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소송비용 교비회계로 지출 허용에 대학가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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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입법예고일 뿐…찬반 의견 듣고 반영하겠다”

대학 “대학운영상 생기는 소송비용 교비에서 지출해야”
교수단체 “교비는 교육목적 비용…사학비리 면죄부”

[한국대학신문 이연희·송보배·김소연 기자]교육부가 지금까지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없었던 소송비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항목을 신설하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대학가가 들썩거리고 있다.

▲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 내용 (출처 : 교육부)

지난 3일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제13조 제2항과 4항에 '교직원 인사 등 학교운영과 관련된 자문 및 소송경비'를 사립대 교비회계 및 부속병원회계의 세출항목에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교수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반대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전국교수노조, 한국사립대학교교수회연합회(사교련), 사학개혁국본, 참여연대 등은 “교육부의 개정안은 사학비리를 더욱 부추길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불투명한 회계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법인회계와 학교회계(교비회계·부속병원회계)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어도 사학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법인의 잘못된 인사나 운영으로 야기된 송사에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쓰여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행령 개정안이 상위법인 사립학교법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사립학교법 29조 6항에 따르면 교비는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으며 사립학교법 시행령 13조 2항에서 교비 회계는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를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처럼 교비회계를 교육 고유의 목적에 쓰도록 한 법적 취지를 무시했다는 것이  반대측 주장의 요지다.

상위법과 배치되는데도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는 이유로  일부 사립대 법인에 유리한 방향으로 법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의 심현덕 간사는 “이 법을 ‘수원대 이인수법’으로 명명하려 한다. 여러 교육 단체가 공동으로 시행령 개정안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 성명서를 내는 등 개정 철회를 위한 노력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단체들은 “불법을 합법으로 변질시키고, 사학비리를 조장하는  개정안의 입안 취지가 매우 의심스럽다. 비리대학에 면죄부로 작용할 이번 개정안이 재판 중인 이인수 수원대 총장 판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일부 대학협의체의 요구에 따라 검토됐다. 법인과 대학의 운영주체가 분리돼 있어 법인 이사회는 대학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게 돼 있는 반면 정작 대학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비용과 자문비용을 법인에서 지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골자다. 임용권도 대학운영을 맡고 있는 총장에게 있기 때문에 교직원 임용과 관련된 소송비용에 법인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사립대 법인협의체가 아닌 대학협의체에서 이같은 의견을 제기하는 점도 의문이지만 논란의 소지는 크다. 지불 능력이 없는 대학법인의 상황까지 봐주면서 학생 등록금과 발전기금, 자체수익으로 구성된 교비회계에서 소송비용을 지출해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또한 교직원 임용권이 총장에 있다고 하더라도 상위법인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립대 교직원 임용과 징계, 해임 등 최종 결정 권한은 법인 이사회에 있다. 결국 상위법을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이번 시행령 개정은 교원해임소송에서 ‘법인 편들어주기’가 될 우려가 높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7일 논평에서 이번 개정을 누리과정 시행령 개정에 빗대 “야당 반대가 뻔한 국회를 통한 법률 개정 절차를 거치기보다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되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으로 인한 정원감축과 학과 통폐합으로 인해 수많은 교수들이 제기할 법적 소송에 대한 잡음을 미리 막아주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여러 사립대에서 청와대, 교육부와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을 앞장서 외쳐왔다는 점 역시 의혹을 키우고 있다.

교육부는 아직 입법예고일 뿐 확정된 사항이 아니며 우선 찬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입법예고는 큰 틀에서 의견을 듣고 여러 대안이 있으면 반영하겠다는 뜻”이라며 “교육부도  학생 등록금이 아닌 비등록금회계로 전출하도록 하거나 소송비용의 반영시점 등 합리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운영과 관련된 자문비용’ 역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대학들은 정부재정지원사업을 따내기 위해, 또 구조개혁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대학들이 수억 원에 달하는 사설 컨설팅 비용을 지금까지는 일반용역비나 수수료 등으로 지출해왔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이 개정되면 앞으로는 필요경비로 감안해 ‘자문비용’으로 격이 올라간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만약 항목을 추가한다면 보다 투명하게 소송비용이나 컨설팅 비용 지출 내역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더라도 법제처 심의과정 등을 통해 명백하게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 개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반발과 의혹은 당분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교수단체들은 오는 25일 국회에서 교육비리 척결과 교권수호를 위한 토론회를 열어 이번 입법예고의 문제점을 집중 진단할 예정이다.


[BOX]진행 중인 소송에 영향…사학비리 ‘면죄부’ 논란도

대학가에서는 교육부의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이 현재 소송비용을 교비회계로 지출해 ‘횡령’으로 기소된 이들에 대한 ‘구제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사립학교법 시행령에서는 학교 교육에 필요한 용도로 교비회계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교비회계의 사용은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및 물건비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 △교원의 연구비, 학생의 장학금, 교육지도비 및 보건체육비 △차입금의 상환원리금 △기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 외의 용도로 교비회계를 사용한 건에 대해 현재까지 사법부는 강력한 제재를 가해왔다. 교육부 감사결과 소송비용을 교비로 지출해 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은 대학이 최근 3년 동안 7곳이나 된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은 전 순천제일대 성 모 총장이 법인의 소송과 관련해 변호사 비용 1억1000만원을 교비로 집행하고 법인내 유치원 원장의 임금을 부풀려 돌려받는 방법으로 35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사립학교법은 교비회계의 용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비회계자금을 학교법인을 위한 변호사비용으로 지출하는 등 횡령 범행을 저질러 순천제일대에 손해를 끼쳤다며 ‘업무상 횡령’이라고 확정한 바 있다.

이재혁 전 수원여대 총장은 교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수원지법(형사9단독 지귀연 판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지난 2012년 대학노조 집회를 해결하기 위해 경호업체에 4억5000여 만원, 언론사 소송에 따른 변호사 선임료 4400만원 등을 교비회계로 지출한 혐의다.

홍덕률 대구대 총장도 2010년 대구대 정상화 과정에서 교비회계로 법률자문료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0만원,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다. 교육부가 소송비의 교비회계 지출을 허용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대학가에서는 진행 중인 송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파다하다.

지난 2014년 수원대교수협의회‧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가 이인수 수원대 총장을 고발한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2011~2013회계연도 소송비 3942만3000원을 교비회계에서 집행해 사립학교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대학노조도 해고 교직원들과 소송에 약 20억원의 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박철 전 한국외대 총장을 고발, 오는 24일 3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류석준 영산대 교수(법률학과)는 “처벌이 중해지는 경우와 달리 새로운 법이 처벌하지 않거나 가볍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바뀐다면 새로운 법을 적용하도록 돼 있다”며 “이번 시행령 개정 역시 진행 중인 소송에도 결국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철 변호사(참여연대)는 “결국 이번 시행령 개정은 사학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소송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토록 한 것은 사립학교법 취지에도 어긋날뿐더러 본말도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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