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인 삶으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인성 교육 중요"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어떤 학생이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 학생이 일주일에 한 번 택시를 타는데, 그때 택시 기사님을 기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러면 택시 기사가 그 날 만나게 되는 모든 승객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고, 또 그의 가족들에게도 기분 좋게 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더라. 이렇게 사회를 변화시키는 에너지가 확산한다. 불평하는 대신 칭찬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삶에서 작은 움직임을 실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인성교육이다.”

김성익 삼육대 총장은 인성 교육의 사례를 이와 같이 말했다. 김 총장은 거창한 담론이 아닌 학생들의 삶 속에서 다른 사람을 위하는 삶을 사는 것이 삼육대가 추구하는 인성교육의 목표라고 설명한다. 학생들이 삶 속에서 실천하는 작은 변화가 확대되면 결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에너지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육대는 꾸준히 인성교육을 해온 대학으로 유명하다. 지난 2월 취임한 김 총장을 만나 삼육대의 인성교육, 학교 발전을 위한 구상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 2월 신임 총장으로 취임한 지 2개월이 지났다. 취임하면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교육, 세상을 변화시키는 대학’을 슬로건으로 내놓았는데.
“삼육대가 대형 대학과 같은 영향력을 주긴 어렵다. 작은 대학이지만 가치의 전환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등수를 매기는 방식으론 모두가 절망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온다. 관점을 바꿔 내 삶의 성취를 목표를 사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 살아가는 삶을 목표로 바꿔야 한다. 이타적인 목표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 역사의 주인이 된다고 본다. 세상을 더 좋게 발전할 수 있게 하는 인재를 키우도록 교육적 혁신을 이끌 것이다.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명감이 투철한 인재를 키우는 게 목표다.”

- 삼육대는 인성교육에 집중해왔다. 학생의 실력보다 인성을 여러 방면에서 가르친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어릴 때부터 도덕 교육 등을 받아왔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 의식 속에서 자기 삶을 세워가는 법을 배우고, 실천을 통해 올바른 인성이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본다. 인성 사라지고 실력만 강조하게 되면 많은 사람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다소 실력이 모자라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 회사에서 직무에 맞는 실력을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신뢰를 얻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력은 있으나 믿을 수 없는 사람은 회사나 사회에 재앙이 될 수 있다. 삶의 목표가 뚜렷하고 인성을 갖춘 사람은 최선을 다했다면 그에 따른 결과를 낙관적으로 받아들인다. 7전 8기 도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사람을 성장할 수 있다. 교육현장에서 보는 결과들이 이런 확신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

- 삼육대를 생각할 때 특정 종교의 사상이나 이념을 가르치고, 해당 종교를 믿는 학생만 입학시킨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차별은 전혀 없다. 신학과가 있어 두 개의 트랙으로 진행된다. 기독교 대학이라 기독교 신학 가진 학생의 경우에는 원한다면 더 깊이 배울 수 있지만, 희망하지 않으면 인문학적 사고를 키워주는 인성교육 프로그램만 진행한다. 금주·금연하는 대학이기 때문에 선택했다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많다. 또 여학생 비율이 상당히 높다. 미국에서도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대학에 여학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도 이 학교에 보내면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우리 대학을 선호한다. 우리 교육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대상을 향한 교육을 할 생각이다.”

- 신임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미션(Mission)·비전(Vision)·열정(Passion)을 지닌 글로컬(Glocal) 인재 양성'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세계화와 지역화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사회의 균형성장이 추구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글로벌이 아닌 ‘글로컬’을 강조하게 됐다. 거대담론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사실 세상은 미시적으로 작은 일상에서 변화를 가져오는 사람들이 더욱 많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사회 리더가 흔히 말하는 대통령이 되고 이런 개념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 비가시적 지도자라고 한다. 글로벌 리더만 강조하다 보니 내가 사는 공동체, 사회 문제에 관심을 덜 기울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투표를 하지도 않고, 투표하는 날을 놀러 가는 날로 생각한다든지, 해외에 가서는 열심히 봉사하면서 지나가는 어려운 노인 돕는 건 외면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살도록 결심하는 것이 리더다. 작은 움직임이더라도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겠다는 의식을 가진 인재가 필요한 사회다.”

- 1학년 학생들이 농작물을 키우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흥미롭다.
“학교 곳곳에 학과별 텃밭이 있어 1학년 학생들이 농작물을 키우며 자연의 소중함과 노동으로 흘린 땀의 결실을 느껴보는 교양필수 과목이다. 학과 교수들과 함께 씨 뿌리고 농산물을 수확한다. 그린(green) 교육이자 도시농업이다. 올해부터는 생산된 농산물을 포장해 지역사회의 저소득층, 채소가 비싸서 먹지 못하는 지역사회에 배달하는 프로그램 계획하고 있다. 노동의 신성함, 생명의 신비를 배울 뿐 아니라 내 노력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으로 목표를 바꿨다.”

