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

▲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2.5%로 1999년 6월 통계기준 변경 이후 역대 최고치이다. 실업자라는 불명예를 달고서 대학문을 나서는 청년들에게 대학 총장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되뇌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지방대학 총장들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지방경제에 가슴이 답답하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대규모 장치산업이 중국의 급성장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경제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니 등록금을 부담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주머니 사정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국가장학금 덕분에 학생들의 등록금 사정이 어느 정도 나아져서 다행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대학은 입학정원 3000여 명의 지방대형대학이다. 학생들의 희망진로 1순위는 공무원, 교사, 대기업이다. 차선의 선택으로 수도권 중소기업이나 지방의 중견기업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졸업 후 2~3년이 지난 학생들의 취업상황을 조사해보니 80%가 중소기업에 취업해 있고, 지역별로는 65%가 대구‧경북 중소기업에 일자리를 잡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 청년들은 공무원, 교사, 대기업의 문을 두드리다가 결국은 2~3년을 허송세월을 한 후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중소기업에 정착하게 된다. 필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 매일 매일을 버텨가고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존경한다. 또 그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나서 새로이 교육을 시켜야만 회사의 일꾼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고충을 지방대학 총장들은 경청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방대학을 졸업한 청년들과 지방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건실한 지방중소기업이 지방 청년들의 행복한 보금자리가 되고, 지방중소기업의 성장이 지방대학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모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0일 우리 대학은 기업인재융합대학이라고 불리는 중소기업대학의 출범식을 가졌다. 지방중소기업은 단순히 한 전공과목만 깊이 파고드는 인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기계공학과를 졸업하더라도 IT, 회계, 법률, 실무영어 등 다방면의 지식을 최소한 무장해야 한다. 기업인재융합대학은 이런 요구에 부응해 다양한 전공을 쉽게 가르치고 쉽게 배우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방중소기업은 대기업에서 일하는 전문인보다는 현장을 뛸 줄 아는 멀티 플레이어를 절실히 원한다. 지방중소기업이야말로 무늬만이 아닌 실용적인 융합교육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의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다. 과감히 현실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한다.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을 위해 사설학원을 다녀야 한다면, 대학에서 학원의 강좌를 못 가르칠 이유가 없다. 대학교수들도 SCI논문에만 매달릴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현장기술을 손에 기름때를 묻혀가면서 기술 지도를 해주어야 한다. 대학교수 연구실에 중소기업연구소 간판을 달고, 대학교수가 중소기업 연구소장이 되고, 대학생이 연구원이 될 때만이 기업과 대학은 상생 발전할 수 있다.

지방대학과 지방중소기업은 이제 윈-윈을 뛰어 넘어 사랑을 해야 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아서 해결해주는 사랑까지 나누어야 한다. 대학은 지방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형 융합인재를 꾸준히 배출하고, 중소기업은 대학의 연구력을 지원받아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 지방의 청년취업률도 높이고, 지방대학과 지방경제가 함께 활력을 높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방대학과 지방중소기업의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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