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회 떠나는 교문위원 배재정 의원이 말하는 '19대 국회와 대학'

“총장직선제가 지고지선 아니다 … 선택권을 주는 헌법정신 살리자는 것”
“대학에서 민주주의 경험 쌓아야” … 학생에 학칙개정권한 준 법안 발의
“여당의 수직적 의사구조, 청와대의 지시에 옴짝달싹할 여지 없어 보였다”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19대 국회가 막을 내렸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확대개편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약 3년간의 활동도 끝났다. 당선자와 낙선자의 희비가 교차하고, 후임자를 위해 사무실을 정리하는 의원실이 많아졌다.

낙선자 가운데 배재정 의원(49, 사진)도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였던 부산 사상을 이어받아 분전했지만 장제원 당선자에게 밀려 낙선했다. 그는 문방위에서 활동하다 교문위 개편 뒤 교육 분야를 담당했던 비례·초선 의원이다. 3년여간 43건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된 법안은 4개에 불과하다. 그도 불량 상임위의 불량 의원이었을까?

배재정 의원은 “의미 있는 법안을 만들자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다보니 발의하는 족족 쟁점법안이 됐다. 통과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가 본 교문위의 활동은 어땠을까. 20일, 이사준비로 한창인 그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19대 국회에서도 가장 주목 받았던 교문위에서 활동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어려움이 왜 없었겠나. 처음 의원실을 열고 회의를 하면서 의미 없는 법안은 발의하지 말자고 원칙을 세웠다. 그랬더니 발의하는 법안마다 쟁점법안이 됐다. 그러다보니 법안 통과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 어제(19일) 본회의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처리돼 4개가 통과됐다.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법안통과가 너무 적은 게 아닌가 하는 자기검열을 하게 되더라. 아쉬움이라기보다,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이 생겼다.”

-발의한 법안들을 보면 예리한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대학가의 오랜 문제인 시대착오적 학칙에 대해서도 법안을 발의했는데.
“그 법도 쟁점법안이다. 생각해보라. 상식적으로 대학은 최고 지성의 전당이다. 학생이 지성의 전당에서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그들은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주체다. 그들이 민주주의의 경험을 쌓을 수 있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 고민해서 학칙개정 문제를 담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대학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전달하고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주체로서 대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그렇게 법안을 냈더니 통과가 안되더라.”

-총장직선제에 대해서도 강한 문제제기를 했다.
“일맥상통하는 문제다. 故 고현철 교수의 사망사건에서도 보자. 상임위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인데 국립대 교수가 본인들이 소속된 학교의 총장을 뽑는 가장 적합한 방식을 선택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인가? 교육부는 총장직선제의 폐해가 많다고, 그래서 간선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야당)도 총장직선제가 지고지선이고 간선제가 최악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직선제의 폐해와 간선제의 부작용을 모두 인정한 상태에서 그것을 대학 내에서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게 헌법정신에도 부합하는 것이고, 최고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도 가장 걸맞은 형태가 될 것이라는 거다. 그러나 안 받아들여졌다. 고 교수의 죽음 뒤 1년여가 흘렀다. 지금 직선제를 택한 유일한 국립대인 부산대는 각종 행·재정적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의정활동 중 주목할 게 을(乙)지로위원회 활동이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79일간 장기파업을 조정하기도 했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으로서 처음 대학을 찾았는데…. 첫 날을 잊을 수 없다. 청소노동자들이 농성하는 계단으로 들어가는데 우리 일행(비서진)이 초행이라 실수를 했다. 농성을 위해 펼쳐놓은 보온천을 밟아버린 것이다. 그랬더니 노동자들이 친구를 밟고 가냐며 싫은 소리를 했다. 거기서부터 ‘헉!’했다. 그 뒤 노동자들과 대화를 할 때 또 가슴이 아팠다. 우리더러 ”왜 이제사 왔느냐, 당신들 뭐하는 사람이냐“며 매섭게 쏘아붙였다. 파업이 79일간 이어진 장기파업이지 않았나. 대학과 노동자 사이의 불신은 물론이고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감도 팽배해진 상태였다. 이후 며칠간 대학의 총장실과 노동자들이 농성중인 옥상을 오가며 릴레이 협상을 했다. 한자리에 모이기도 힘들어 우리가 양자를 오가며 말을 전하고 중재했다. 다행히도 양자가 모두 통 큰 양보를 해 사태가 봉합될 수 있었다. 4년간 의정활동을 하며 가장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대학가의 산적한 문제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현안이다.
“대학을 포함해 교육계 전반에 만연한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교육부를 질타할 수 밖에 없다. 교육부는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겠다, 학교비정규직을 해결하겠다고 말만 하고 실질적인 움직임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도리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갈등을 부추겼다. 학교비정규직에 대해 TF(태스크포스)팀을 만들더니 소리소문없이 해체했더라.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천착해 지속적으로 질의하고 따져봤지만 교육부는 해명 한마디 없이 팀을 해체해버린 것이다. 현장에선 해결된 게 하나도 없는데도 그랬다. 이준식 부총리에게 이번에도 팀의 해체에 대해 추궁했더니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하더라. 그럼 그 TF팀은 그간 무슨 역할을 했다는 것인가?”

