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이슈, 대학이 나서자③]“대학 젠더교육, 정부 정책 영향 절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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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젠더이슈 선도방안 모색 좌담회 개최

손동현 원장 “교양교육과 페미니즘 포럼 마련하겠다”
이나영 교수 “돈 안 되는 과목 개설 어려운 시대”
조은별 씨 “정부 기조 따라 필수과목도 바뀌어”

<글 싣는 순서>
①여성혐오에 갇힌 사회…성 평등 교육 ‘마지막 보루’
②대학 여성학 교육의 어제와 오늘

③대학 내 젠더 이슈 선도 방안 모색 좌담회

▲ 8일 대학 내 젠더 이슈 선도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가 열렸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김소연 구무서 기자]본지는 지난달 강남 노래방 살인사건 이후 여성혐오를 경계할 수 있도록 '젠더이슈, 대학이 나서자' 기획을 연재했다. 앞서 2회의 기획기사를 통해 연달아 불거진 여성 대상 범죄와 여성혐오 논란, 대학 내 총여학생회와 여성학의 위상을 짚었다.

마지막 차례로는 대학이 성평등 인식 제고를 위한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선도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 패널로는 손동현 한국교양기초교육원장(성균관대 명예교수)과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 조은별 전 숭실대 총여학생회장(사회복지4)이 참석했다. 좌담회는 8일 저녁 서울 용산역 인근 한 식당에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사회는 본지의 이연희 기자.

사회: 대학 내 성평등 수준을 더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

▲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손동현 원장(사진=한명섭 기자)

손동현 한국교양기초교육원장(이하 손): 시작하기에 앞서 개인적으로 ‘여성혐오(mysogyny)’를 번역한 ‘혐오’ 용어가 국어의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뜻이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사태를 정확하게 담아내는 단어를 써야 하지 않을까.

이나영 중앙대 교수(이하 이): 여성학자로서 개념을 정확히 설명하자면 ‘혐오’의 의미를 확장 시킨 것이다. 사태와 현상을 기술할 때는 지배적인 사람 관점에서 보기 마련인데, 소수자 관점에서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범죄들도 지금까지 있었던 ‘여성 혐오’와 성차별 구조에서 발현된 사건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성차별’, ‘젠더 폭력’ 등의 어휘를 쓰기도 한다.

사회: 대학 내 여성학, 총여학생회 등 성평등 요구 담론이 축소되는 추세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조은별 숭실대 전 총여학생회장(이하 조): 사회의 우경화, 보수화가 가장 큰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숭실대를 예로 들자면 2012년 이후 비운동권 학생회가 들어서면서 총여학생회의 입지가 흔들렸다. 총여학생회가 학교 내에서 힘을 가지려면 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단과대 학생회가 ‘총여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대 인사 줄 시간 없다’면서 거절하곤 했다. 또 사업예산이 축소되면서 접촉할 기회도 줄어들었다.

이: 대학 내 성 평등 담론이 줄어들었다는 전제에 동의하기 어렵다. 대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양성이 평등해야 한다는 젠더 감수성이 앞 세대보다 높다. 자녀를 1명, 2명 낳기 때문에 큰 차별을 겪지 않고 19세까지 자란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공부만 잘하면 됐기 때문에 학생들은 성차별을 실질적·현실적인 문제로 느끼지 못한 것이다. 대학에 와서도 ‘이런 교육과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곤 하기 때문에 이제는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또 실제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다. 생물학적 여성을 대상으로 권익을 보호하는 게 우습다고 느껴지게 된 것이다. 정책입안자가 보기에 여학생이 많고, 총학생회장도 여학생이 하기 때문에 왜 총여학생회가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총여학생회가 뭘 대변하느냐, 즉 성평등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여성을 보호하는 것으로 가면 역풍을 맞게 된다.

사회: 학내에 성차별을 막을 수 있는 기제가 남아있나.

조: 학내에서는 총여학생회 기구 하나인데, 홀로 모두 감당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한 교양수업에서 여성의 유방을 그려놓고 재미있게 농담으로 수업하는 교수 사례가 있었다. 학생 개개인이 막기에는 어렵고 문제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총여학생회 단 하나의 창구밖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총학생회도 문제라고 인식 못하는 상황에서 총여는 계속 위축돼 왔다. 학교 본부 소속으로 양성평등센터가 있으나 직원 한 명만이 일하고 있다.

이: 사례 적발시 처벌로 보여줘야 한다. 중앙대는 신고 기구가 있다. 내가 직접 인권센터를 만들었다. 학생들의 요구도 있었고, 교수들도 도와줬다. 학생 개개인이 대처하기 어려운 대학 내 성차별적 사건 신고를 다 받았다. 어떻게 학생들이 교수에게 직권으로 문제제기할 수 있겠나. 학생들이 그렇게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회: 여성학 학문 논의로 넘어와서 왜 줄어들었다고 보는지?

