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진 /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 제정은 교육계의 오랜 숙원사업 중에 하나다. 고등교육재정을 OECD 평균인 GDP 대비 1.1%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한 법적 장치고,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이 쟁점이 됐던 지난 19대 국회 출범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제1호 법안이기도 했다.

이 법안의 기본 취지는 고등교육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선적으로 고등교육투자의 최소수준을 유지하고, 나아가 재정 확보과정에서 국가재정 여건 변화나 정치적 논리에 이끌리는 역기능적 요인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또한 고등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고, 대학등록금 인하를 위한 근본적인 조치기도 하다.

따라서 국가의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OECD 평균 수준인 GDP 1.1%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법률로서 정하고 이를 보통교부금과 사업교부금으로 교부함으로써 등록금 부담을 낮추고 고등교육의 경쟁력은 높이는 한편, 일부 대학에 대해서는 교부금 교부를 제한함으로써 대학구조조정도 유도하고자 하는데 법안 제안의 이유가 있었다.

이 법안이 제정된다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고등교육비 절감과 대학균형발전 등을 위한 기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이 대학의 각종 사업비를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정치적 맥락에서 벗어나 법적 장치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면 교육부와 대학과 협의해 필요한 사업을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정부가 HRD, R&D, 공통 사업으로 총 6조5000억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지만, 수도권 대학이 비수도권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지원받아 지역간 대학재정지원 규모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지방대 육성 방안(2013) 마련과 관련 법률 제정 등 고무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동반되지 않고, 그에 따라 대학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미흡한 상황에서는 여전히 지역간·계층간·대학규모간 대학격차 문제는 해소되기 어렵다. 이러한 대학 격차의 문제를 방치하면 고등교육체제의 기본(fundamental)이 흔들리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정부가 구조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신뢰성과 타당성도 없는 몇 개의 평가지표로 부실대학을 지정하는 방식은 교육적 가치와는 관계없이 대학격차만을 부추길 따름이다. 또한 평가에 의한 차등적 지원 방식은 현재 대학가에서 목도하고 있듯이, 교육부에 대한 대학의 순종주의를 확산해 대학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수도권 중심의 개별 대학에 집중하는 대학경쟁력 지향 패러다임이 아닌 대학균형발전을 통해 지속기능한 대학경쟁력을 지향하는 대학개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한 정부는 대학발전의 필수조건인 대학재정 확충에 우선적으로 전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선택과 집중 원칙에 근거한 현재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가지고 있는 역기능, 즉 지역간·계층간·대학규모간 대학 격차의 확산과 △교육부에 대한 대학의 순종주의 확산 △대학의 자율성 훼손 △대학교육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훼손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법적 정치에 근거한 지원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에게 일정 수준의 재정을 지원해 주는 총괄지원(lump-sum) 방식과 사업별로 경쟁을 유도하는 사업중심 지원방식을 동시에 운영하는 투 트랙 대학재정 배분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제시하는 고등교육재정 확보와 대학재정지원 방식의 개편은 법적 근거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서 대학재정 관련 법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촉구하고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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