-의정활동 중 국무위원이나 정부와 대립각을 자주 세웠다.
“그렇다. 지금 행정부는 너무 비대하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3권분립이지 않나. 지금 국민들은 사법부마저 행정부의 하위구조가 된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명하는 상황이다.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건 언론과 입법부 밖에 없다. 그러나 의정활동 내내 입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협조는 전혀 없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 논란을 봐도 그렇다. 야당의원들은 그와 관련된 어떤 자료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다. 2013년에는 국정감사 당시 여당과 정부의 방해로 일반증인 한 명도 없이 기관증인만 두고 국감을 치르기도 했다. 자료를 건네주면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려고 하니 아예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 버티기로 응수하는 것이다. 자료를 왜 주지 않느냐고 잠깐만 욕을 듣고 견디면 더 이상 진척이 없으니까…. 그걸 반복하다보니 국회의 역할에 대한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증인출석은 교문위 국감에서 항상 초미의 관심사였다.
“문제가 많았다. 솔직히 말하면 여당도 결정권한이 없다고 느꼈다. 경우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당 내부의 의사소통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청와대가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서 여당은 그걸 받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것 같다. 의원 개개인별로 보면 합리적인 의원들이 많았지만 선택의 폭이 적었다. 상임위 활동 자체가 수직적이었다. 비리사학 증인 채택에 대해서도 이미 결정된 것을 뒤집을 능력이나 여건이, 여당에는 없었다. 상임위 활동이나 역할에 대해 훈련이 안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인가.
“주요 정책에 대한 ‘오더’는 받지 않았겠는가. 최근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관련한 논란도 보라. 보훈처장이 개인적인 성향으로 청와대와 조율 없이 그런 내용을 결정할 수 있었겠나? 제창을 하라고 청와대가 지시했는데 보훈처장이 그걸 어길 수 있는 구조인가? 우리가 명시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상식적 판단을 내릴 수는 있다. 그러다보니 국무위원에 대해 야당의원끼리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 논란 때다. 황우여 당시 부총리는 개인적으로 국정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었다는 거다. 정권의 요구이기 때문에. 어느 장·차관이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확인하는 것보다 그 시스템 자체가 문제다. 대통령과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받아쓰기 하는 장관들이지 않나.”

