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흠 정치학 박사

▲ 최성흠 정치학 박사

대학에 온 목적이나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취업을 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는 최종 목적은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다. 어째든 대답을 종합해 보면 학생들이 생각하는 대학의 목적은 취업이다.

학생들은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전공과제와 발표준비를 하고, 다른 한편으로 스펙을 쌓기 위해 전공과는 무관한 공부도 해야 한다. 토익 점수를 올리기 위해 어떤 전공과목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이기도 한다. 어째든 현재의 대학생들이 평균적으로 과거의 대학생들보다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할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졸업생은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해 좌절하고, 기업은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를 구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12세기 이탈리아에서 볼로냐 대학이 세워진 후 지금까지 대학의 기본적인 속성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근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공이 세분화되고, 이른바 분과학문이 자리를 잡았지만 강의실에서 교수는 강의하고 학생은 필기하는 모습은 여전하다. 기술이 진보하고 경제가 발전할 때마다 대학은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는 학과를 늘려갔다. 대학은 사회의 발전에 꽤 많은 기여를 했고, 대학 졸업장은 안정적 취업을 보장받을 수 있는 라이센스였다. 대학은 학생들이 향후에 선택하게 될 직업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했고, 학생들은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고졸자보다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었다. 적어도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보급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대학에서는 각 분야별로 문제 해결방법을 배운다. 해결방법을 완전히 숙지하지 않아도 됐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만 알아도 누구보다 빨리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는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그런 정보가 있다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한다. 지금 발생하는 문제는 대부분 이전에는 없던 문제들이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지 않고, 기존에 있었던 문제 해결방법을 외우기만 한 사람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무용지물이 된다. 그래서 기업은 쓸만한 인재를 구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각광받는 직업은 이전에는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것들이다. 미래는 더 빨리 변할 것이고 어떻게 변할 지 알 수가 없다. 알지 못하는 것을 대학에서 가르칠 수는 없다. 그래서 대학에서 해야 할 일은 기존의 것을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와 창조적 해결책을 찾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의 것은 인공지능이 훨씬 더 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는 법을 교실에서 배우지는 않는다. 아버지가 뒤에서 잠시 잡아줬다가 놓으면서 몇 번 넘어지고 나면 자전거를 타게 된다. 대학이 할 일은 그렇게 처음에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학생 스스로 페달을 밟도록 해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몇 번 넘어졌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를 주고, 그들의 창조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대학이 할 일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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