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대학당국도 모두 수년째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우리 대학의 생존을 위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사회와 학생의 교육적 요구를 충분히 수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미래에 대응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언제나 답은 하나다. 외부로부터의 해결은 한계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내부의 생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급하게 먹은 밥은 피와 살이 되기 보단 독이 된다. 느릴 수는 있지만 내부로부터의 혁신을 위해 스스로 의지를 갖고 딛고 일어서는 것이 늘 답이었다.

우리 교육의 질적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 스스로 대안을 찾고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보자는 차원에서 지난해 9월 대학경쟁력네크워크가 창립됐다. 프레지던트 서밋을 통해 일반대학 총장 3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4개월간 18세션의 일정을 소화하고 그 결과로 정책적 제안을 담은 대정부건의문과 대국회건의문을 교육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그렇게 얻은 것은 자신감이고 발견한 것은 열정이었다. 전자는 '대학 스스로가 할 수 있겠다'는 자기암시이고 후자는 '우리 대학교육을 살리고 싶다'는 의지다.

올 상반기 프레지던트 서밋은 전문대 총장들로 구성돼 4개월간 진행된다. 서밋 의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이들 총장들에게서 발견했던 열정은 지난해보다 어쩌면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 대학교육과 직업훈련의 중간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던 전문대학으로서는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았다. 이들 모두 서자로 취급받는 설움도 떨쳐내고 자신감도 갖고 싶어했다.

개막식에 이어진 첫 번째 콘퍼런스는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간담회와 만찬으로 시작됐다. 이 부총리는 이날 총장들에게 일반대학과 마찬가지로 사회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을 추진하고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평생직업단과대학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유니테크와는 별도로 일반계 고교 취업반도 전문대학의 입학자원이 될 수 있도록 위탁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총장들은 진심으로 반겼다. 부총리 혹은 교육부장관과 실국장, 과장을 비롯 담당과에서 다 같이 함께 전문대학 총장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얼굴을 맞대고 귀를 기울이는 자리가 총장 12년만에 처음이라는 한 총장의 발언은 안스럽기까지 하다. 그만큼 전문대학이 사회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소외돼 왔다는 방증이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한 고등교육체제 구축방안’에 대해, ‘사회구조변화에 따른 고등교육체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했다. 장기적으로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통합돼 다양한 전공과 학제의 교육과정을 교육수요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고등교육체제 일원화에 대한 주장도 나왔다.

앞으로 총 여섯차례의 콘퍼런스를 통해 전문대학육성정책의 개선방안, 정부 재정지원사업 및 전문대학 재정확충방안, NCS, 글로벌 전략 등을 다루게 된다. 사립학교의 자율성 보장이나 구조개혁의 합리성 등과 같은 것은 일반 대학 입장과 차이가 없지만 위에 언급한 이슈들은 전문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 확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중요 사안들이다.

박근혜정부 초기부터 등장했던 능력중심사회와 전문대육성 기조가 우리 전문대학이 퀀텀 리프(quantum leap)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정체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전문대 총장들의 이같은 노력은 정부에겐 전문대학에 지원을 확대할 근거와 이유가 돼 주고 지원 강화의 의지를 북돋우는 기회가 될 것이다. 스스로 진화하고 발전하려는 움직임은 그래서 중요하다.

프레지던트 서밋 2016은 지난 24일 열렸던 제1차 콘퍼런스를 시작으로 4월 7일, 4월 21~22일, 5월 12일, 5월 26일, 6월 9일까지 4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책임감과 열정이 온전히 녹아 원숙한 논의와 완성도 있는 정책적 제안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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