▲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진=한명섭 기자)

이: 우리나라는 학문체계 자체가 굉장히 보수적, 가부장적이다. 우리가 그렇게 비교하려는 수많은 선진국에는 기본적으로 모든 학문에 페미니즘이 다 들어있다. 성 평등은 '인종차별하면 안 된다'는 의식처럼 기본적인 감수성이다. 법학, 정치학, 행정학, 철학 모든 분야에 페미니스트 학자들 엄청나게 포진하고 있다. 특히 젊은 교수, 조교수 수준에서는 상당히 잘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여성 교수의 숫자도 적을뿐더러 그들이 여성주의 의식을 갖고 있느냐 문제도 있다. 실제로 여성학 수업을 개설하려면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교양과목도 마찬가지다. 수업 개설을 원하는 교수가 직접 가르쳐야 하고, 개설하는 교수가 3년 동안 전담해서 가르쳐야 하는 등 매우 까다롭고 어렵게 돼있다. 교수 한 명이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전공 수업도 많고, 교양 수업을 한다고 해도 강의평가도 안 좋고 시간도 많이 들기 때문에 교수들이 안하려고 한다. 과거 1990년대 같은 경우는 여학생들이 ‘여성학수업을 개설해 달라’, ‘교양 수업을 열어 달라’, ‘여성 교수를 뽑아 달라’고 데모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없어졌다. 교수도 없고 여성학 수업을 개설하기 어렵고,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돈 안 되는 학문은 퇴출되는 상황과 맞물렸다.

사회: 성평등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이제 일상성으로 들어온 상태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줄어보이는 것뿐이다. 과거에는 여학생들이 길에서 담배만 피워도 뺨을 맞았다. 지금은 그런 시대는 지났다. 정권이 보수화·신자유주의 체제화된 탓도 있다. 정부가 보수적일수록 교육부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성과 위주로 돌아간다. 여성학은 돈 안 되는 과목으로 치부돼 폐지되고 개설되지 않는다. 학생 수는 줄어들었지만 교수의 수는 지금 정체수준이다. 학생 수가 줄어드니까 교수를 뽑지 않고, 교수가 한 명 나갔다고 그 자리에 여성학 전공자를 뽑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기득권이 재생산이 된다. 사회 보수화와도 당연히 맞물려있다.

손: 대학이 직업학교로 전락하고 말았다. 교양학문을 심화시키는 교육의 장이 아니다. 직업능력을 신장시키는 공간으로 대학이 바뀌었다. 여성학 이전에 인문학도 위축되지 않았나. 성불평등 문제가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인식에서 해소되려면 성교육이 온전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은 남자 아니면 여자다. 인간에 대한 탐구는 곧 인간의 성에 대한 탐구인데, 이는 바람직한 인간다운 삶에 대한 탐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다. 성은 생물학적 섹스와 섹슈얼리티, 젠더로 나뉘는데 성을 중심으로 한 차원의 모든 연구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금은 중·고등학교에서 성교육을 하는데 과학적 성 교육만 한다. 성 심리와 윤리를 다룬 교육이 없다. 인문교육 차원에서 인간의 바람직한 삶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폭넓은 교육을 시킴으로써 그런 편견을 원천적으로 제거,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기본적으로 생물학적 섹스를 본원적, 도덕적 관점으로 보는데, 이 관점 자체가 굉장히 남성적이다. 섹슈얼리티 영역은 많은 인문학, 철학자들이 연구했다. 그게 확대돼 사회학으로 들어온 것이다. 사회학, 인문학, 심리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섹슈얼리티 연구 많이 했다. 무의식이 어떻게 성 의식으로 발현되느냐, 제도화되느냐로 보는 게 페미니즘이다.

사회: 대학마다 성평등, 젠더 교육의 수준과 담론이 들쭉날쭉하다. 대학마다 차이를 줄이고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손: 대학의 교양교육 수준이 들쭉날쭉하다. 어느 대학은 발 마사지나 네일 아트가 교양과목에 들어갈 정도니 말이다. 교양교육의 틀이 제대로 갖춰져야 젠더교육도 제대로 된다. 교양과목이 대학 전체 일반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교양교육 틀에서 이뤄져야 모든 학생들이 성에 대해 올바른 관념을 갖게 되고, 자연히 성차별도 없어질 것이라고 본다.

