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도입하려 한 기여우대 입학제 시행안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우리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연세대가 2002학년도 2학기부터 20억원 이상의 금품기부자와 학교설립 기여자, 역대 이사장 등의 후손을 기여 입학시킨다는 내부 보고서를 보면서 우선 '있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어디까지안가'라는 인상을 지을 수가 없다.

물론 비물질적 기여자에 한해서 우선 시행한다고 하지만 자료에 따르면 차후 물질적 기여 입학자를 받아들일 계획까지 하고 있다니 그 속내는 정확히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물재적이든, 비물재적이든 문제는 돈 받고 입학시키자는 의도는 마찬가지라는 점이며 그 순수성을 얼마나 지킬수 있느냐에 있다.

연세대 계획은 이러한 기준으로 입학 정원의 2%(약80명)까지 모집해서 1천6백억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거액의 기부금을 해마다 축적해서 얼마나 교육적으로 쓰겠다는 것인가.

우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기여입학제 도입의 부당성을 지적해 왔지만 명문대학이 이런 방식으로 학교재정을 타개하겠다면 일류대학이란 간판이 지니는 부당한 사회적 특권과 특혜 속에 나타나는 사회 병리 현상은 도대체 누가 막고 없앨 것인가. 가뜩이나 서열화되고 물신화되어 가는 대학 사회에서 소수의 특권을 누리는 그들이 명문이라는 이름으로 도대체 얼마나 더 장사를 해야 하는가 말이다.

우리나라 대학에는 전문성이나 특화된 영역이란 없다. 대학의 이름이 모든 것을 해결 해주고 대학의 졸업장만 있으면 학점도, 관련분야의 전문성도 따지지 않고 대학의 간판만을 얻기 위한 것으로 그칠 줄 모른다. 돈 있고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는 손쉽게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학벌사회가 제공하는 도움으로 출세의 가도를 달릴 수 있다는 위화감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외국의 경우를 예를 들어가며 대학의 발전을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대학의 간판을 따고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 대학입학의 기회를 돈으로 보장해주는 기부입학제를 선택하는 외국 대학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연세대는 그간의 밀실, 비공개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야 국회의원을 접촉하며 의원입법을 벌이고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특권층만을 대상으로 한 로비활동의 전형을 보이는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총장 라인이 말바꾸기를 예사로 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 같은 특권의식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학력 중심, 물신 중심의 서열화를 낳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기여입학제가 도입돼서는 안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으며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총장과 보직자 몇 명이 비밀리 추진하는 계획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명문대학은 명문대학답게 처신해야 한다. 총장이나 보직자가 하나 되어 물신풍조를 조장하고 도덕적 해이와 위화감을 조성한다면 국내 명문 대학의 미래는 없다.

당부컨데 연세대학은 지금이라도 제발 이름 값에 어울리게 행동하고 총장이나 보직자들도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열악한 재정에 허덕이는 다른 대학들의 입장도 살펴, 제대로 된 발전 계획을 만드는데 앞장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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