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섭 삼육대 심리학과 교수 (삼육대학 인성교육원장)

지식IN에 보니까 어떤 학생이 대학에 간 사촌 오빠가 MT에 간다고 해서 “MT가 뭐냐?”고 물었더니 그 오빠가 하는 말, “그냥 같은 과끼리 놀러가서 1박 2일이나 2박 3일정도 놀다 오는 거야, 대학 판 야영정도?” 또 다른 대학생은 ‘MT’하면 떠오르는 것은 ‘같이 식사하고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술 파티하고, 장기자랑하고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학의 MT 문화를 대부분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학과 친구, 선후배들끼리 혹은 동아리 멤버들끼리 함께 즐기고 놀면서 우정을 다지고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학생들과 매년 MT를 가지만, 너무 노는 분위기로만 일관되는 것 같아 마음이 늘 불편했었다. 그렇다고 무슨 제안을 하자니 모처럼 즐기는 학생들의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아 그냥 함께 있어주다가 슬며시 빠져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몇 년 지난 후 MT에 가기 전에 임원들에게 나의 미국 유학시절 신선하고 감동적인 MT 추억을 말해주면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보자고 학생들에게 제안했었다.

그 기억은 학기가 시작하기 전, 학과의 전 교수와 학생들이 한적한 공원에 가서 2박 3일을 보낸 기억이다. 한 명의 교수와 열 명 가량의 학생들이 모여 모둠을 이루었는데, 식사 시간마다 교수들이 직접 요리를 해서 학생들에게 대접했다. 밤에는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교수가 먼저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고 학생들과 미래의 비전을 나누었는데, 정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를 경험한 순간이었다. 높게만 보였던 교수가 학생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와 자신의 학창시절 경험을 말해주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줌으로서 그 마음들에 공감해주는 분위기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 학생들이 이 제안을 받아들여서 그 이후로는 반드시 이런 분위기로 MT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금은 학생들 모두가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다(우리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새벽까지 교수들과 함께하는 ‘마피아 게임’시간이다. 심리학도들과 그 교수들의 피 튀기는 설전을 상상해보시라).

MT란 'Membership Training'의 약자로서 사전에는 ‘단체 구성원의 친목도모와 화합을 위하여 함께 수련하는 모임’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인성교육의 주요 덕목에는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공동체의식을 갖는 것’들이 있는데, 이러한 덕목들은 학교 수업보다는 MT를 통해서 체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자연스럽다.

인간은 ‘자연’ 속에 있을 때 순수해진다. 딱딱하고 삭막한 강의실 속에서보다 꽃과 나무, 바닷가에서 활짝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선배와 후배가 ‘동행’하며 순간을 다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MT 문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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