이: 자칫 잘못하면 성도덕, 윤리교육으로 갈까 우려된다. 21세기에 성역할을 강화시키는 교육으로 가면 안 된다. 지금 스웨덴은 수상이 나와서 “우리는 페미니스트 정부”라고 말하고, 캐나다 수상은 남녀 동수로 내각을 구성했다. 어떻게 가능했느냐 물었더니 “지금은 2015년이니까(Because It's 2015)”라고 대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대한민국 수준은 아직 이에 못 미친다. 서구는 인문사회에서 졸업할 때 반드시 들어야하는 필수교양에 인권교육 차원에서 페미니즘이 포함돼 있다. 이공계열에도 ‘젠더와 테크놀로지’ 같은 필수과목이 있다. 이는 인권교육과 같다. 또 어릴 때부터 여성주의 관점서 섹슈얼리티 교육을 한다. 이는 곧 위정자의 통치철학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어떤 국가를 지향하느냐, 평등 가치와 인권을 중요시하는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성 인지 교육, 성교육 등 포괄적 개념과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대학에서는 포괄적 인권교육이 들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국가 지도자와 교육부가 바뀌어야 대학이 바뀐다. 교양교육에 대한 가치도 바뀌어야 한다.

사회: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교양교육을 바꾸기는 힘들다는 뜻인가.

이: 절대 불가능하다. 서울대는 여교수회가 강력해 교수를 뽑을 때, 교양 수업에도 여성주의 과목을 반드시 넣는다. 그런 학교는 서울대 밖에 없다. 이화여대는 여성주의를 대표학문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두 학교 외에는 자발적으로 젠더교육 실시하기에는 굉장히 힘들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성평등 관점을 가진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꼭 여성교수일 필요도 없다. 중앙대 사회학과는 전공에 다섯 과목이 페미니즘이다. 전공기초에 필수로 들어가 있다. 대학원 과정에도 여성학이 전공으로 정해져 있다. 다른 학과 학생도 많이 와서 듣는다. 이건 꼭 생물학적 여성만의 문제 아니다. 어떤 인간으로 살아갈 건가. 젠더 교육을 핵심적인 것으로 인정하면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

조: 공감한다. 정책적으로 국가가 나섰으면 좋겠다. 교양필수 과목도 국가기조에 따라 바뀐다는 것을 체감했다. 숭실대의 경우 예전에는 컴퓨터나 영어 교육이 필수 교양과목이었는데, 최근에는 통일교육을 강조하다 보니 교양 필수과목에 통일 캠프 등 통일 관련 과목이 늘어났다. 대학 총장과 주요 보직자의 권한에 따라 대학 교육이 바뀌는 것이다. 정부에서 젠더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해 많은 대학의 교육 수준이 들쭉날쭉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사실 어떤 정권이든 젠더교육은 등한시 돼왔다. 사람들이 인간답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려면 젠더 및 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계속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 최근 사회수요 맞춤 교육을 강조하면서 인문계열 학과는 교양대학 형태로 묶이는 추세다. 젠더 감수성을 갖춘 교양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보나.

손: 고등교육을 받으면 직업 활동 중심으로 사회에 나가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대학마다 우후죽순 생겨난 인문 사회계열을 교양대학으로 합치는 방향은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페미니즘, 젠더 의식을 갖춰야 하듯 철학도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옛 서울대 문리과대학 모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에서 핵심인 국문, 사학, 철학에 대한 교양도 필수지만 학문적으로도 더 깊어질 필요가 있다. 영문학 교수가 15명인데 반해 국문학 교수는 5명인 열악한 상황이다. 정말 필요한 학과는 학점도 심화하고, 학과로도 존재해야 학문후속세대가 만들어진다. 교육이 있어야 수요도 있다. 대학 스스로 교육철학에 대한 숙고도 필요하다. 어떤 교육을 할 것인지 논의돼야 성평등 교육, 인권교육도 이뤄질 수 있기 때문다. 지금은 이런 논의가 전혀 안 되고 있다. 교육부가 시장논리에 따라 대학정책을 편다지만 완전히 그렇지도 않다. 지금은 대학들 스스로 비전을 가진 교육정책을 내기 힘들다. 교육부 재정 지원사업에만 1년 내내 매달려 있다.

▲ 조은별 숭실대 전 총여학생회장(사진=한명섭 기자)

조: 교육부가 입맛에 맞게 대학을 흔들기 때문에, 대학도 이를 따르지 않으면 살아날 방법 없다고 말한다. 숭실대는 프라임 사업 지원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는데, 총장과의 간담회에서도 ‘프라임 사업을 하는 게 좋아서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전제로 깔자’고 말하시더라. 현실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결정이라는 이야기다. 각 대학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지금은 대학별로 대응하고 있다. 대학 전체가 힘을 모아 교육부에 문제제기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국가 정책으로 인문사회계열을 줄이고 공과대학을 늘리는 이런 상황에서 젠더·인권교육이 내실 있게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다.

