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엽 중앙대 교수(건축학부)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서울의 건물은 자본이 정한 최고의 효율에 따라 하나같이 높이 경쟁에 몰두해 있다. 마치 바벨의 탑처럼 하늘로 솟구친 수직의 건물이 도시의 전부라면, 우리가 감정을 뉘일 공간은 어디 있을까. <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의 공저자 송하엽 중앙대 교수(건축학부)는 가설건축인 파빌리온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한다.

송 교수는 대안건축연구소를 운영하며 <랜드마크 ; 도시들 경쟁하다> <전환기의 한국건축과 4.3그룹> 등을 쓰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일 중앙대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건축을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말한다. 그 주장 속에서 건축은 유기적으로 숨 쉬고 도시에서 역할을 하며, 도시를 바꾼다. 최근에 그가 천착한 주제는 ‘파빌리온’이다.

“그늘 아래서 밝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파빌리온은 말 그대로 썸타는 공간이다. 나도 볼 수 있고, 남도 나를 볼 수 있는 평등한 관계의 공간이다”(책 속에서)

파빌리온(pavilion)은 임시로 지어진 구조체나 가설건물을 뜻한다. 유럽의 수정궁, 동양의 누정, 현대미술의 팝업스토어까지, 최고 권력자들을 위한 야외 구조물부터 광화문의 천막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파빌리온은 연회와 정원에 활용되면서 일상에서 벗어난 감성적인 장치로 작동했다.

“춘향과  몽룡이 만난 곳도 광한루로 그려지죠.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지만 공짜로 사랑을 하고, 공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파빌리온이 가진 의미가 각별하다고 봅니다”

건축이  사유화 되는 속에서 누구나 올 수 있고, 그 안에서 쉬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적인 공간으로서 파빌리온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가 파빌리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파빌리온은 건물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고, 사적인 것 같으면서 공적인 것도 같은 그런 공간이죠. 제가 왜 이런 것을 좋아할까 생각해 봤더니 갇힌 공간에 대한 답답함이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 할아버지가 계신 마을 모정에 할아버지를 따라 놀러가곤 했는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서 담소하고 낮잠도 자고, 그 그늘 밑에 쉬고 있으면 바람도 불어오고 재미있었죠. 문화란 바람같이 흐르는 것인데 그런 문화적인 소통이나 순발력 있는 화합을 건축에서 기대하는 것 같아요”

그는 ‘파빌리온 2.0’을 추후 저술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파빌리온의 사회적인 액션과 소통이 그 주제다.

사람은 좋아하는 것을 닮는 걸까. 학자이면서 야인과 같고, 사람은 어딘가 허술한 듯 하면서도 학문의 폭은 넓고 촘촘하다. 경계가 모호한 그 모습이 마치 파빌리온과 같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