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연구능력은 그 대학의 학문 수준과 교육 척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대학 내외의 관심사항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재정의 대부분을 국고보조에 의존하는 국공립대학과는 달리 사립대학의 지출 예산 중 연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곧 그 대학의 연구수준이나 여건을 가늠하는 평가 요소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해당 대학의 의지를 반영한 간접 수치의 하나로 인식된다. 본지가 입수, 분석한 「94-95 사립대하 결산 재정 분석 통계처리 집계표」(이하 집계표)와 관련 단체에서 공개한 자료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학이 총액 규모에서는 전년도보다 연구비 규모와 비중이 높아진 반면 국공립대와 사립대 또는 대학이나 계열별로는 연구비 수혜 편차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계표 상에 나타난 「94-95 연결 운영수지 계산서」를 대비, 분석한 결과 국내 사립대학이 한해 동안 지출한 연구비는 94회계연도에 총 3천3백50억여원에서 95년에는 4천5백44억여원으로 1천1백94억여원이 늘었다. 전체 지출액 가운데 연구비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94년의 14.1퍼센트에서 95년에는 15.6퍼센트로 1.5퍼센트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고보조도 늘어 94년에는 총 1천2백17억여원에서 95년에는 1천8백억여원으로 5백80억원 이상이 증가했다. 대학에서 지출하는 연구비 총액에 정부지원 연구비가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대학 자체의 연구비 투자 규모는 전년에 비해 크게 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표1 참조> 대학별로는 총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고려대가 94년과 95년에 걸쳐 각각 2백15억여원과 3백25억여원을 지출, 2년간 가장 많은 연구비를 지출한 대학으로 기록됐다. 다음으로 1백50억원 이상의 연구비를 지출한 대학은 94년에 한양대, 연세대, 포항공대, 단국대 등 5개 대학이, 95년에는 포항공대, 연세대, 경희대, 성균관대 등 9개 대학이 각각 연구비 지출 총액 상위권을 형성했다. <표2 참조> 이밖에 50억원 이상의 연구비를 지출한 대학은 94년의 경우 울산대, 아주대, 인하대, 국민대 등 20개 대학이, 95년에는 원광대, 이화여대, 중앙대, 대구대 등 27개 대학이 각각 상위 30위권 안에 포함됐다. 그러나 연구비 총액만 가지고 해당대학의 연구능력이나 연구여건 의지를 높이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개별 교수들의 교내·외 연구비 수주 능력이나 연구 시설 보유 현황, 교수 확보율 등 개별 지표들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연구비 총액 = 연구능력」이라는 단순 등식의 평가를 내리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각 대학이 지출하는 전체 예산 가운데 연구비에 투자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비교해보면 해당 대학이 연구에 쏟은 의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95회계연도 연결운영수지계산서에 나타난 지출 대비 연구비 비율은 울산대가 총지출의 34.1퍼센트로 1위를 기록했으며 포항공대가 31.9퍼센트로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가톨릭대, 한림대, 성균관대, 국민대, 홍익대, 원광대, 고려대 등 9개 대학이 지출 예산의 25퍼센트 이상을 연구비에 투자했으며, 아주대, 단국대, 서강대 등 21개 대학은 지출 예산의 비중이 20퍼센트 이상으로 상위 30위권안에 포함됐다. <그래픽 참조> 그렇다면 과연 교수 개인이 받는 연구비는 어느 정도일까?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분석, 공개한 「대학교육 발전지표」현황에 따르면 전국 1백58개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전임교수급 이상 교수들이 같은 기간 동안 받은 교내·외 연구비는 1인당 평균 1천2백20만8천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별로는 국공립대 교수들이 1천5백42만5천원으로 사립대 교수 평균 1천62만4천원보다 높았으며, 유형별로는 일반대학이 1천2백67만1천원을 받은데 비해 교육대와 개방대 교수들은 각각 1백30만8천원과 5백71만3천원을 수령하는데 그치는 등 대학 유형별 편차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표3 참조> 이같은 편차는 각 대학의 계열별 현황에서도 드러나 인문사회계열과 예체능계열이 평균 3백77만2천원과 3백만5천9백원의 연구비를 수령한데 비해 이공계열은 이학계가 1천7백30만2천원, 공학계가 3천4백34만9천원에 이르는 등 전공에 따라 연구비 수혜액에 무려 10배 이상 차이가 나타났다. 의학계열의 경우는 특히 설립별로 격차가 심해 국공립대 교수들은 1인당 평균 1천4백9만원의 연구비를 수령한데 비해 사립대 교수들은 5분의 1에 불과한 3백55만3천원을 받는데 그쳤다. 물론 금액으로 환산된 이같은 수치들이 교수들의 실제 연구능력이나 상황과 반드시 일치한 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예산은 곧 의지의 반영」이라는 말처럼 최근 들어 인문과학이나 기초과학이 무시되고 있다는 일부 교수들의 우려가 단순히 기우에 불과하다고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게 대학의 현실이다. 대학 본래의 기능 가운데 중요 요소로 평가되는 대학의 연구 능력은 연구 아이템이나 교수 개개인의 자질 못지 않게 연구여건을 보장할 수 있는 물적 토대와 대학측의 의지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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