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이래서야” … “개선 노력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비정규직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의혹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된 서울대가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에 소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측이 밝힌 비정규직 수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801명에서 비정규직 직원수는 803명(2015년 12월 기준)으로 대동소이했고, 임금격차나 처우개선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례는 드러나지 않았다. 대학 측은 ‘진행 중’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이번 감사는 국회가 요구했다. 국회는 지난 19일 본회의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제안한 감사요구안을 찬성 182표로 의결했다. 국회법에 따라 감사원은 감사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내에 감사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국회가 본회의 이튿날인 20일 요구안을 감사원에 접수시킴에 따라 보고 시한은 자동으로 8월 20일까지다.

교문위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서울대의 비정규직 차별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정진후 의원은 다시 질의에서 “어떻게 서울대가 이럴 수가 있느냐. (서울대 발전에) 거기에 근무했던 직원들의 공로는 포함되지 않느냐. 감사원 감사와 함께 서울대 총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 국회가 지적한 서울대의 비정규직법 위반 의혹은 다양하다.

감사원 감사를 요구한 정진후 의원은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문제 삼았다. 정진후 의원에 따르면 감사 당시 서울대의 비저유직은 801명이다. 이 가운데 48명은 고용기간 2년을 초과해 무기계약직 전환이 가능함에도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이를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고 질타했다.

쪼개기 계약 의혹도 제기했다. 쪼개기 계약은 무기계약직·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고용시간을 쪼개 비정규직 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법적으로 15시간을 넘기지 않는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전환 의무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 신종 고용편법이다. 정 의원은 서울대도 2010년 채용한 비정규직 16명에 대해 쪼개기 계약을 해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당시 질의에 나선 의원들은 비정규직 임금차별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렇다면 7개월이 지난 지금 서울대의 상황은 어떨까.

대학본부와 노동자의 입장은 서로 달랐다.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는 “바뀐 게 없다”고 성토했다. 국감 당시 책임회피용 답변이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여전히 2015년 임금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규직의 90% 수준으로 임금을 맞추기 위해 차등 인상한다고 해놓고 정작 협의테이블에는 당시 공무원 임금인상률인 3.8%를 들고 왔다. 올해는 때가 아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서울대가 여전히 서울대 내 비정규직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통계연보 등 서울대의 자체 문건을 봐도 비정규직 인원은 기재돼 있지 않다. 이 관계자는 “연구소나 각 부서의 실제 직원이 7명이어도 정규직이 1명이면 1명만 있는 것으로 조사했다. 비정규직 자체를 없는 사람 취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서울대가 지난해 4월부터 운영했던 태스크포스(TF)팀도 요식행위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서울대 내 비정규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출범한 TF팀은 현재 활동을 종료하고 해산한 상태다.

대학본부의 입장은 달랐다. 대학본부가 추산한 비정규직 인원은 803명. 국감 당시보다 2명이 늘었다. 그렇지만 이는 자연퇴직자나 인사교체에 따른 것으로 단순히 수치가 변하지 않았다고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미온적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본부 관계자는 “각종 직종에 차이가 크다. 임금편차도 하는 일과 직급간 차이에 따른 것이다. 비전임 계약을 체결한 변호사와 다른 직종의 비정규직은 하는 일이 달라 임금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지 않나. 이를 일괄적으로 통일하라는 게 도리어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론을 내놨다. TF팀은 임금협상을 마친 뒤 재차 구성해 활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노조 관계자 역시 같은 설명을 내놨다. 본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입장을 확인하는 데 역할을 했다. 요식행위라는 비난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본부 관계자는 “비정규직 문제 자체가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사회적 문제”라며 “그간 누적된 비정규직 인원과 노동현황을 파악하려 하고 있고 임금협상에도 충실히 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대에 비정규직이 확산된 것은 각종 사업이나 부서별로 비정규직을 무분별하게 고용한 탓이 크다. 지난 국감 당시에도 비정규직 801명 중 총장 명의로 고용된 비정규직은 35명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밝혀진 바 있다. 각 단과대학이나 연구소, 사업단들이 기관장 명의로 비정규직을 채용하면서 이들에 대한 관리나 추산 자체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감 뒤 7개월이 지나도록 눈에 띄는 시정조치가 없는 점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본부 관계자는 “부당한 차별이 있거나 방기한 지점이 있다면 법에 따라 고발 등이 이뤄질 것”이라며 “차별을 꾸준히 시정하고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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