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대학교육 효시 전통 되살려"

2017학년도부터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 생긴다
“정부 정책, 대학과 함께 갈 때 그 시너지 낼 것”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근대 대학교육 효시의 전통을 되살리고 지속가능한 이화(梨花)의 가치와 역량을 드높이는 일. 그 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화여대의 첫 이공계 출신 최경희 총장은 문자 그대로 실사구시(實事求是)형 총장이다. 그는 “이화여대의 인문학계열은 서울대, 연대, 고대와 맞먹던 시절이 있었다. 그 저력을 되살려 우리 이화여대는 SKYE(서울대·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는데 노력하겠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최근 이화여대는 여자대학 ROTC 유치,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코어)사업 선정 등 굵직한 희소식들이 많다. 학내는 들뜨고 분주한 분위기였지만 이화여대의 수장은 특유의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최 총장의 눈빛은 진솔함이 가득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교수, 교직원, 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인터뷰 내내 반복했다.

-올해 개교 130주년이다. 먼저 축하드린다. 총장이 되신지 1년 8개월이 지나고 있는데 소회는.
“총장을 몇 년 한 것 같다. 그러나 보람도 많다. 특히 올해는 130주년이다. 그간 우리대학이 대 사회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했던 이화의 가치를 높이고 확산하고 싶은 생각이 많다. 순수 근대교육으로 시작한 대학은 이화여대가 최초다. 우리 선배들은 일제 강점기 때 우리민족 의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또 국내 해방이 온다는 것을 확신했다. 광복이 되자마자 종합대학 계획서를 제출해서 이화여대를 우리나라 종합대학 인가 1호 대학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이화역사관에 문교부에서 준 관련 증서가 보관되어 있다. 최초의 학과도 정말 많다. 심지어는 체육학과도 이화여대가 최초다. 약학대도 병원도 이화학당을 설립하자마다 이후 '보구여관'이라고 해서 여성 전용병원을 설립했다. 의대 역사도 사실은 순수 우리 힘으로는 최초인 것이다.”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사업 소형을 지원했다.
“ 이화여대 공과대학은 규모가 매우 작다. 그러다 보니 평가 대상이 되지도 못할 때가 많아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마침 프라임사업이 시행된다고 해 우리 공과대학들이 산업수요에 맞춰 발전할 수 있는 계기라 될 것이라 생각했다. 프라임 사업은 소형을 지원했다. 내년에는 기계, 바이오, 의(醫)공학 등이 융합한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가 신설 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계는 하드웨어적인 기계가 아니라 최근의 ‘알파고’처럼 인공지능 로봇 이라든지 생체와 관련된 기계, 소프트한 기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의대, 약대 그리고 생명과학을 융합한 최적의 공학부를 만들 계힉이다.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는 이미 이화에 있는 연구학문인프라(뇌인지과학전공, 약학, 의학, 생명과학 전공, 화학신소재공학, 식품공학전공)를 활용하고 이 인프라와 융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전자전기공학 전공을 개편하고, 기계공학분야를 신설 결합하는 융합적인 성격의 학부다. 물론 일부에서는 교육부의 재정지원 통한 의도적인 수요맞춤형 편제 정원이동이라고 지적하는 구성원들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로 인해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학교의 이런 비전을 믿어주고 함께해 준 교수님들께 너무 감사하다. 함께 발전하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이 정말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최근 청년창업이 사회관심이 되면서 이화여대의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가 화제였는데.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을 맡았다. 그래서 산학협력 쪽에 관심이 예전부터 많았다. 지금은 취업뿐만 아니라 창업이 필요할 시기다. 국가차원과 지자체, 대학차원에서 학생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가 준비 돼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학교 같은 경우 기업가 센터와 창업보육센터 등이 있다. 또한 총장이 되자마자 창업정신을 가르치는 신산업융합대학을 새로 개편했다. 하지만 학교 내 공간만으로는 부족하다 느꼈다. ‘지역사회와 더불어 좀 더 크게 나가야 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이화여대 52길에 이화 스타트업 52번가를 만들었다. 지금은 주로 디자인이라든지 예술품 위주로 돼있다. 나아가서 IT 취·창업 카페가 들어설 것이다. 이후 주거가 있는 뒷길을 활성화해 신촌 역사 몰까지 확장, 활성화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코어)사업에 최근 선정됐다.
“코어사업에 인문대학 교수님들 전적으로 참여했다. 코어 사업의 사업취지, 학교의 인문역량 발전의지, 교수님들의 열정 3박자가 맞아 떨어져서 선정된 것 같다. 이화여대의 코어사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LUCETE(루체테) 인문대학’이라는 비전하에 △글로벌 지역학, △인문기반 융합전공, △기초학문 심화 모델을 중점으로 21세기가 요구하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역량을 갖춘 밝고 빛나는 인문학도를 양성할 계획이다. 루체테는 ‘밝게 빛나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따온 말이다. ‘글로벌 지역학 모델’에서는 지역의 언어와 문화에 탁월한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해당 지역 언어 교육을 강화하고 1학기 간 해외 대학 수학 및 교수인솔 국제교류프로그램 등 해외 현지 학습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다. ‘인문기반 융합전공 모델’에서는 인문경영, 인문예술미디어, 인문테크놀로지 등 타 전공과의 융합전공 신설하고 IT, SW, 회계, 통계 등의 교육과 현장체험 인턴십을 통해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융합적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기초학문심화 모델’은 미래의 학부 발전을 선도할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목표로 기존의 전공 이수학점을 57학점에서 63학점으로 상향하고 학·석사 연계과정을 활성화함은 물론 전공 관련 스터디와 논문지도를 강화하여 연구 수월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정부(교육부)의 각종 재정사업과 대학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학이 정부와 함께 더욱 경쟁력 있게 맞물려 나가려면.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책과 대학이 함께 갈 때 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굉장히 객관적인 데이터와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서 나름대로 구조개혁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본다. 단지 아쉬운 점은 평가 기준이 너무  정량적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평가 기준은 대체로 이공계 중심이다. ‘논문을 몇 개를 썼는가’, ‘특허가 몇 개인가’ 등을 평가한다. 공대 규모가 작은 우리대학 같은 경우는 상대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단지 정량적 평가 기준만 보는 평가를 피해야 된다. 또한 너무나 인위적인 줄 세우기 평가 역시 아쉽다. 앞에서 말한 것들만 보완하여 대학을 평가한다면 개인적으로 교육부의 정책을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면서 학교 발전에 활용하고 싶다. 최근 다른 여대총장들과 함께VIP를 뵈었을 때도 여자 대학의 특성을 감안해 달라고 요청드렸고 이에 대한 공감을 공유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대학인문역량 강화사업(코어)이라든지 포스트 LINC사업이라든지 여대가 참가해서 발전 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열려 진 것 같다.”

