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 믿는 대학 서열은 서울대가 1등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고려대, 연세대가 뒤를 이어왔다.

그런데 BK21 사업 선정 결과 이런 서열은 더욱 굳어지고 있다.

원래 서열과 서열의식은 다른 것이지만 이번 사업확정으로 그런 서열은 더욱 분명해지게 되 었다. 그리고 이런 서열에서 아득히 뒤떨어진 대학들은 2천년대에 이르면 하나씩 둘씩 대열 에서 탈락될지도 모른다.

일류대가 되려면 재정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서울대는 국고의 돈줄을 쥐고 가장 근심걱 정 없이 발전해 왔을 뿐 아니라 이번 사업에서 12개 과학분야를 모두 석권하게 됨으로써 매 년 4백50억원의 지원과 함께 시설자금까 어느 대학도 결코 추종할 수 없는 발전요건을 갖추 게 되었다. 그리고 대학원 중심대 전용 시설을 위해서 매년 투입되는 5백억원도 그렇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지니는 서열의식에서 서울대가 일등이라면 연세대, 고려대는 2위, 3위라 해도 아주 멀리 떨어진 자이고 그 뒤로는 이를 악물고 뛰어도 박수도 못 받고 뛰는 대학들 도 있는 셈이다.

부산과 서울에서 교수들이 대규모 가두시위까지 벌이며 분노를 터뜨린 것도 이 같은 결과를 미리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서울대를 선두로 하는 서열의식을 더욱 확고 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그 같은 재정적 특혜만이 아니다.

대학원 중심대로의 전환이 또 그런 서열의식을 굳히고 있다. 물론 다른 대학들도 분야에 따 라서는 그 같은 대학원 중심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지겠지만 결코 서울대를 따를 수가 없다. 그러므로 사회적 인식으로 보자면 앞으로 서울대는 타 대학 등과 서열을 다툴 대등한 입장 도 아니다. 학원이기 때문에 신분이 달라진다.

물론 서울대에도 학부가 남게 되지만 중심이 대학원이 되기 때문에 학부만 나오더라도 사람 들은 대학원대학 출신으로 볼 것이며 또 실제로 대개는 석사학위까지 마칠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집중적 지원을 안 받더라도 연·고대를 비롯해서 포항공대 KAIST 아주대 등 특화 사업의 일부 지원을 받도록 된 대학들은 상위권 서열의식을 굳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열의식은 때때로 허구일수도 있지만 서열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대학 서열이 수능고 사 성적 순위라는 모순만 아니라면 모든 대학은 일류가 되기 위해 발전을 거듭해야 될 것이 고 서열은 그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일류대 명문대가 손바닥만한 논바 닥 속에서의 황토개구리와 청개구리의 싸움으로 얻어진 명성에 지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 도 없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 나라 일류대가 그렇다.

그렇다면 이 문제가 교육열에 의한 타율적인 조치만으로 극복될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은 다 만 보조 수단일 뿐이고 그 성과는 오직 교수들 자신에게 달려있다. 교수들 자신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따라서는 무명대학의 무명교수가 먼저 세계적인 일류교수가 되고 일류 제자들을 길러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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