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잎부터 알아본 지도교수의 권유로 1,2학년 때부터 연구 참여

학생의 연구 열정은 대학원 진학으로 이어져

▲ 한국산업기술대 생명화학공학과 학생들이 연구실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한국산업기술대)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을 교수, 대학원생만 쓰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학부생도 우수 논문으로 국내외 저널에 게재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1, 2 학년 때부터 연구실에 들어가 실제 연구를 해보고, 공동저자로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는 학부생이 늘고 있다.

한양대 신경섭(생명공학 3)씨가 공저자로 쓴 논문이 지난해 9월 국제 저명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캔서(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에 실렸다. 논문이 실린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캔서(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는 암 분야에서 최상급의 권위를 가진 학술지다.

신 씨는 윤채옥(생명공학)교수가 지도하는 생명공학과 소속 ‘유전자치료연구실’에 윤 교수의 권유로 1학년부터 들어갔다.

신 씨는 “원래 꿈은 의사였으나 ‘연구’하는 것을 좋아해 학부 졸업 후 의대로 학사 편입을 한 후 의사 자격증 취득(MD)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사자격증을 가지고 연구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면서 “임상실험은 의사를 꼭 동반해야 하는데 자격증을 취득하면 실험을 단독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비중이 적고, 취업이 어려운 공학 분야에서 여성 공학도의 SCI급 논문 발표는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교육부는 공학 분야에서 여성인재를 집중 양성하는 ‘여성공학인재 양성 사업’을 추진하는 등 여성 공학도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산업기술대 오인애(생명화학공학 4)씨는 SCIE(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저명 학술지인 Korean Journal of Metals and Materials(KJMM)에 제1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게재를 앞두고 있다.  

2학년부터 연구원으로 참여한 오 씨는 이번 논문에서 넓은 비표면적의 다공질 타이타니아(TiO₂, 금속산화물의 일종) 분말을 콜로이드(colloid)타입의 제재로 합성해 수질 정화 효율이 높은 광촉매로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수중에 용해된 유기물질인 메틸렌 블루를 분해하는 실험을 통해 환경오염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는 실용기술을 제시했다.

오 씨는 논문이 실제 기업 현장에서 적용되는 모습을 보고 논문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오 씨는 “반응기 회사에서 현장실습을 나갔다. 기업에서 실험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논문을 참고해 현장에 적용시켰다”면서 “그 때 처음 ‘나도 논문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논문 주제는 강의 유해물질을 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분말 형태의 물질을 강에 뿌려 이를 광촉매로 활용하면 유해물질을 분해·흡수한다. 기업체에서도 따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오 씨는 이 논문 외에도 SCI급 국제저널에 제2저자로 참여해 게재심사를 기다리는 등 뛰어난 연구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오 씨는 “학부 필수교과인 캡스톤디자인(종합설계)을 하면서 사소한 연구 계획부터 구상, 논문 작성까지 배울 수 있었다. 제1저자는 아니더라도 공동저자로 지도교수 밑에서 논문을 썼고, 학회도 많이 다녔다”면서 “학생이 의욕만 있다면 학교가 논문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다. 대학원에 진학해 이론공부를 실용화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실험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이다현 (생명과학특성학과 4)씨는 지난해 12월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새로운 천연물 유래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해 암 분야의 권위 있는 SCI급 국제학술지인 ‘캔서 레터’(Cancer Letters)지 온라인 판에 제1저자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씨는 3학년 2학기부터 생명특성화대학 생명과학특성학과 분자세포생물학 연구실에 학부연구생으로 참여했다. 이 씨는 지난 1년간 학부 연구 참여를 통해 SCI급 논문에 주저자로 1편, 공저자로 5편 등 총 6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성과를 냈다.

이 씨는 “많은 학부 학생들이 학기 중 연구에 참여하게 되면 학업 시간이 줄어들어 성적이 저하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연구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오히려 전공 공부의 이해와 습득에 뛰어난 시너지 학습 능력을 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부생이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학생이 일찍부터 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1,2 학년 때부터 연구에 관심을 갖는 학생을 지도교수가 이끌어 연구실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순영 건국대 교수(생명과학특성학)는 “학부생들이 국제적으로 우수한 SCI급 논문을 많이 발표할 수 있게 된 것은 우수한 재원을 조기 발굴하고, 학부와 석사과정을 연계해 공부 할 수 있는 ‘석사예약입학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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