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철 한서대 항공특성화사업단장(항공정보산업대학원장)

보잉이 발표한 'Boeing's 2015 Pilot and Technician Outlook'에 따르면 2015~2034년까지 20년 동안 세계적으로 55만8000명의 신규 조종사와 60만9000명의 정비를 포함한 항공관련 신규기술자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가운데  40%에 해당하는 22만6000명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소요다. A380을 생산하는 에어버스사는 향후 20년 동안 3만2585대의 항공기가 공급되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현실로 나타나서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중국 및 중동 항공사들은 한국의 우수한 베테랑 기장들을 꾸준히 채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메이저 항공사에서 60세 정년을 맞은 조종사들이 65세까지 근무를 보장해주는 저비용 항공사로 옮겨가고 있다. 또 숙련된 저비용항공사의 부기장들이 메이저 항공사로, 저비용항공사는 메이저 항공사에서 오래 비행한 부기장들을 데려다가 곧바로 기장교육을 시켜 기장요원으로 활용하는 등 조종사의 이동이 빈번하며 이에 따른 불협화음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기조에 발 맞춰 한국에서도 10여 개의 대학이 조종사 양성 학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많은 우수 학생들이 항공사에 취업하면 1억원 이상의 연봉이라는 입소문에 의해 관련학과에 진학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냉정하게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조종사가 부족한 지에 대한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학의 운항학과와 군에서 전역하는 조종사, 해외 비행학교 졸업자, 국내 민간비행학교에서 배우는 인력을 포함해 엄청난 조종사가 배출되는데 왜 부족할까. 이는 곧 조종사는 많지만 대형 민항기를 안전하게 운영할만한 실력을 갖춘 양질의 조종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국내 항공사는 물론 세계적으로 신입조종사의 채용조건에 우선하는 것은 비행시간으로, 채용조건은 250~1000시간까지 다양하다. 이에 반해 현재 대부분의 대학은 최대 250시간부터 최소 70여 시간의 비행시간을 가지고 졸업을 하게 되므로, 이들이 민간항공사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기에는 대학 졸업의 수준에서는 부가적으로 많은 비행시간의 확보와 추가적인 비용이 수반된다.

결론적으로 '조종사 부족하다던데' 라는 생각은 현실과 다르다. 즉, 조종사는 탑승객의 목숨을 보장해야 하는 중요한 직업이므로 아무리 조종사가 부족해도 영어 및 조종술을 포함한 모든 관련과목의 절대평가에서 합격한 사람만이 항공사의 라인 조종사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조종사 부족현상에 편승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불행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조종사를 포함한 항공인력을 양성하는 대학특성화사업단의 단장으로서 전국의 조종사를 양성하는 대학, 교수진,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점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먼저 현재 운영되는 운항학과의 교수진 및 대학은 조종사 채용의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항공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교육프로그램의 충족을 위한 안정적인 비행훈련장을 확보하여야 하나 아쉽게도 대부분의 대학은 교육용 비행장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등 16개 공항공사에서 관리하는 공항과 군용공항, 대학의 사설공항 등이 다양한 형태의 비행장과 공항이 운영되고 있으나 고유의 기능에 따라 전투기훈련 혹은 항공여객의 운송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대학의 비행교육에 시간 할애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데 해당 대학들의 경쟁적인 개별 활동도 필요하겠으나 대학이 연합하여 비행교육장의 확보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교육프로그램의 표준화다. 비행훈련 관련교육은 각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 독창적인 교육이 아니다. 항공기는 우리나라에서만 운영되는 것이 아니므로 국제민간항공의 표준에 의한 비행교육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표준보다는 대학의 기준에 맞추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각 대학의 교수진들이 국제적인 표준화를 위한 함께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항공사의 맞춤형 교육의 운영이다. 세계적인 조종사 부족 원인 가운데 하나는 비행훈련 비용의 급증이다.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채용비행시간을 충족하는 훈련을 하자면 1억원이 넘게 드는데 이들을 위하여 항공사들이 채용맞춤형교육을 확대하여 자질이 좋은 젊은이들에게 비행훈련 장학금을 대주고 일정 기간을 해당항공사에 조종사로 일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확대시켜야 한다. 국가는 이러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항공사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 청년 조종사교육에 관심을 갖도록 협력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야 한다.

현재 많은 항공사들이 추구하는 것과 같이 채용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완성된 조종인력을 확보하기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공헌과 국가 및 젊은이를 위하여 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항공사가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부족한 조종사를 확보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조종사를 꿈꾸는 학생들은 고액 연봉이나 대우도 중요하지만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하늘을 나는 꿈을 실현하는 직업을 가진 자로서 사명감과 철저한 직업정신을 가진 인재로 거듭나는 대학생활을 통해 사회와 주변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조종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결론적으로 현재 항공운항학과에서 자신의 꿈을 불태우는 많은 미래의 조종사들이 현실에 부응하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국가 및 대학, 항공사와 개인이 같이 노력하여 교육과 현실의 미스매칭으로 인해 고급 인력이 유실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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