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주 돈 어렵게 여기고 보살행 하겠다”

▲ 지난달 23일 부산 도원사 주지 만오 스님(왼쪽에서 네번째)이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발전기금을 전달하고 있다.(사진=동국대 경주캠퍼스)

[한국대학신문 정명곤 기자] “아우 말도 마세요. 투석을 받을 정도로 몸이 안 좋으신데 병원 응급실 2인실은 비싸다며 다인실로 옮기시는 스님이세요.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6명이나 키우면서 외국 유학의 뒷바라지까지 하셨어요. 콩나물, 두부, 밥알 하나 안 버리고 찢어진 행주도 기워서 사용하실 정도로 검소한 분이세요.”

지난달 23일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대웅전 건립을 위해 평생 모은 6억 원을 선센터 건립기금으로 선 듯 내놓은 부산 도원사 주지 만오 스님을 가리키는 신도들의 말이다.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스님의 기부로 목표했던 국제선센터 건립기금 35억이 달성됨에 따라 올 해 착공을 목표로 선센터 불사에 들어가게 됐다.

만오 스님은 부산 도원사를 창건하고 장학재단 설립을 목표로 평생 근검절약을 실천해왔다. 교육 기관 장학 후원 등 평생을 도심 불교포교를 위해 노력해 왔다.

신도들과 함께 동국대 경주캠퍼스를 찾은 만오 스님을 만났다.

-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지난해에도 장학금 2억원을 기부하셨는데 어떤 인연으로 시작하셨는지?
“오래전 동국대 경주병원 법당에 들렀다가 외국인 노동자가 수술비가 없어 심장수술을 못하는 상황을 보고 수술비 전액을 내 드렸다. 그게 동국대와 인연의 시작이었다. 비구니 학인 스님들의 수행관(기숙사)을 건립할 때 조금 후원한 인연이 있다. 작년부터는 그동안 모아 온 돈을 장학금을 필요로 하는 우수한 학생들과 스님들을 위해 쓰고 싶은 생각에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장학금으로 전해 드렸고 학교에서 관음장학회를 설립하여 조금씩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 이번에 6억 원을 선센터 발전기금으로 쾌척하셨다. 어떻게 큰 뜻을 내셨는지?
“도원사 대웅전 불사를 위해 조금씩 모아왔다.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학교에 선센터 건립 불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35억이 모이면 착공할 수 있는데 지금 29억까지 모였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 절에 대웅전을 짓는 것 보다 학교에 선센터 기둥이라도 하나 보태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포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학교에 기금을 내게 됐다. 도원사 대웅전은 지금 현재로도 충분하고, 학교에서 선센터를 짓는 좋은 불사를 하는데 이런 인연도 만나기 어렵고,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고 보람된 일이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선센터가 잘 지어지면 우리 절 신도들과 함께 구경 가고 싶다.”

- 도원사에는 스님의 뜻을 잘 따라주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상좌 도원 스님이 제일 힘이 된다. 도원 스님은 16살에 나와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20여년을 함께 하고 있다. 몸도 불편하고 야단도 많이 하는 나를 시봉한다고 도원 스님이 고생이 많다. 철도공무원으로 계시다가 퇴직 후 17년 동안 묵묵히 사찰에서 봉사를 해 주시는 이신성 처사님, 우리 절 후원에서 공양 준비와 궂은일들을 도와주는 신도님 한분 한분 다 내 뜻에 따라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다.”

- 스님께서는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도 직접 모든 일을 다 한다고 들었다. 찢어진 행주를 기워서 쓸 만큼 검소한 생활을 한다는데 너무 힘들지 않는지?
“내가 석남사로 처음 출가할 때 ‘나는 기도정진을 열심히 하고, 행자의 삶을 살며, 시주돈을 어렵게 여기고 적절하고 필요한 곳에 보살행을 하겠다’ 고 원을 세웠다. 내가 너무 아끼다 보니 상좌 스님도 신도들도 고생한다. 그러면서도 내 뜻을 따라 동참해주니 고맙다.”

- 하고 싶은 말씀을 들려달라.
“예전에 성악을 해서 염불이 좋다고 신도들이 많이 왔는데 이제는 몸도 망가지고 힘도 없다. 상좌 스님께는 내가 죽고 없더라도 관음장학회를 잘 관리 해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영남 지역에 유일한 불교종립대학이라고 들었다. 앞으로 우리 불교가 더 정진하고 포교하려면 젊은이들에게 불교를 널리 알리고 불자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국대가 할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다. 이제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선센터를 잘 지어서 젊은이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인재불사의 역할을 잘 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선센터가 불교 인재를 키우는 도량으로 발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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