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연대 해외석학평가 최종 보고서

[한국대학신문 정명곤 기자]노벨상을 수상한 자연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은 “서울대의 현 연구 풍토에선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9일 서울대 자연대의 해외석학평가 ‘교육‧연구역량제고사업 최종보고서’에서 노벨 생리의학생 수상자인 팀 헌트 교수는 “서울대의 젊은 연구진들이 정년 보장을 받기 위해 유명 연구지 기고 압박을 받기 때문에 인기 있는 연구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교수는 “이러한 경향 때문에 젊은 연구진들이 새 분야를 개척하는 자가 아닌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는 추종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라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내지 못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석학들은 이어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교수진의 연구풍토를 바꿔야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자연대는 국내 정량적인 대학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정성적 평가와 조언을 받는다는 취지로 한국 최초로 해외석학평가를 도입한 바 있다.

대학은 지난해 2월 노벨상과 필즈상 수상자를 포함해 자연과학 분야의 해외 석학 12명을 자문위원단으로 위촉했다. 이어 5월에서 9월 대학의 연구와 교육 환경에 대해 서면 및 방문 평가를 받았다.

팀 헌트 전 영국 암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을 포함해 에핌 젤마노프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 리타 콜웰 전 미국과학재단 총재, 톰 루벤스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평가단은 서울대의 교수 채용과 승진을 결정하는 평가시스템이 논문 수와 발표 학술지 수준에 의존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평가단은 "이러한 정책은 연구자들이 모험적인 연구를 꺼리게 돼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대 발견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대폭 낮출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교수들이 정년 보장을 받고 안정적인 지위에 안주하며 창의적 연구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 대학원생 수에 비해 교수 수가 외국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는 점, 박사 후 과정 연구자에 대한 열악한 지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들은 앞으로 5~10년 안에 최고 분야 서너 개를 집중 육성해야 하며, 신임 연구진과 대학원생들의 연구에 충분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자연대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학 차원의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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