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 미술작품 향유…지역 주민 상시 개방

국내 첫 대학 캠퍼스 국제조각공원 '눈길'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성신여대는 창학 80주년을 맞아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마니프조직위원회와 함께 ‘국제조각전’을 오는 26일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미아동) 및 성신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성신국제조각전과 함께 성신캠퍼스뮤지엄 2차 특별초대전도 동시에 열린다. 성신여대는 지난해 ‘성신캠퍼스뮤지엄(Art in the Campus Museum)’ 개관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미술향유의 새로운 관점과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성신국제조각전은 대학캠퍼스에 조성되는 국내 국제조각공원 첫 사례가 됐다. 국제적인 인지도가 높은 조각가 9명의 대형 작품이 영구히 소장·전시되며, 학생은 물론 주변 시민에게 상시 관람이 허용된다.

▲ 김성복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국내작가는 전뢰진(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최만린(前국립현대미술관장), 정관모(성신여대 명예교수), 전준(서울대 명예교수), 김성복(성신여대 미술대학장) 등 5명이다. 해외작가 마이클 워렌(아일랜드), 리밍(중국 광저우미술대총장), 우웨이산(중국미술관 관장), 인샤오펑(중국 前동북사범대 학장) 등 4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국제조각공원은 강북구 미아동 소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야외공원과 오패산 일부에 걸쳐 조성된다. 전시는 4월 26일부터 오는 6월 24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조각심포지엄은 대학이 문화적 감성을 기반으로 어떻게 사회공헌 역할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미래지향적 대학문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은 “‘대학캠퍼스 국제조각공원’은 지난 해 많은 성원과 격려를 입은 캠퍼스뮤지엄프로젝트에 이어 ‘미술문화 운동의 확산과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환경 조성’이라는 성신의 노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작업이 될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시작으로 중국 현역 최고의 작가들까지 망라된 초대작가 면면도 화려하다”고 설명했다.

대학캠퍼스 국제조각공원 작품소개

전뢰진 <화합>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전뢰진 작가는 ‘대리석을 소재로 부드러운 정감과 기념비적 형태의 독자적인 양식을 구현한 조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도 특유의 손맛이 그대로 전해지는 서정적 질감이 돋보인다. 얼핏 한 몸통으로 이뤄진 성(城)을 연상시키지만, 가는 선묘와 낮은 저부조(低浮彫) 처리된 창틀의 배치는 웃고 있는 사람의 인상을 전하기도 한다.

최만린 <0>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역임한 최만린 작가의 이번 출품작 <0>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미 같은 시리즈 작품이 헌법재판소 1층 중앙 로비의 상징물로도 유명하다. 완만한 곡선미가 매력인 작품은 보는 시점에 따라 다양한 인상을 자아낸다. 정면에서 보면 하트 모양이나 여인의 부드러운 엉덩이, 혹은 토실한 둥근 씨앗 등이 연상된다. 측면에선 작품제목처럼 ‘0’으로 보인다. 관점에 따라 숫자 0(영·zero), 도교의 무위(無爲), 불교의 공(空), 서양사상의 태초 혹은 시원 등으로도 읽힌다. 열린 해석의 묘미까지 포용하고 있다.

정관모 <기념비적인 윤목>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의 제13대 이사장을 역임한 정관모 작가는 2002년 ‘대한민국 기독교 미술상’을 수상한 이후로 기독교적인 주제의 작품을 주로 선보여 왔다. 흔히 ‘뉴 아이콘’ 시리즈는 기독교적 영성과 관련된 회화와 조각 작품으로 구성된다. 그 안에는 ‘신앙과 대척점에 위치한 이성과 과학, 욕망과 같은 담론’에 대한 작가만의 해석이 들어가 있다. 이번 출품작도 끌로 거칠게 다듬은 목조각만의 순수한 자연미와 예리하게 정돈된 기하학적인 패턴의 나열이 묘한 대조를 이뤄 종교적 영원성을 연상시키고 있다.

▲ 전준 <소리-탄생과 소멸>

전준 <소리-탄생과 소멸>
서울대 조각과 교수를 역임한 전준 작가의 조각 작품은 자연의 근원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특히 자연의 생명성을 상징하는 ‘대기의 흐름’인 ‘소리’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시공간, 무형과 유형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세계라고 이해된다. 이번 심포지엄에 출품된 <소리-탄생과 소멸> 역시 천연의 재료인 석재를 활용했다. 겉모습은 대형 청석(靑石) 덩어리 원형의 자연스런 균열을 보이고 있지만, 안쪽은 일정한 두께만을 남긴 체 인공적으로 잘라냈다. 마치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자연의 피부를 가진 굳건한 인간의지를 보는 듯하다.

김성복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김성복 조각가는 ‘전통미에 바탕을 둔 현대적 해학미가 넘치는 돌조각’으로 이름나 있다. 보통 신화 속에 등장할 법한 동물을 해학적으로 재해석한 작품과 금상역사가 시공의 벽을 뚫고 힘차게 걸음을 내딛는 듯한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시리즈를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이번 출품작은 ‘바람에 맞선 강인한 인간상’의 돌조각이다. 거의 사람 크기의 조각은 ‘검으면서 빛을 내는’ 오석(烏石 혹은 黑曜巖)을 정과 망치로만 쪼아낸 인고의 결정판이다. 작품의 인물상은 ‘생로병사 희로애락 등 삶의 온갖 역경을 극복한 인간상’을 대변하고 있다.