-대학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대학구조개혁법(대학 평가 및 구조에 관한 법률안)을 당론 반대했다.
“매우 중요한 이슈다. 인구가 갈수록 줄고 학령인구가 먼저 준다고 한다. 그러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는 앞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왜 그걸 정부가 주도해야 하나? 정부는 주도하지 않으면 개편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게 정부가 공정한 룰과 과정으로 진행할 수 있는 문제냐. 국감 당시 질의도 했지만, 정권과 일부 사학이 불법적으로 유착돼 있다는 의혹이 많다. 실제로 한 교육부 관료가 뒷돈 받다 들통나기도 했다. 시장의 논리, 정부의 주도를 이야기하기 전에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도출할지 합의하는 게 먼저다. 구조개혁을 한다고 하면 그를 통해 발생한 고통을 어떻게 나눠서 감내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면 지금처럼 일부 전관예우 대학에 대한 불법적인 왜곡이 발생하는 거 아니겠느냐. 어떻게 구조개혁을 하고, 그 구조개혁의 피해와 고통을 사회적으로 수용할지, 어떤 방법이 합리적인지 더 많은 공론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정부주도로 사업을 주고 안주고 해선 안 된다.”

-그러나 야당은 대안입법을 하겠다고 밝히고도 19대 동안 발의를 못하지 않았나.
“그런 비판은 감수하겠다. 충분히 타당한 지적이다. 우리의 고민은 이 문제를 단순히 여야의 법안 자구조정 수준으로 격하시킬 수 없었다는 데 있었다. 사회적 공론화와 컨센서스가 구성되지 않은 채 여당이 정부로부터 청부받은 입법발의를 했다고 그에 맞선 대안을 발의하면 어떻게 됐겠나. 여야의 당리당략에 따른 법안수정 정도에서 법이 통과되고 말았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 없이. 단순히 정부가 요구하는 정부주도 지원금 나눠먹기 수준의 법안을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이 법안 자체를 국회에 상정하지 않는 전략을 폈다. 왜 논의구조와 컨센서스를 구성하지 못했냐고 한다면 달게 받겠다. 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공적연금개혁에 대한 국민논의기구 등 대타협기구를 만드는 게 선행돼야 할 과제라고 봤다. 이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당시 정부는 공무원연금법 개정 뒤 사학연금 등 관련 직역연금 개정은 시도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보라. 바로 어제 사학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게 얼마나 무책임한 정부인가. 결국 개인적으로 어제 표결에서 기권했다.”

-국립대 회계법(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 당시에는 당론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합의처리하지 않았나.
“당시 총장들이 의원들을 상대로 엄청난 로비를 했다. 찾아오거나 전화해서 호소하고…. 이게(국립대 회계법) 통과되지 않으면 대학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비명을 질렀다. 어쩔 수 없다, 통과시켜달라고. 이처럼 막대한 여론에 직면하면 마냥 버틸 수가 없다.”

-국립대 회계법 제정 논란은 사실 국립대 학생들의 교육비 절감을 위해 시작된 이슈다. 그런데 법에선 전혀 이 부분이 다뤄지지 못했다.
“그 같은 비판에도 공감한다.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 학생들에 대한 배려나 논쟁이 부족했다. 교육비 절감이라는 거대한 이슈에 대해서 우리는 당론으로 반값등록금을 펼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선에서 졌다. 이후 국가장학금을 필두로한 정부의 교육비 절감대책에 나왔다. 반값등록금과 국가장학금은 정확히 평행선을 긋는 논의다. 정책적으로 갭이 생기기 때문에 야당으로서 이 정책 자체를 선회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비판은 달게 받는다. 다만 국회 활동 중 정권을 잡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19대 국회에서 교육 문제를 들여다보며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더 많은 논쟁이 필요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은 없다. 고등교육의 문제는 광범위하게 봐야 한다. 국립대와 사립대, 국립대학법인 등이 있지만 사실 국립대는 국립대대로, 사립대는 사립대대로 위축되고 있지 않나. 이 대학들이 유지되는 방식이 정부사업을 얼마나 따내느냐로 갈린다.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유지하는 게 맞는 것인가? 이런 과정에 대해 충분한 합의와 논쟁이 필요한데, 국회도, 사회도 이런 논쟁을 회피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