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의창 (본지 논설위원 /서울대 교수)

일반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난 십 년간 초중고 학교체육에 막대한 지원이 있었다. 스포츠강사 지원, 스포츠클럽 육성, 체육관 신축, 인조잔디구장 시공 등에 매년 수백억원이 투자됐다. 2013년부터는 중학교 체육수업시간이 주당 1시간씩 증가하기도 하였다. 이로 인해 학교체육은 활성화의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온종일 앉아서 온통 머리만 써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온몸을 활발히 움직이며 몸속에 누적된 스트레스를 없애버릴 기회를 학교가 제공해주고 있다.

학교체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신체적 건강(체력)과 정신적 건강(인성)을 다지려는 것은 전 세계적 동향이다. 가정을 제외하고 학교는 아이들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양육되는 유일한 곳이다. 아이들이 하루의 상당 시간을 보내며 총체적 발달을 도모하는 신뢰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세계 각 정부는 학생 건강 유지, 증진에 관한 종합센터로서의 학교 기능을 더욱더 강화하려는 효과적 조처 마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 실천적 노력이 ‘신체활동 친화적 학교조성’이다. 걷기, 스포츠, 체조 등 어떠한 종류건, 학생들의 활발한 신체활동이 습관화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학교의 전 측면을 구조화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즐겁게 몸을 활발히 움직이는 실천을 자극하는 곳으로 학교를 탈바꿈한다. 복도와 계단 활용하기, 학교앱을 통해 운동량 측정하기, 점심시간리그 참여하기 등이 그 예다.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Let’s Move Active Schools(미국), Active School Flag(아일랜드), PE with Class(폴란드), Finnish Schools on the Move(핀란드) 등이 있다.
그런데 우리의 대학은 어떠한가? 캠퍼스는 신체활동 친화적인 곳인가? 신체활동을 통한 학생의 건강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대학은 가히 사각지대 중의 사각지대라 할 만하다. 초중고 체육정책 변화로 이제 신체활동의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가며 대학에 들어온 갓 스무 살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의 운동욕구를 긍정적으로 발산해낼 변변한 프로그램이 없다. 대학 내에 실내체육관, 실내수영장, 인조잔디운동장, 피트니스센터 등과 같은 다양한 운동시설 부족은 더 이상 지적의 대상이 되지도 못한다. 기껏해야 선택폭이 협소한 교양체육이나 몇 개 안되는 운동부만이 제공되고 있을 뿐이다.

우리 대학생들 앞에는 입시전쟁을 막 마친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치열한 취업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학점, 영어, 봉사, 인턴, 연수 등으로 대학 4년을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대학에는 낭만만이 멸종된 것이 아니다. 건강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대학에서의 신체활동 기회가 너무도 부족하다. 대학생들이 운동이 싫어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하고 싶어도 정보, 시설, 프로그램 등 환경이 열악해서 그런 것이다.
청년기를 넘어 중장년에 들어서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건강이 최고의 재산이며, 운동습관이 그 재산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보험이라는 점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했다. 어릴 때부터 운동습관을 키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그럴 수 없는 이들에게 제2의 기회는 바로 대학시절이다. 그러니 행복한 인생을 위해 운동을 생활화할 수 있는 체험기회를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대학이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행복한 운동의 추억을 남겨주어야 한다. 운동친화적 캠퍼스가 절실하다.
교양체육과 스포츠클럽을 절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축구나 농구 등 남학생 선호의 구기스포츠는 물론 필라테스, 요가 등 여학생의 기호에 적합한 운동종목까지 선택의 폭을 다양하게 해줘야 한다. 교내에서 신체활동을 어떻게 즐겁게 할 수 있는지 다양한 정보와 방법을 캠퍼스 곳곳에 제시해야 한다. 주변 스포츠 시설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학 당국에서 지원해야 한다. 교육부는 실내체육관, 실내수영장, 무용실, 건강체조실 등 다양한 신체활동 시설이 강의실 개념으로 대학교의 기본 시설이 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평생체육진흥의 맥락에서 대학생들에게도 스포츠 바우처를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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