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故류근철 박사의 578억 원 기부 이어 매년 교육계 기부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고려대(총장 염재호)는 간호학과 졸업생인 박희정(85) 씨가 “후배들의 꿈을 위해 써 달라”며 간호대학 장학기금 2억원을 기부했다고 28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 2002년 간호대학 건립기금 기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5억원이 넘는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간호대학 박희정 장학기금’을 조성, 지난 2014년 1학기부터 매 학기 1명에게 장학금 300만원을 후원하고 있다. 이런 활발한 기부 활동에 힘입어 지난 2014년 포브스 아시아 기부 영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작고한 부군 고 류근철 박사도 교수로 재직한 KAIST에 2008년 578억원을 기부한 바 있어 부부의 아름다운 기부행렬이 교육계에 큰 귀감이 되고 있다.
박 씨의 기부는 지난 2009년 11월 큰 교통사고를 겪은 후 더욱 활발해졌다. 박 씨는 당시 사고로 척추, 허리, 내장기관 등을 크게 다쳐 오랜 기간 와병했다. 병상에서 삶이 얼마나 유한한지 다시 한 번 절감한 그는 거동이 가능해진 후부터 매년 자신의 생일이 있는 11월마다 고려대를 찾아 기부를 이어왔다.
박 씨는 “후배들이 청춘의 꿈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느꼈으면 좋겠다. (나는)요즘 세대는 상상도 못한 힘든 시절을 살아왔지만 꿈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며 후배들이자 현재 재학생들의 꿈을 응원했다.
박 씨는 실제 어려운 유학생활을 경험했다. 경기여고 38회 졸업생으로 어려서부터 유난히 명석했던 그는 줄곧 1등을 놓치지 않으며 당시로는 낯선 학문인 간호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당시 보건사회부에서 시행하는 국가 장학생 선발시험에서 1등으로 선발돼 뉴질랜드와 영국 유학길에 오른 박 씨는 언어의 장벽 속에서도 죽기 살기로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보다 힘든 것은 조국의 고난이었다. 박 씨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템즈강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한가로운 강가에서 여유로운 삶을 만끽하는 영국인들과는 대조적으로 굶주리고 절망적인 조국을 생각하니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빠졌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뉴질랜드-영국 유학에 이어 미국서 공부를 마친 박 씨는 귀국 후 국립중앙의료원 보건부장, 고려대학병원 간호부장, 서울여자간호대학 교수, 고려대 의대 외래교수 등 후진양성에 열정을 쏟았고 사회봉사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해 왔다.
28일 고려대 본관에서 열린 기부식에는 △염재호 고려대 총장 △한금선 고려대 간호대학장 △유병현 대외협력처장 겸 기금기획본부장 △신지영 학생처장 등이 참석해 박희정 씨의 기부에 감사를 표했다. 이재필 고려대 간호대학 교우회장 역시 간호대학 교우회를 창립한 박희정 씨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박 씨는 후배들에게 “상처받은 환자를 돌보는 간호학의 기본은 ‘인간’이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사람이 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염 총장은 “간호대학 박희정 장학기금을 통해 고려대 간호대학이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화답했다.
한편 2016학년도 1학기 박희정 장학기금으로 장학수혜를 받은 김혜민(간호학과 3) 씨는 “대선배님께서 주신 장학금이라 더욱 특별하다”며 “박희정 선배님처럼 전문지식과 따뜻한 마음을 갖춘 간호사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