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1류’의 길, 구성원들의 소통과 변화로부터 나와

현 고등교육 문제들, 정부와 대학 함께 해결책 강구해야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한림대는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지역 사립대 중 하나다. 강원도라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위치했지만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들보다도 뛰어난 성과를 내며 명문 지역 사립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강원도 유일 A등급 대학 지정, 8년째 교육부 ACE사업 선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2008년 정부의 부름에 중도에서 총장직을 떠났던 김중수 총장이 다시 한림대에 복귀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해 OECD대사, 한국은행 총재 등을 거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경제‘통’인 김 총장은 국가 발전과 함께 한림대, 대학사회의 발전에도 기탄없는 목소리를 냈다.

-경제 전반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자. 세계 경제가 어렵다는데 정말 그런가.
“예전처럼 세계 경제가 한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이 다 따로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기업과 정부 등 모든 것이 무엇을 보고 있고 어떻게 변하는 지다. 결국 정보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좋다 나쁘다를 획일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한국의 경우, 과거에는 미국과의 의존도가 높았다면 최근엔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극화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하나에 집중하면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담이다. 좀 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세계경제가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세계가 3% 성장하는데 한국은 그보다 못한 성장률을 보이는 것이 문제다.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OECD 상위권이었는데 중간 정도로 떨어졌다.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임금 문제 같은 것이 걸림돌인가.
“아니다. 더 근본적으로 기술 발전이 없고 혁신이 없고 구조개혁을 못하는 것이 문제다. 임금이 비싼 것이나 상승률이 높다고 성장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혁신이나 구조개혁 등 투자가 중요한데 그걸 하지 못해서 성장을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알면서도 못하는 것이 문제다. 산업은 언제나 변한다. 소니가 삼성한테 뒤쳐진다는 것을 예전엔 상상이나 해봤나. 어떻게 새로운 곳으로 가느냐다. 일본의 조선 산업을 보면 유럽, 한국, 중국에 다 내놨지만 아직도 건실하다. 양적으로는 줄었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곳으로 옮긴 것이다. 우리가 살 길은 차별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대학으로 넘어가자. 8년 만에 한림대에 돌아왔는데 소감이 어떤가.
“제 눈에 안경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구성원들의 많은 노력으로 잘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대학사회의 긴장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인데 교육은 단기간 성과가 아니니 산업과는 다르다. 굉장히 고민이 많다. 다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럼에도 활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끌어내느냐를 생각하고 있다.”

-취임사에서 소통과 변화를 강조했는데.
“모든 조직에서 필요한 것이다. 일단 정보의 비대칭을 없애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보 차원이 아닌 지식 차원의 불균형을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공유한 뒤 그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특히 교육이 중요하다. 아무리 홍보해도 지식수준이 비슷해야 대화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통은 그런 정보와 지식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변화는 글로벌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모두 글로벌 경제 속에서 사는데 정부와 학교 등은 변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바뀔 필요가 있다.”

-한림대는 강소대학의 이미지로 보인다. 특성화 전략을 가지고 있나.
“한림대는 특수성과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대부분의 대학이 종합대학의 모습인데 그와는 달라야 한다. 설립 당시 의대 중심이었는데 인성 중심 교육이 함께 했다. 몇 개 단과대를 중심으로 특성을 가진 모델로 가야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한림대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인문사회 계열의 특성화라 생각된다.
“일단 의대가 있으니 의료계통이다. 그리고 고령화 사회인만큼 사회과학과 연결해 복지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지금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으로 이름을 바꾼 언론정보학부가 인문사회와 아이티까지 융합된 대표적인 특성화 케이스다.”

-한림대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총장으로 오자마자 비전을 이야기했다. 3년, 5년, 10년이 지날 때 변한 것이 있어야 한다. 또한 그것은 자발적으로 변해야 한다. 윗사람이 강제로 끌고 가면 단기적 효과만 있을 뿐이다. 키워드는 ‘선진 1류’다. 국제적으로 1류 대학이 되겠다는 것이다. 한림대가 강원도 지역에선 1등일지 몰라도 그게 진짜 선진 1류인가. 세계 속에서 진짜 1류가 되어야 한다. 복잡하지만 그 키워드를 가지고 국제화를 해나갈 것이다.”

