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형 서경대 교수(미용예술학과)

헤어아트, 서경 울타리에서 시작
트레이너 노하우는 ‘사물 달리 보기’
예술은 영원… 국가적 지원 절실

▲ 올해 헤어월드에서 선보인 작품. 권기형 교수(사진)는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 축제인만큼 헤어에 당당하게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연구해 담았다고 말했다. 컬러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목련과 연꽃에서 착안했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기존의 많은 직업은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영감으로 하는 일들은 굳건하다. 기술을 넘어 인간의 영감(靈感)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은 그래서 ‘예술’인 것이다. 헤어아트(hair art), 그래서 말이 된다.”

한국은 최근 세계미용협회 주최 ‘국제미용경진대회(이하 OMC, 헤어월드)’서 챔피언에 올랐다. 한국 국가대표는 여성파트 뷰티부분 헤어·피부·메이크업·네일 4개 중 메이크업을 제외한 3개 분야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전체 순위 1등을 차지했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OMC는 흡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관으로 열리는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올림픽’을 연상시킨다. 스포츠가 아닌 미용분야일뿐이다.

한국의 국가대표 선수 트레이너 권기형 서경대 교수(미용예술학과)를 만났다. 권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부는 K-뷰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K-팝처럼 ‘K-뷰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홍콩, 베트남, 유럽 등지에서도 한국의 연예인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죠. 한국의 미용 수준은 이미 세계적입니다. 한국에서의 1등이 전 세계에서 1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배들이 역경 속에서도 저변을 넓혀 놓았기에 오늘날의 성과가 가능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국제대회 트레이너가 없었습니다. 훈련을 받으려면 해외에서 트레이너를 영입해야 했죠. 개인 비용으로 부담해야 했기 때문에 열정이 있어도 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거머쥔 선배들도 계셨지요. 그분들의 노하우가 쌓여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권 교수 역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헤어부분 국가대표 출신이다. 2002년 한국이 온통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바라고 있을 때, 권 교수와 동료들은 당시 헤어월드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했다. 헤어월드 4강을 염원하면서 말이다.

“결과요? 염원이 현실로 됐죠.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4강에 들었습니다. 이외에도 아시아·유럽 등 대륙 간 국제대회에서도 챔피언을 차지했습니다. 당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죠.”

‘헤어아트’. 지금은 일반적으로 쓰는 말이지만 ‘헤어아트’ 탄생에는 서경대, 나아가 한국의 콧대 높은 미용계 자부심이 담겨 있다.

“미용학과는 전문학사과정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미용예술의 석·박사 과정도 있죠. 서경대가 대표적입니다. 헤어의 디자인과 제품 등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연구개발이 국내서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국내 연구가 세계적인 수준이죠. ‘헤어아트’란 말 자체도 교내 울타리 안에서 싹텄습니다.”

헤어부분 한국의 금메달 소식은 올해로 두 번째다. 지난 201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헤어월드에서 한국 최초로 챔피언을 차지했고, 우리나라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도 챔피언의 자리를 지켰다.

“기술 기능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바쁘게 익히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기술을 넘어 영감을 예술로 승화하는 것은 아무나 못 하는 것입니다. 언뜻 보면 ‘고급스러움’, 나아가 ‘혼’을 작품에 불어넣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술을 한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해야 합니다. 개인을 둘러싼 모든 사물은 작품을 완성해 내는 아이디어입니다. 사물의 특징, 각각의 독특한 이미지를 메모해 놓고 작품에 임할 때 맘껏 풀어놓아야 합니다. 창작하는 사람은 그래서 찾기 어려운 겁니다. 고통이 따르니까요.”

권 교수는 그래서 학생들의 재능 발굴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했다. 남다른 감각을 가진 학생을 발굴하기도 어렵지만, 이들의 재능을 키우는데는 개인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협회 혹은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뷰티분야는 스포츠나 방송분야보다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범위가 좁습니다. 잘 알지 못하죠. 스포츠나 뷰티 모두 국제 대회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그에 따른 포상은 똑같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사회적인 시선은 다르죠. 국가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학생도 학교 입학의 문은 여전히 좁거나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적 수준의 한국 뷰티미용분야에 대해 우리 스스로 애정을 갖고 주변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했다. 해외에서 우리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한국이 뷰티분야 금메달을 따도 이제는 ‘기적이다’란 반응은 없다. ‘역시 한국’이란 반응이 유지되려면 권 교수는 교육분야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 인재들을 키울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단순 항공료 지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후배들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이제는 국가적으로 만들어야 하죠. 아무리 인공지능일지라도 인간의 가슴과 손끝에서 나오는 ‘영감’은 따라올 수 없습니다. 그러한 분야를 국가적으로 발전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계가 우리 K-뷰티를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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