-이대 동문들과 구성원들에게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화여대의 제2의 도약을 이끈 총장’으로 남고 싶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화의 가치와 역량을 다시 이 사회에 알려준 총장이 되고 싶다. 우리학교는 늘 변화하고 도전해 왔다. 그런데 그동안 너무 대학간에 경쟁이 심화되고 평가 등에서 여대가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에 이화여대의 인문, 사회, 예술 중심 대학의 변화와 노력이 크게 부각되지 못하였다. 성경에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총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왼손이 하는 일은 최소한 오른손이 알게 해야한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겠다.”

-이화 학생들에게 응원의 한마디.
“이화(梨花)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져라. 이외에도 첫째,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도전이다. 우리대학의 역사는 도전의 역사였다. 처음 메리 스크랜튼 선생이 대학을 세웠을 때도 도전이었고 처음 병원을 개원했을 때도 개척이었고 학과를 처음 만들었을 때도 같았다. 이러한 이화의 도전과 개척정신은 4년 동안 학생들이 직간접적으로 배울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도전과 개척이라는 정신아래 자신의 꿈과 희망을 언젠가는 사회에 기여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과 박성태 본지 발행인(사진 오른쪽)이 환담하고 있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 기사 =손현경 기자 / 사진= 한명섭 사진부장>

■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이화여대 과학교육학 학사를 졸업했고, 미국 템플대 물리학 석사, 동 대학 과학교육학 박사를 졸업했다. 1994년 이화여대 사범대학 과학교육과 교수로 부임해, 이화여대 학생처장, 연구처장 및 산학협력단장, 사범대학 학장 등을 지냈다.  2014년 8월부터 제 15대 이화여대 총장이 됐고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