-지금 한림대에는 외국인 학생이 어느 정도 있나.
“전체 8000명 정도인데 그중 400명 정도다. 너무 적다. 비중도 중국인 학생이 많다. 다른 국가 학생들을 유치해야 한다. 그게 숙제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그중에서도 한림대에 올 이유가 있어야 한다. 글로벌 시각에서 한국을 보여줄 수 있는 분야, 그리고 한류에 특화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교육정책으로 들어가자. 현재 고등교육 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정부다.
“다른 나라에서는 하지 않는 특이한 형태다. 80% 이상이 사립대인 상황에서 사립대들은 각자의 건학이념에 따라 생존 법칙을 찾아야 한다. 다만 재정여건이 워낙 취약하다보니 여러 의존을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되면서 대학구조개혁을 말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크게 바뀌는 상황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 상황에서 어떻게 될까. 정부와 대학이 모두 정신을 차리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반값등록금 등 대학교육이 평등이라는 개념으로 가는 측면이 있다고 보는데.
“정부가 상당 부분 장학금을 제공하며 반값등록금이라는 정치적 표현을 하고 있다. 돈도 돈이지만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변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시 대학으로 온 가장 큰 이유가 현재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나아가는데 가장 큰 허들이 대학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른 여러 가지도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그런데 지금은 단기과제에만 치중하고 있다. 또 개념화가 복잡하고 어려워 회피하고 있다. 글로벌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걸 넘어서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너무 많은 간섭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자유경제가 원칙적으로는 옳지만 교육은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외부 효과를 창출한다고 이야기한다. 기업은 물건을 사고팔면 이윤을 얻지만 교육은 사회에 기여하게 된다. 적어도 국가가 관려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립대라고 그냥 손을 놓을 수는 없다. 다만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규제만 받는 것이 문제기 때문에 바뀔 필요가 있다.”

-뜻대로 행하여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나이라 일컫는 종심(從心)의 나이가 됐다.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매달 특강을 하고 있다. 첫 강연이 한림대가 나에게 무엇이고 나는 한림대의 누구인지를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사색을 많이 하면서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고통 뒤에는 기쁨이 온다는 것을 생각하라고 했다. ‘낭중지추(囊中之錐)’가 내 인생의 좌우명이다. 내가 능력이 있으면 사회가 날 활용한다는 것이다. 남 탓을 하기 전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내일을 향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이름을 남길 생각은 없다. 다만 교수 위주의 대학이 학생 위주로 갔으면 좋겠다. 경제로 말하자면 공급자에서 수요자 위주로 바뀌는 것이다. 현재 대학의 성적을 교수 연구업적, 논문으로 본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에 소홀하게 된다. 대학의 주인인 학생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렇게 바꾸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역사회 지도자를 만나면 명문대학이 도시발전의 척도라 말한다. 명문대도 없이 산업시설이 있을 수 없다. 네이버가 춘천에 왔어도 서버만 오지 않았나. 구조개혁평가 결과나 지원사업 선정은 명문대의 기준이 아니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가기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연스러운 캠퍼스라이프가 되기 위해 지역도 대학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학생이 서울에서 통학하면서 공부가 되나. 사람들을 유치해 그 안에서 지역이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 사람이 중요하다.”

<대담=이인원 회장 / 정리=이재익 기자 / 사진=한명섭 사진부장>

■ 김중수 총장은…
1947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민경제교육연구소장, 대통령 경제비서관 등을 역임하다 1998년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장에 부임하며 대학과 인연을 맺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개발연구원장에 부임했으며 2007년 한림대 6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2008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OECD 대사를 역임한 후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은행 총재로 일했다. 이후 펜실베니아 객원교수, 서울대 객원교수, 한국은행 고문 등을 거쳐 2016년 한림대 총장으로 다시 부임했다. 1987년 국민포장, 1992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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