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려대·서남대 구재단·교육부 ‘정상화 방안’ 교감 있었다”

교육부, 한려대·서남대 구재단과 서남대 의과대학 폐지 교감?
서남대 교수들 “3월경 한려대서 3자가 통합에 공감대 이뤘다”
교육부 “정상화 방안 중 하나 … 컨설팅 거쳐야” 공식입장

▲ 지난 2013년 서남대 교직원들이 서남대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이재·김소연·천주연 기자] 서남대 의과대학을 폐지하고 한려대를 자진폐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서남대 구재단의 정상화 방안이 사실상 교육부의 작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7일 서남대와 한려대,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3일경 40명 정원의 서남대 의과대학을 폐지하고 한려대를 자진폐교하는 서남대 구재단의 정상화 방안을 제출 받았다. 이 내용은 서남대 구재단이 작성한 것으로, 서남대 남원캠퍼스를 평생교육기관으로 전환하고 아산캠퍼스를 한려대와 통합해 제3의 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안에 따르면 한려대 교수와 직원 전원은 새로 출범하는 제3의 대학으로 승계된다. 구재단은 또 녹십자병원과 남광병원, 남원병원, 구 광주예술대 건물과 수익용 재산 등을 처분해 약 460억원을 조성해 새로 출범하는 대학의 교육여건 개선에 쓰겠다고 밝혔다. 한려대 소속 학생은 인근 타 대학으로 특별편입학이 추진된다. 사실상 서남대 의과대학을 포기하고 자원을 모두 한려대 측에 몰아주는 셈이다.

이 같은 방안이 교육부를 통해 발표되자 서남대 구성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는 구성원과 합의가 없는 정상화 방안을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항의했다. 대학본부 역시 의과대학 폐지는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문제는 정상화 방안이 마련된 시점이다. 서남대와 한려대의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이 안은 늦어도 올해 3월 한려대와 구재단 측을 거쳐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려대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발표한 서남대 정상화 방안이 대학 내에서 논의되던 다양한 방안 중 하나라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안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한려대 입장에서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하위등급(D·E)을 받지도 안했는데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 자진폐교를 시킨 뒤 새롭게 아산에서 출범하는 게 골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안에서 한려대 자진폐교가 강조된 것은 아쉽지만 구재단 측에서 나름 한려대를 회생시키기 위해 낸 방안이라고 본다. 교육부 컨설팅을 거쳐야 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기다려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남대 측에서는 보다 강력하게 한려대와 구재단, 교육부의 연결고리를 주장했다. 서남대 한 교수는 “5월경부터 소문이 돌았다”며 “한려대 측에서 한려대에 자원을 몰아주는 방식의 정상화 방안을 구재단·교육부와 협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털어놨다. 평생교육시설 전환과 의과대학 폐지 등으로 서남대를 사실상 폐교시킨다는 데 한려대와 구재단, 교육부가 공감대를 이뤘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7일 오전 신속하게 서남대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것이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킨다. 교육부는 “컨설팅을 거쳐야 한다”고 단서를 달면서도 보도자료를 통해 “서남대는 그간 학교 정상화를 위해 재정기여자 영입 등을 추진했으나 별 성과가 없어 2주기·3주기 구조개혁 평가에 대비한 정상화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자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석연찮은 점은 또 있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이번 서남대 정상화 방안은 부실대학 폐교의 신호탄으로 대학구조개혁 평가결과 하위등급에 있는 대학들에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서남대와 같이 한 설립자(법인)가 여러 대학을 운영하는 경우 통·폐합 또는 자진폐교를 통해 발전가능성이 있는 대학에 집중 투자하거나 여건이 어려운 대학간 통·페합이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주장했다. 서남대 구재단이 일방적으로 제출한 정상화 방안을 두고 대학구조개혁 평가 전반의 해법으로 둔갑시킨 셈이다.

서남대와 같은 설립자가 세운 신경대와 광양보건대학의 반응은 엇갈렸다. 광양보건대학 측은 통합설을 이미 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광양보건대학 한 보직교수는 “교육부 방문 당시 통합 관련된 얘기를 했다. 재정기여자 영입이 어려우면 다음은 통합이 두 번째 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통합 관련해서 여러 과정을 모색해보고 있다. 구체적인 의견교환은 이르지만 교육부와 관계자들이 자꾸 통합 이야기를 거론해 컨설팅단과 얘기한 교수들도 통합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학 역시 우선 통합보다 재정기여자를 영입해 대학을 정상화 한다는 게 첫 번째 계획이다.

신경대의 반응은 미묘했다. 신경대 관계자는 “서남대 의과대학 폐지와 한려대 자진폐교가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금시초문이다. 다만 소문이 돌긴 했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보도자료가 서남대 구성원들의 강한 비판에 휩싸이자 교육부는 관련 공무원 2명을 서남대로 급파해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이보다 나은 안은 없다. 더 나은 안이 있다면 가져와보라”라는 식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자꾸 상황들이 바뀐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서남대 한 보직교수는 “교육부의 신속한 대처와 내용으로 볼 때 결국 서남대를 잘라내고 한려대에 모든 자원을 몰아줘 구재단을 복귀시키는 식의 교감이 한려대와 구재단, 교육부 사이에 있었다고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수 밖에 없다. 이를 통해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의 성과를 치적으로 자랑하고, 다른 대학들도 그 같은 방식으로 압박하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구재단 결정에 동의한다기보다는 하나의 방안으로 확인하고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구성원 반대로 내부에서 엎어지면 어쩔 수 없다. 임시이사가 파견된 이사회는 대학운영 전반 총괄하지만 정상화는 구재단에 우선권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남대는 지난해 진행된 대학구조개혁 평가결과 하위등급(E등급)에 속해 강도 높은 대학 정상화 컨설팅을 받아왔다. 교육부는 이달 말(30일)까지 대학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서남대는 명지병원을 재정기여자로 선정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으나 교육부는 비현실적인 계획이라며 이를 반려했다.

이 대학은 또 지난 2013년 설립자 이홍하씨가 교비 약 1천억원을 횡령한 게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씨는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징역 9년과 벌금 90억원을 선고 받았다. 이씨는 서남대와 한려대, 신경대, 광양보건대학 등 4개 대학 설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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