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 가운데 어느 대학이 가장 부자이고 어느 대학이 가장 가난할까? 사학이 보유한 재산이 적정한 규모인지, 그리고 학교 운영에 있어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를 놓고 그간 대학가에는 일부 구성원간에 심심찮은 논란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는 열악한 교육환경을 호소하는 학생들이나 처우개선을 외치는 직원은 물론 학교 경영을 합리화하려는 사학 관계자들 모두에게 있어 단순한 흥미거리 이상의 관심사항이다. 왜냐하면 학교의 재산상태는 곧 그 대학의 경쟁력이나 장기발전전략 또는 교육환경이나 여건 개선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재정상태는 그 대학의 결산서류에 잘 나타난다. 그런데 매년 초 지상에 결산공고를 내는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학이 결산서류 자체의 공개를 꺼리는 까닭에 일반인은 물론 관심 있는 학내 구성원조차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사정을 알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 본지가 입수, 분석한 「94, 95년 사립대 결산 재정 분석 통계처리 집계표」에 따르면 사립대학들의 총자산은 정원자율화에 따른 학생 수 증가와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등록금 인상 등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데 비해 부채 비율도 증가해 자산 총액에서 부채 총액을 뺀 자본금(기본금)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1 참조> 1백8개 사립대학의 2년치 연결대차대조표에 나타난 자산 보유현황을 비교해보면 '95회계연도의 경우 자산 총액이 12조8천7백38억여원으로 94년 결산시 보유하던 자산 총액 11조2천7백88억여원보다 1조5천9백50억여원이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부채 총액도 94년 1조7천7백35억여원에서 95년 2조7백67억여원으로 늘어나 자산 대비 부채 비율도 15.7퍼센트에서 16.1퍼센트로 증가했으며 마찬가지로 자기자본의 구성비율도 94년 84.3퍼센트에서 95년 결산시에는 83.9퍼센트로 낮아졌다. 대차대조표는 과거에는 현재까지의 경영성과가 반영된 결과에 따라 자산, 부채 및 기본금의 최종 잔고를 나타내는 재무재표로 당해연도말 현재 사학의 재무상태를 집약한 자료이다. 따라서 이같은 수치는 사학의 재산이 총액기준으로는 상당부분 늘어났지만 자기자본의 비율이 감소하므로써 부채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대학별로는 94년도 결산 결과 포항공대가 8천94억원으로 총액 기준 자산보유 1위, 연세대가 6천2백40억원으로 2위에 오른 것을 비롯 한양대(4천6백33억원), 고려대(3천8백19억원), 이화여대(3천7백37억원), 단국대(3천4백75억원) 등 3천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대학이 11개 대학, 1천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대학이 31개대학(일부 신학계열 대학은 순위 집계에서 제외)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95년에도 그대로 이어져 가톨릭대가 7천2백99억원, 연세대가 7천2백17억원으로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포항공대가 6천80억원으로 3위로 내려앉아 순위가 바뀐 것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비슷해 한양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3천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대학이 상위 10개 대학에 올랐으며, 1천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대학이 서강대, 한국외대, 서울여대, 순천향대, 경남대, 수원대 등을 포함해 총 36개 대학으로 늘었다. <표2 참조> 이는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서울 소재 사립대학이나 일정한 목적으로 단기간에 엄청난 재정이 지원된 신흥대학들이 총액기준 상위 대학에 올라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서경대, 협성대, 대불공대, 평택대, 중부대, 가야대 등 순위가 하위권에 머문 대학들(94년-12개, 95년-7개)은 자산 총액이 2백억원도 되지 않아 대학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자산 보유현황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자산 보유 총액이 많다고 그 대학이 이른바 부자 대학이라는 생각은 속단이다. 94-95연결 대차대조표에 나타난 부채 총액 상위 대학은 단국대가 94년도에 1천7백31억원, 95년도에 2천60억원으로 1위, 아주대가 각각 1천4백9억원, 1천3백20억원으로 2위, 인하대가 6천3백82억원과 1천1백4억원으로 94∼95년도에 각각 3, 4위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표3 참조> 이밖에 연세대나 한양대, 고려대, 경희대 등 자산 총액 상위권에 올라있는 대학들이 역시 부채 총액에서도 수위권에 올라있어 자산 증감에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현실을 반영한다. 물론 단국대는 지난해 한남동 부지 매각과 캠퍼스 이전에 따른 차액이 충분히 부채를 갚을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올해 결산 자료에서는 순위 변동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해연도 부채 총액에 따른 구성원간 갈등이 그간 분규의 적지않은 원인이었음은 주지의 사실. 그렇다면 자산총액에서 부채총액을 뺀 순수한 자본금(기본금)은 어느 대학이 높을까? 사학의 순수재산이라 할 수 있는 자본금의 합계는 기본금과 적립금 및 운영수치차액의 합계로 95년의 경우 가톨릭대가 7천1백81억원으로 1위, 연세대가 6천5백20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으며, 포항공대, 한양대, 이화여대, 고려대 등 주요 명문 사립대가 여전히 수위권을 형성했다. 1천억원 이상의 순수 기본재산을 형성하고 있는 대학도 30개에 달했다. <그래픽 참조> 이처럼 규모가 큰 주요 사립대가 기본 재산 보유액에서도 수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이 해방 이후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양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경제발전에 따른 고등교육 인구수요의 급증과 학벌위주의 사회적 전통에 따른 교육열기로 가히 폭발적 수준의 학생수 증가세를 보여온 게 사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은 산업현장에서의 고급인력 배출과 고등교육 기회의 대중화라는 긍정적 측면 못지않게 구조적 실업과 배출인력의 질적 저하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충분한 여건과 환경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질 높은 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대학도 과거의 규모 경쟁에서 벗어나 점차 질 경쟁에 몰두해야 할 시점이라는데 교육 전문가들의 시각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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