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수 (본지 논설위원 / 순천향대 교수)

‘대학’하면 어떤 생각들이 먼저 떠오르는가? 단연 ‘입시’가 아닐까? ‘수능’ ‘고3’ ‘실패’ ‘재수’…. 이런 말들이 우선 뇌리를 스친다. 희망적이고 긍정적이기 보다 어렵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단어들이다. 왜 그럴까? 소위 성공한 사람보다는 실패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가고 싶은 대학을 간 사람은 10%도 안 된단다. 나머지 90%는 실패자로 분류된다. 심지어는 서울대를 들어간 학생들도 실패자가 많단다. 가고 싶은 의대를 못 갔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은 일단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인생 승패가 판정된다. 조금 심한 경우는 해당 학생뿐 아니라 그 학부모의 인생도 동반 판정되기도 한다.

복잡한 인생을 10대 후반에 화끈하게 판정을 하는 것은 좋은데 이러한 판정이 정확치 않더라는 것이다. 좋은 대학 갔다고 동네에 일찌감치 현수막 붙였는데 나중에 가보니 그저 그렇고, 지방대학 갔다고 관심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 잘 살더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시중에 ‘왜 A학생은 C학생 밑에서 일하는가 그리고 B학생은 공무원이 되는가?’라는 책이 유행을 할까? 학교 성적과 인생성적 상관성이 그렇게 높지 않더라는 것이다.

더구나 초반 성공 판정의 잣대가 지적, 육체적, 감성적, 심리적, 잠재적 능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만능의 잣대가 아니라 고등학교 교과목 수준의 얕은 지식과 사춘기 학교생활 기록부를 바탕으로 한다. 우주에 사람만큼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종도 없다는데,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라는데, 아직 제대로 펼치지도 않은 청소년인데…. 미국이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는 사람은 언어, 논리, 공간, 신체, 음악, 개인간, 개인내, 자연, 실존 지능 등 9가지 서로 다른 독립적인 지능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사람 인생 모를 일이다.

더 우리를 한숨 쉬게 하는 것은 이러한 무모한 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이미 드러났는데도 아직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등교육정책 당국인 교육부는 아직도 우수학생의 기준을 수능과 내신등급으로 규정하면서 모든 국책사업 지원기준에 우수학생 유치실적과 계획을 요구한다. 우리 국민정서법상 지방대학에는 수능과 내신우수자가 쉽게 갈 수 없는 구조인데도 말이다. 교육의 당사자인 대학도 비슷하다. 우수학생 유치에만 매달리지 어떻게 가르쳐서 사람을 변화시키겠다는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낮은 역량의 인재를 얼마나 더 높은 단계의 인재로 변모시키느냐는 교육프로그램과 콘텐츠에 있지 않을까? 학부모들이 제일 문제다. 전부가 자기 자식만은 서울대에 갈수 있다고 착각한다. 서울대에 가면 인생성공이라고 착각한다. 10대 후반의 피 끓는 대한민국 건장한 청년들을 초기 실패자로 만든 당사자도 따지고 보면 학부모들이다. 그들이 스스로 그렇게 규정짓고 자기들끼리 아귀다툼하면서 대치동 학원으로 달려간 결과이다.

우선 정부는 대학에 수능과 내신성적 좋은 학생을 얼마나 유치했느냐를 요구하지 말고 입학한학생의 수준대비 졸업하는 학생의 수준을 비교 평가해 얼마나 학생을 변화시켰는지를 요구해야 한다.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성적 우수한 학생 뽑았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학생들 뽑아서 역량을 개발하고 가능성을 발견해주고 누구나 가진 다중지능을 깨우쳐주는 것이 아닐까? 대학의 역량을 이미 길러진 우수 인재 유치성과로 판단하지 말고 보통의 인재를 얼마나 변화 시켰는지 판단해야 한다. 우리 청소년을 살리고 대학도 살리는 길이다.

대학들도 어려운 재정에 현실성 없는 전액장학금 조건 같은 것 내걸기 보다는 어떤 학생이라도 자기만의 프로그램으로 독창적이고 잠재력 있는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로 책임지고 육성하겠다고 나서보자. 소수의 갖춰진 인재 유치에 자원낭비하지 말고 버려진 인재 찾아 제대로 가르치는데 나서보자. 무엇보다 우리 학부모들이 변해야 한다. 자식세대는 지금까지와 같이 판검사나 의사, 공무원으로 취업해 남의 일하며 폼 잡고 사는 시대가 아니라 각자가 자신만의 특기와 업(業)으로 자기 일하며 작고 오붓하게, 자유롭게 사는 Me-Economy시대이다. 부모세대와 같이 대학이름으로 사는 시대가 아니라 실력과 특기, 남다름으로 사는 Me Inc.시대이다. 미래는 부모의 욕심대로 자식들이 절대 살아갈 수 없다. 자식들이 그들 인생을 찾도록 놔주자. 대학이 그들의 운명 아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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