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학술정보기획팀장

 

작년 말 모 일간지에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4억3000만원을 들여 100여명이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뉴질랜드산 대형 카우리소나무 테이블이 설치되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서점이 ‘책을 파는 상점’에서 ‘책을 읽는 문화 공간’ 즉, 도서관형 서점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책을 사러 왔다 테이블에 앉아 1시간째 책을 읽고 있다는 한 대학생의 인터뷰도 친절하게 실려 있었다.

 책을 매개로 한 공간들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서점이 그렇고,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공간들과 각종 아이템으로 무장한 북 카페가 그렇다.

대학도서관도 이에 못지않게 공간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부분 지어진지 5~60년 되다 보니 물리적인 노후화와 함께, 각종 전자기기와 장비를 수용할 수 없어 발생하는 시대적 노후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편리하고 쾌적한 환경을 선호하는 이용자들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국내 대학도서관 신축 및 리모델링에 투입된 금액을 조사해 보면 약 7000억원을 상회한다. 올 초 개관한 서울대 도서관(관정관)을 신축하는데만 700억원 가량이 들었다고 한다.

정보매체와 기술의 발달 그리고 이용자들의 정보이용행태의 변화에 따라 도서관 공간의 기능과 역할의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작금의 대학 재정 악화 속에서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대학도서관의 경우에는 이런 일들이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예산의 부족으로 도서관을 대학 내 최첨단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메카로 만들거나 매혹적인 공간들로 무장한 서점이나 북카페와 경쟁할 정도로 꾸미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용자들이 마음 편하게 도서관을 찾아올 수 있도록 머리를 쥐어짜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강대 로욜라도서관이 최근에 서가 및 일반열람실을 포함한 모든 도서관 공간에 기존에 반입이 허용되던 생수는 물론 모든 종류의 음료반입을 허용했다. SNS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공지되자 수백 명의 학생들로부터 ‘좋아요’와 환영의 댓글이 올라왔다. 사실, 텀블러 속에 물이 들어있는지 커피가 들어있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녹차 티백이나 매실액을 섞은 생수병과 음료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실제로 테이크아웃 커피를 비롯해 각종 음료를 들고 다니며 마시는 것이 유행인 시대에 단속은 무의미해진지 오래다. 서고의 종이책과 각종 자료들, 그리고 도서관 열람 환경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걱정은 시행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나이 먹은 사서의 기우일 뿐이었다.

 

예산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기에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찾아야 하는, 절실함이 요구되는 시대에 대학도서관 사서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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