로 학생들의 참여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대학내 성희롱·성폭행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한국양성평등진흥교육원은 전문강사를 통한 대학내 성폭력 예방교육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신입생 OT 현장에 찾아가 교육하고 있는데  비용은 여성가족부에서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해 가능한 횟수가 제한돼 있고, 점차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결국 성폭력 예방교육 진행은 전적으로 대학 스스로의 몫이다. 

대학에서는 예방교육 이수율 제고를 위해 집합교육이나 동영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예방교육으로서의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송인자 한국양성평등진흥교육원 폭력예방교육부장은 ‘높은 집중도를 유지할 수 있는’ 집합교육과 ‘역할별’ 맞춤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부장은 “반복적으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을 통해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교수, 학생회, 직원 등 모두가 ‘성추행’ 관련 문제의 민감성이 매우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짧은 시간 최대한 많은 인원의 집합교육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구성원 각자가 맡은 역할에 맞게 ‘대상별 맞춤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인원을 수용해 실시하는 집합교육도 강의 ‘집중도’를 고려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부장은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교육하는 집합교육은 예방교육에 효율적일 수 있으나, 그 실효성은 담보할 수 없다”며 “집합교육에서도 역할별, 상황별 차별화해 현장교육의 집중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기본법’에도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조항 넣어야” = 성희롱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OT행사는 1일 이내, 2일 이상 진행 시 책임자 지정’하는 내용의 신입생 OT 매뉴얼을 공고했다. 교육부도 ‘비정상적인 OT’ 재발방지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사안별 ‘운영 지침’만으로 재발방지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학교육의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대학내 성희롱·성폭력 고충상담 및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대학내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보호 강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교육부가 대학내 성희롱, 성폭력과 관련된 책임 역할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관련법 개정이 절실하다”면서 “고등교육법에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에 관한 조항을 포함시키고 교육부 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지정하는 등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의 성희롱 방지노력을 대학평가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정 연구위원은 “양성평등기본법 제31조에서는 성희롱 방지 점검결과 및 성희롱 사실 은폐 등의 사실이 확인된 경우 이를 고등교육기관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대학내 성희롱·성폭력 문제 예방 및 고충처리와 관련된 대학 역할의 중요성을 감안해 ‘대학평가인증제’ 등 지표에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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