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봄철에나 뉴스가 될 법한 대학 등록금 이야기를 장마철에 꺼내자니 적잖이 망설여진다. 통상 언론이 대학 등록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는 11월부터 이듬해 1월이다. 학생들이 단식을 하거나 어느 불운한 총장의 사무실을 ‘접수(!)’하면 뉴스는 더 커진다.

최근엔 그런 일이 적었던 게 사실이다. 정부가 등록금 상한선을 법으로 못 박고,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등록금 인상억제 정책과 연계하면서 대학들은 근 8년째 등록금을 내리거나 동결하고 있다. 종종 일부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려는 시늉을 하곤 했지만 교육부는 여지를 주지 않았다. 대학의 재정위기가 허풍은 아니란 이야기다.

그럼에도 등록금은 여전히 높다. 몇 가지 통계를 보자. 우선 등록금 평균액이다. 지난해 사립대 인문계열 평균 등록금은 641만원이다. 이공계열은 827만원, 국립대 인문계열은 352만원이다. 의학계열은 드디어 1000만원에 도달했다.

이 금액은 고스란히 대학을 거쳐 간 직장인들의 가계부채로 이어지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직장인 1079명을 대상으로 가계경제현황을 조사한 결과 488명(45.2%)가 빚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미혼직장인의 경우 2012만원을 빚지고 있었고, 이 가운데 36.7%가 학자금 등록금으로 인한 빚이라고 답했다. 심지어 직장인 10명 중 4명은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낸 경험도 있다고 하니, 대학 등록금이 사회초년생의 삶을 얼마나 짓누르고 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대학 등록금은 단순히 봄철 대학생 집회에서나 다뤄질 이슈가 아니라 1년 365일 내내 한국인의 삶을 지배하는 문제가 됐다.

등록금 책정 과정을 봐도 장마철은 중요하다.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한 서울대는 이미 4월 30일 정부에 2017학년도 출연금 예산 요구서를 제출했다. 내년도 살림살이의 큰 규모를 이미 결정했다는 얘기다. 국립대들도 마찬가지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장관은 정부 각 부처에 예산편성지침을 3월 31일까지 하달한다. 이후 각 부서는 5월 31일까지 예산요구서를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교육부 관할인 국립대는 이보다 앞서 교육부에 이미 2017학년도 예산요구서를 모조리 전달했다.

사립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산편성시기는 국립대에 비해 늦지만 사립대의 최대 주주로 부상한 교육부의 2017년도 예산이 6월 중 큰 틀을 잡기 때문에 사립대가 지원받을 국고지원금 폭도 이 시기에 판가름이 나는 셈이다. 결국 대학 등록금으로 인한 가계부담, 그리고 대학생의 삶의 질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교육예산이 어떻게 짜이는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문을 연 20대 국회에 제안한다. 등록금 대책을 마련하라. 표준등록금 도입은 좋은 대안이다. 대학생이 납부하는 고지서상의 명목등록금을 가정의 월 가처분소득 수준으로 인하하고, 나머지 차액을 국고로 대학에 직접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자. 대학의 재정위기를 타파하고 대학생의 삶의 질을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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