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석 著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

향후 2년간 고교 입학생 13만3000명이 줄어든다는 전망이 최근 교육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대학가도 2023년까지 대입정원 16만 명 부족으로 큰 위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학령인구 급감과 기술의 급격한 진화, 위기는 전방위에서 대학을 집어삼킬 듯 넘실댄다. 대학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은 이 답을 ‘변화’에서 찾는다. 그는 최근 발행한 책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를 통해 “최후에 살아남는 종(種)은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하는 종”이라는 다윈의 <종의 기원>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제19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제15대 전국 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을 지내며 대학의 위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해 온 서거석 전 총장은 책을 통해 “학령인구의 감소, 인구의 수도권 집중,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이른바 천안 이남에 있는 대학들은 모두 다 비명을 지르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면 대학붕괴의 쓰나미가 한국 대학을 휩쓸 것”이라며 경고한다.

그는 특히 전북대 변혁을 이끈 8년간의 경험 속에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실마리를 발견한다. 서 전 총장이 취임할 당시 전북대는 1년 가까이 총장 공백 사태가 빚어지고 있었다.

서 전 총장은 취임 후 신뢰의 공동체를 구축하겠다는 일념으로 새벽 3시까지 총장실을 떠나지 않고 보고서를 읽고 결재를 진행하는 등 강행군에 돌입한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 문제를 먼저 해결한 대학을 찾아 불원천리 전국을 누비고 다녔고, 벤치마킹 내용을 바탕으로 시행 안이 만들어지면 이중, 삼중으로 검증하는 학내 논의 과정을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그 결과 전북대 제15·16대 총장을 지내는 8년 임기 동안 전북대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명문대학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ACE사업, BK사업 등 국가 재정 지원 사업 분야 7관왕을 달성하고, 언론사들은 ‘최근 20년간 가장 발전한 대학’ ‘잘 가르치는 대학’ ‘SCI 논문 증가율’ ‘재학생 만족도’ 등 분야에서 전북대를 전국 1위로 꼽았다.

서 전 총장은 “나락에서 학교 구성원들이 안고 있는 잠재력을 신뢰하고 그 잠재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내가 몸담고 있는 이 대학이 안정돼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교수는 교수답게, 직원은 직원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제자리를 찾기만 해도 재도약의 동력은 충분하다고 믿고 또 믿었다”고 밝혔다.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는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에서 제3부까지는 대학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어떤 방향으로 새롭게 디자인했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 새로운 정책을 추진했는지, 구성원을 어떻게 섬기고 이끌었으며 성과를 냈는지 필자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밝히고 있다.

제4부에서는 대학을 비롯한 조직을 이끌고 나가는데 필요한 핵심 노하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열한 가지 대학 경영론을 통해 대학 총장 또는 조직의 리더가 갖춰야할 소양을 담담하게 제시하고 있다.

끝으로 제5부 한국대학 발전을 위한 여섯 가지 제언을 통해 ‘대학에 대한 투자 없이 국가 경쟁력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대학 구조 조정 방향의 재설정에 관한 제안 등 대학 정책의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북대출판문화원, 1만6000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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