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삼포 세대, 오포 세대, 금수저, 흙수저, 헬조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운 시절을 빗대 대학생들이 자주 쓰는 자조적인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꿈은 이루어진다’고 말을 하면 무슨 헛소리냐며 반문할 수도 있겠다. 사실 우리 학생들은 학교라는 정해진 틀 속에서 해가 바뀌면 저절로 학년이 올라가는 생활의 연속이다 보니, 꿈이 정말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작고할 당시에는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 이종욱 박사를 통해 꿈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려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으로 일하다 순직한 이종욱 박사의 일대기인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하라>(2007)에서는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이 책의 첫 장은 “꿈이 있어야 젊은이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 박사는 세계보건기구에 새로 들어오는 인턴사원이나 신입직원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언제나 “자네 꿈이 뭔가?”라고 물었다. 어떤 사람의 가능성을 그의 장래 희망에서 찾으려했던 것 같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도 있었듯이, 꿈 꿀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나이 80이 되어서도 20대 청년이다. 꿈이 없다면 그 사람의 미래도 없다. 이 박사님은 젊은 시절에 의사로서 부를 거머쥘 수도 있었고 지도교수의 제안으로 대학교수가 될 수도 있었지만, 어려운 소외 계층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자신만의 꿈을 꾸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고 바로 행동에 옮겼다. 이 박사님은 누구나 도전하는 목표(꿈)라면 차라리 그 목표를 버리라고 했다. 자신만의 꿈을 가지라는 뜻이었다.

이 박사님 역시 WHO 본부 예방백신국장으로 일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의 꿈을 꾸게 된다. 사실 시기와 질투 그리고 모함과 견제가 심한 세계보건기구에서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피나는 생존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런 환경 속에서 이 박사님은 늘 여유를 잃지 않고 자신에게 냉정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생활을 하셨다. 숱한 역경을 헤치고 사무총장에 선출된 다음에는 자신에게 들어온 선물을 모아 연말에 직원들에게 나누어준다거나 아무리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WHO 직원이 아니면 관용차를 태워주지 않는다거나 하는 모범을 보였다. 국제기구의 수장으로서 자리가 높아지면 책임도 커지기 때문에, 이 박사님은 외국 출장길에 누구보다 성실하게 각국의 최신 정보를 모아 현지 사정에 알맞게 대화했다고 한다.
꿈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고 준비하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 신은 꿈을 준비한 사람에게만 기회를 주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이 박사님이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되었다는 결과에만 관심을 갖고 꿈을 꾼 과정과 노력은 깊이 들여보지 않는 듯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과정은 생략한 채 어떤 일의 결과만을 지나치게 주목해왔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 모른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요동치고 있어 학생과 교수 그리고 교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학인들이 힘든 시절을 보내는 것 같다. 대학은 취업 학원 같은 분위기에 압도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취업의 출구나 미래의 빛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학생들의 절망감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이럴 때 꿈마저 버린다면, 그래서 아예 꿈마저 꾸지 않는다면 어찌할 것인가.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기성세대들은 대학생들에게 어려울 때일수록 꿈을 포기하지 말고 기다리며 준비해야 한다고 자주 강조하며 그들의 용기를 북돋아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학생들은 준비된 사람만이 꿈을 이룬다는 사실을 믿고 자기만의 꿈을 꿔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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