▲ 마이클 워렌 <Bronze Arch> 

마이클워렌 <Bronze Arch>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조각가 마이클워렌(Michael warren)은 추상적인 상징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출품했다. 기념비적인 거대한 두 기둥의 모습은 마치 ‘시간과 공간 속의 만남’을 연출하고 있다. 마주한 안쪽 두 면은 직각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반면 위쪽은 둥근 원형의 연장선을 이룬다. 작품 전체적으론 수평과 수직, 직선과 곡선, 선과 면 등 두 개의 직육면체 틀을 기본으로 다양한 요소들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견고한 하모니를 선보인다. 작품제목에서 연상되듯 ‘시공간을 관통하는 신비스런 관문’을 마주하게 된다.

리밍 <사나운 말(烈馬)>
중국 광저우미술대학 총장인 리밍 조각가는 중국 현대조각계의 대표적인 주자다. 이번 출품작은 ‘말의 굳세고 다부진 체격과 기골을 단숨에 포착한 표현력’이 돋보인다. 전통적으로 구상성이 강세인 중국 조각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작가만의 독창적이면서도 함축적인 해석력이 인상적이다. 마치 일필휘지 단필로 완성한 문인화의 말 그림을 보는 듯해 볼수록 경쾌한 리듬감과 시원스런 해방감을 자아낸다. 또한 거센 바람을 등진 말의 포즈는 굳건하고 진취적인 기상도 엿보인다.

우웨이산 <스키 타는 사람>
중국미술관 관장으로도 활동하는 우웨이산 작가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조각가인 동시에 중국 미술계에서 가장 비중 있는 인사 중 한 명이다. 그의 조각은 ‘순간도 영원함이 된다’는 정신성을 표현한다. 우웨이산 조각상의 포즈는 마치 ‘영원한 찰나’를 포착한 듯하다. 국제 평론계에서 ‘중국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대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우웨이산의 작품은 전 인류의 영혼을 표현했다’라고 언급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중국 현대적인 사의(写意) 조각을 창조한 우웨이산 작가의 작품은 세계적인 미술·박물관에 다수 소장돼있다.

인샤오펑 <수복된 상궁(修正嬷嬷人)No.88>
중국 동북사범대 미술대학 학장을 역임한 인샤오펑은 중국 현대조각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로 정평이 나 있다. 출품작처럼 그의 조각은 신화속의 한 장면을 옮긴 듯 초월적인 이미지가 특징적이다. 실제로 조각의 주제엔 ‘중국 북방 샤머니즘의 만물을 지배하는 신을 취재한 에피소드’가 담겼다. 원시예술에서 엿보이는 아동미학적인 순박한 미감이나 현실과 이상계를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구성미 역시 인샤오펑 조각의 매력으로 꼽힌다.

성신캠퍼스뮤지엄 2차 특별 초대전 개최
- 미래지향적 대학문화 새롭게 제시

성신여대는 지난해 ‘성신캠퍼스뮤지엄(Art in the Campus Museum)’ 개관해 대학 강의실을 개인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시도를 확장한 형태로 2차 특별 초대전을 개최한다. <성신국제조각전> 개최와 함께 캠퍼스뮤지엄을 야외공간으로 확장시킨 개념의 두 번째 특별기획 초대전인 셈이다.

이번 <성신캠퍼스뮤지엄 2차 특별초대전>에는 구자승, 김영재, 류민자, 유휴열, 유희영, 전준, 제정자, 최예태 작가의 작품이 각 2점씩 총 16점 선보인다. 주로 100호 이상의 대작들로 구성된 이번 특별전은 한국 현대미술을 개척한 원로 작가들의 진면모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극사실주의 구상회화부터 색면 추상, 전통적 미감의 현대적 재해석에서 순수천연의 자연주의 정신성까지 다양한 테마의 통찰력 넘치는 작품들이 전시될 준비를 마쳤다.

작가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한국 리얼리즘 회화의 가장 대표적인 작가인 구자승 △자연의 숭고함을 지닌 산을 매력적인 블루톤으로 해석한 김영재 △대자연속의 숨은 생명의 질서를 동양적 색감으로 함축해낸 류민자 △한민족의 흥과 멋을 살려 한국적 표현주의 작가로 통하는 유휴열 △절제된 색면추상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희영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연의 소리를 표현한 철조각의 전준 △버선이란 특정 소재로 여성성 특유의 정중동을 전하는 제정자 △한국의 산하가 지닌 굳건한 기상을 옮긴 강렬한 색채의 최예태 등의 출품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성신여대가 창학 80주년을 맞아 마니프조직위원회와 함께 마련한 이번 <성신국제조각전>과 <성신캠퍼스뮤지엄 2차 특별초대전>은 문화적 감성을 기반으로 한 ‘미래지향적 대학문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성신여대는 학생과 시민이 함께 교감하고, 대학 캠퍼스 실내외에 새로운 개념의 ‘캠퍼스뮤지엄’을 선보여 우리나라 문화발전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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