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도입보다는 구성원간 충분한 논의 거쳐야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중앙대와 한성대에서 광역화 모집을 반대하는 시위가 발생하면서 광역화 모집에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지난 1995년 교육부가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과 교육의 질 향상 등을 목적으로 학교들에 권장하면서 시작된 광역화 모집은 성균관대가 최초로 학부제 입학을 실시한 이후 여러 대학이 채택했다. 그러나 소속감 결여, 선택 쏠림 현상 등 부작용이 나타나며 대학들은 다시 학과제로 돌아가는 등 광역화는 부침을 겪어왔다. 성공적인 광역화 모집 도입을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간 합의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광역화의 도입 목적은 학과별 장벽을 없애고 학문간 융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학과 수업이 아닌 세부 전공들을 선택해 자신이 원하는 선택과목을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트랙제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접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입 위주 교육 여건 상 신입생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이 적성에 맞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공탐색의 기간을 거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발전 및 교육의 질 향상도 기대된다. 광역화로 학과의 경계가 무너지고 다양한 트랙제도가 활성화되면 교수들 간의 협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속이 없는 학생들이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교수들이 학교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A대학 관계자는 “가만히 있어도 학생 정원이 주어지는 학과제와 달리 광역화를 하면 교수들이 학생을 유치해야 되기 때문에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광역화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소속감 약화는 광역화 도입으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다. 학과제와 달리 자신의 진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학생들은 어디에도 소속되기가 어렵다. 기존의 재학생들 역시 신입생들이 자신과 같은 학문을 배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선후배 관계를 맺는 것도 쉽지 않다.

취업에 도움이 되거나 인기 있는 특정 전공에 학생들이 쏠리는 것도 문제다. B대학에 재학중인 김씨는 “취업이 중요하다보니 취업에 유리한 전공을 선택하려는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인원은 제한돼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려면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 대학에 들어왔는데 다시 수능을 준비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등 비인기 학과의 문제도 거론된다. 인기전공에 비해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전공의 구성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정원 감축 등으로 이어져 해당 학문들의 존속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려는 본 취지를 살리며 광역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A대학 총학생회장은 “SNS등 기술이 발전된 요즘 시대에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학교 측에서도 솔직하게 공개하고 논의를 하는 것이 학생들을 설득하는데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B대학 기획팀 관계자도 “사회적으로 융·복합 인재를 요구하는 지금, 광역화 모집에 대한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보충과 논의를 거친다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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