- 올해 삼육대가 110주년을 맞이했다. 앞으로 200주년 원대한 계획이 있다면, 삼육대가 어떤 대학으로 발전하길 바라나.
“우리 대학은 10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왔다. 구조개혁이라는 인위적인 정원 조정을 해야 하면서 길게 미래를 내다보고 대학 운영 계획을 세우는 것이 오히려 호사스러운 상황처럼 돼버린 게 아쉽다. 길게 생각해 재정을 축적하기도 하고 투자하기도 해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지표를 맞추기 위해 에너지를 쏟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국제캠퍼스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 정부, 지자체와 협력해 학교 부지를 확대하고 국제캠퍼스를 구축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의 우수한 유학생이 삼육대에 오고, 삼육대 학생이 국제캠퍼스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80%를 사립대가 담당하고 있음에도 규제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교육부가 사립대를 마치 국립대처럼 대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보나.
“교육부가 주도하는 구조개혁 평가의 방향성에 대해 전반적으로는 동의한다. 하지만 일본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사립대에 최소한의 운영비 지원하고 자발적으로 특성화할 기회를 준다. 우리 대학처럼 중소규모 대학에서 교육부의 획일화된 시스템에 끌려다가 보니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 정부주도로 획일화된 정량적 평가지표에 의한 구조조정 정책이 지나치게 경쟁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대학을 ‘줄 세우기’식으로 낙인찍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교육부의 대학 평가 지표가 중심이 되다 보니 우리 대학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도 한다. 개별 대학이 갖는 역할과 특성이 다르고, 그에 따른 수요도 다르다. 수도권 대학에 1등급 학생들만 가는 대학만 있다면 어떻게 되겠나. 다양한 학생들의 수요를 채울 수 없다. 2, 3등급 성적을 받는 학생이 주로 갖는 지향과 목표를 격려해주는 대학도 있어야 한다. 대학마다 고유한 특성을 키울 수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 지난 달 열린 서울총장포럼에서 '각종 규제와 조례에 기인한 대학의 행정, 재정적 제약과 그 해법 모색'이라는 주제 발표를 했다.
“고등교육이 직면한 위기가 저출산, 학령인구 감소로 촉발됐고, 이런 사회문제가 대학이 단독으로 자초한 것이 아니다. 반값등록금 정책을 필두로 적립금 제한, 법정부담금 증가로 인한 대학재정 부담,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의 정책과 행정적 규제로 대학의 위기를 더 복잡한 양상으로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대학에만 책임을 묻는 단면적인 방식이 아니라 정부가 고등교육을 국가의 사명을 지닌,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대학을 바라보길 바란다. 지자체들과 국가기관들이 대학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대학 교육의 질을 고양하기 위한 투자로 인식했으면 좋겠다.”

-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대학 대부분이 등록금을 동결해 재정적인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연구 자료를 보니 2014년까지 합법적으로 적립할 수 있는 적립금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많았다. 이미 적립금을 쓰고 있는 대학이 많아지고 있다. 쌓아놓은 적립금을 쓰지 않으면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 왔다. 많은 대학 재정이 마이너스인 상태다. 문제 해결은 사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본다. 대학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요구하면서도 비용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책임을 넘긴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하기 어렵고 기부금을 활성화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든 부담을 대학에만 전가하면 이는 오히려 국가 전체 경쟁력에 상당한 손해다.”

- 우리나라는 대학마다 특수한 입시제도 없이 동일한 잣대로 학생을 뽑는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입학 성적과 대학에 들어와 성적이 일치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현재 입시 체제에서의 성적이 실력이라고 보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 삶에 대한 확신이 있고 인격적으로 준비되면 언제든지 새로운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본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심취하면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런 교육적 확신이 필요하다.”

- 어떤 학생들이 삼육대에 오길 기대하는가.
“영어로 teachable, 배울 여지가 있는 사람과 servable, 다른 사람과 나누길 바라는 사람이 오길 바란다. 지방에 있는 작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교육 환경에서 배우지 못했더라도 배우려는 학구열을 가진 학생, 배워서 이를 삶에서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학생이 오길 바란다.”

<대담=이인원 회장/ 정리=김소연 기자 / 사진=한명섭 사진부장>

■ 김성익 총장은…
김성익 총장은 1960년 생으로 삼육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목회를 시작, 영동삼육외국어교회, 대구삼육외국어교회, 부산서면외국어교회에서 목회했다. 지난 1993년 삼육의명대 교양성경 전임강사로 임용됐으며 2000년부터는 삼육대 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동안 생활교육관장, 교목부장, 신학전문대학원 교학부장, 교목처장, 대학교회 담임목사 등을 역임했다. 삼육대 신학과를 졸업한 뒤 AIIAS 목회학 석사를 거쳐 삼육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미국 앤드류스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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