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6일은 윤동주 시인의 유해가 고향인 북간도 용정동산에 묻힌 날이다. 윤동주 시인은 1945년 2월 16일 광복을 끝내 보지 못한 채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옥사했다. 올해는 그가 타계한 지 71년이 된다. 윤동주 시인을 그린 영화   ‘동주’가 상영되는가 하면, 그의 시집이 다시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등 뒤늦게 윤동주 열풍이 뜨겁다.

윤동주 시인이 눈을 감은 후쿠오카에서는 지난해 일본인 교수와 문인 10여 명이 발기인이 돼 시비 건립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추진위원회 취지문을 통해 “그(윤동주)를 한 상징적 인물로 삼아 당시 자신의 의사와 달리 힘든 조건에서의 강제노동을 해야 했던 분들, 평생 기억에서 지우기 어려운 고통을 겪어야 했던 분들, 또한 불합리한 민족적 차별을 받거나 상처를 받고 목숨을 잃으신 분들, 그러한 아시아의 많은 분들에게 당연히 애도의 마음을 표현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본래 위령비를 먼저 세우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시비 건립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비 건립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후쿠오카시가 건립 인·허가를 내주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담당 구청은 윤동주가 유명하지도 않은데다 후쿠오카시에 공헌한 인물이 아니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우익단체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시비 건립이 어려운 것은 후쿠오카뿐만이 아니다. 윤동주 시인이 유학한 교토 역시 마찬가지다. 교토에서는 윤동주 시인이 생애 마지막 사진을 촬영한 우지강 인근에 시비를 세우려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2005년부터 진행됐으나, 교토부의 허가가 나지 않았다.

관할 시 등은 아베 정권의 강경 우파 노선과 경색된 한일 관계 등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후쿠오카에서 추진되는 일본인들의 자발적인 시비 건립은 앞으로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시비를 반드시 세우겠다는 일본인들의 의지는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비가 들어설 면적은 불과 2평 남짓이다. 시비에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사랑했던 시인 윤동주”라는 문구가 담길 예정이다.

후쿠오카에 시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니시오카 겐지(西岡健治) 후쿠오카현립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2월 본지 인터뷰에서 “안 되더라도 끝까지 가겠다”며 “만약 허가가 안 난다면 무엇 때문에 어떻게 안 됐는지를 모두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시비 건립 활동에 관한 기록을 책으로도 출판할 계획이다. 그래야 (지금 안 되더라도) 다음 세대가 이를 발판 삼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윤동주 시비 건립 추진위원회측은 후쿠오카 시민을 상대로 윤동주 시인 알리기 행사와 함께 모금 활동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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