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게르만 카자흐스탄국립대 교수/건국대 교수(사학과)

2017년 한인강제이주 80주년, 고려인 백과사전 출발 앞둬
바이오·생명분야 양국 교류에 학자간 ‘공동연구’는 필수
교수-학생간 'Why'에 대한 대화없으면 대학교육 발전 못해

[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습니다.”

10년 전 카자흐스탄국립대 한국학과와 지금의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다. 36명 학부생이 한국과의 교류가 전혀 없이 다니던 시절에서 지금은 한국의 수십 개 대학과 연구 및 학생 교류를 하고, 석-박사과정도 개설됐다고 하니 이 정도면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려인 4세로 현재 카자흐스탄 한국학과 교수이자 건국대 외국인 교수로 한국에 머물러 있는 김 게르만 교수를 만났다. 1991년 한국 나이 39세 때 처음으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뗐다지만 지금 그의 한국어 실력은 한국인 뺨친다.

“한국의 많은 동료들이 도와줬습니다. 1991년  카자흐스탄 국립대 교수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펠로우십 지원을 받아 한국에 첫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서울대 어학당을 다니면서 ‘한인 이주의 역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죠. 한국어 실력이 안되다 보니 교수님과 개인적으로 상담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책을 선물 받거나 제본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서재에 꽂힌 책들은 그때 교수님, 동료들의 도움 그 자체입니다.”

그의 도서 ‘한인 이주의 역사’는 지난 2005년 학술 부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지리적, 시간적 범위를 넓혀 세계 한인 이주의 역사서를 펴냈고 지금도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국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디아스포라 외에도 이레덴타(Irredenta) 즉 본국의 국경에 살다 흩어져 사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레텐타는 본국의 정치와 연관돼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분쟁을 낳기도 하죠. 디아스포라와 구분해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자흐스탄 고려인 백과사전 프로젝트에도 그의 땀에 서려 있다. “2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863년부터 현재까지, 연해주부터 카자흐스탄까지 시공간과 관련된 단어를 뽑아 백과사전을 만들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교수, 학생 등이 참여하고 있죠. 뿌리 흔적을 찾아 지금의 우리를 구현시킨다고나 할까요. 음식, 옷, 학교부터 마을, 강 이름 등 지명까지 모두를 아우를 생각입니다. 카자흐스탄 고려인 기업가들의 후원을 받아 1937년 한인 강제이주 80주년인 2017년에는 편집까지 마무리됩니다.”

동포사회 당당한 고려인으로서의 할 일이라고 했다. 최근 건국대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교류도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덤으로 ‘공동연구’는 협업 밀도를 짙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제협력 사업으로 한국의 농업을 중앙아시아에 소개하고, 중앙아시아의 농업을 한국에 소개하는 책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교류의 필요성을 다지는 거죠. 또한 카자흐스탄국립대 농업대학내 ‘건국 농업센터’를 만들 계획입니다. 이미 카자흐스탄국립대 교수들은 건국대에 와서 연수를 받았고, 건국대 교수들도 카자흐스탄 국립대로 와서 학생들의 지도교수가 돼 주는 등 적극적인 협력을 일구고 있습니다. 서로간 장점을 살려 공동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세계 50개국 대학과 많은 교수들을 만나 세계 한인 이주를 연구한 김 교수에게는 한국의 대학교육 또한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그중에서도 그는 ‘왜?’에 대한 교수와 학생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수준높은 대학교육으로 도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수는 가르치면서 배우지 않으면 아무 존재도 아닙니다. 질문 없는 교실에는 미래가 없죠. 학생들의 톡톡 튀는 질문은 교수를 공부하게 하고, 이는 학생들의 학습역량또한 제고시킵니다. 교수와 학생간 심리적 거리가 멀면 수준높은 고등교육도 요원해 지는 겁니다.”

따끔한 일침이다. 대학내 하드웨어 구축은 이제 충분하다고 했다. 질 높은 소프트웨어 구현에 힘써야 한다는 것인데, 고려인 5~6세에 대한 한국정부과 대학의 관심또한 잊지 않고 챙겼다.

“본국과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줄어듭니다. 지금도 세계의 소수민족이 매일같이 없어지고 있는 이유지만  결코 이들의 잘못만이 아닙니다. 한국이 좀 더 세계 속에서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고려인 후학양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국에 대한 강한 친근함을 갖고 있는 고려인 학생들에게 ‘한국인’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의 대학교육을 받게 한다면 이들은 양국 관계의 훌륭한 중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를 말하는 겁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