손: 한국교양기초교육원에서 교양교육의 표준안을 마련하려 한다. 페미니즘 과목은 최소 한 과목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제안할 수 있다. 이번 좌담회에 참석한 계기로, 2학기에 ‘교양교육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교양교육 포럼을 기획하고 싶다.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패널들 모두 박수)

사회: 교수집단이 우리나라 사회에서 옳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지막 집단이라고 하는데, 교수집단 내에서 성평등·성인지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이: 참담한 심정이다. 젊은 대학생보다 못할 때도 있다. 인권 감수성도 현저히 낮은 편이다. 학내 성평등상담소에서 근무하고, 인권센터장도 겸하고 있는데 여러 사례가 많다. 남교수가 성추행한 사건이 벌어져도 남교수들 사이에서는 “그러니까 직업여성이랑 하지 왜 애들을 건드려” 라는 말이 나온다. 즉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는 상황이다. 진보적인 교수도 마찬가지다. 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도 학생이 문제를 제기하면 “요즘 애들 무섭다. 잘못 말하면 큰일 난다” 이런식으로 끝나버린다.

사회: 여성혐오 범죄가 줄 이을 때 박 대통령께서 ‘여성 대통령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 마디만 하셨다면 인식제고 측면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측면이 있다.

이: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스스로 소수자 출신이라는, 흑인으로서 의식이 있지 않나. 인종차별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식 말이다. 그런데 생물학적 여자라고 해서 모든 여자들이 페미니스트 의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일 수도 있다. 남성 위주의 제도 속에서 권력을 취득하게 된 여성들은 여성 인권 신장과 전혀 관계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일찍이 제기된 바 있다.

사회: 안타깝게도 어제(7일) 숭실대 총여학생회가 올해 회장 공석으로 끝내 폐지됐다고 들었다.

조: 중앙위원회(전체학생대표자회의) 논의 결과 폐지하게 됐다. 현재는 독립된 기구를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이름은 '학생인권위원회' 식으로 추진 중이다. 학생회라는 이름 쓰지 않아도 학생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학우들이 직선으로 투표해서 대표성을 갖고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름은 다양하게 있는데, 서울대 성적소수자위원회가 있고, 성공회대는 인권위원회 등이 있다. 그러나 직선제로 뽑는 경우는 없다.

이: 중앙대도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총여학생회와 여학생 휴게실을 없앴다. 산하기구는 헤게모니 싸움이 된다. 참고로 중앙대는 성평등위원회가 있다.

조: 산하기구는 대표성이 없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지난해 인권영화제를 개최하면서 학교 본부와 마찰이 있었을 때도 개별 모임들은 대표성이 없는 기구라 사안마다 대응하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방식의 기구를 만들자는 생각이 나왔다. 산하기구로는 이런 일들을 감당할 수 없다. 대학 내 여성주의 동아리는 없고, 성소수자 동아리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평화나비는 올해 만들어졌다.

이: 지난 몇 년간 그런 대학 내 자율적인 학생 동아리와 모임이 많이 만들어졌다. 중앙대는 학생 잡지 2개, 여성주의 모임, 성평등위원회,오래된 모임인 중앙대 자유인문캠프와 평화나비도 있다. 페미니스트 유나이티드 퀴어(FUQ) 라는 연대활동도 많이 한다. 연대체가 만들어져야 강해진다. 하나의 단체로 가는 것은 더 이상 어렵다. 쉽게 공격받는 등 힘들기 때문에 각자 영역에서 활동하고 어떤 사안에 대해 뭉치는 식의 활동이 필요해 보인다. 대학 내에 인권위원회를 조직하더라도 여성주의 모임이 있어야 성평등 담론을 이어나갈 수 있다. 어떤 사안들이 왜 성차별과 연결되는지 학습과 교육,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생물학적 여성을 의미하는 데 그치기 쉽다.

사회: 온라인에서 ‘남성혐오’로 일컬어지는 논쟁은 어떻게 보나. '메갈리아'의 미러링 전략 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 '메갈리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 자체가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50년 전 미국에서는 성폭행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자 여자들이 데모하고, 크게 반발했다. 이후 페미니스트는 '남성혐오주자(man-hater)'라든가 '가정파괴범', '더러운 레즈비언'이라는 말이 돌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여성주의 관점이 성장해왔다. 보수정권인 레이건 대통령 당시 여성주의가 무너지긴 했으나 1980~1990년대에 다시 활성화됐다. 학문적으로 그 당시 페미니스트들이 대학에 많이 들어와서 학문적으로 많이 성장시켰다. 퀴어 문제도 페미니즘에서 나왔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상당한 업적을 이뤘다. 그 1970년대 세대가 그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사회: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성평등을 이룰 것이라는 희망이 있나.

이: 지금이 한국 페미니즘의 제3의 물결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여성 학자가 중요한게 아니고 프레임을 젊은 사람들이 주도한다는 면에서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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