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의지 반영 촉각, 교육부·대학 모두 평가 시점

감사 무풍지대로 여겨지던 대학가가 때 아닌 감사 열풍에 휩싸이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21일부터 덕성여대와 아주대 등 그간 교수 임용 문제로 논란을 빚어온 사학들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한데 이어, 22일에는 서울대, 충북대, 전남대 등 전국 40여개 국·공립대학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가 이어지면서 이번 감사의 내용과 성격을 놓고 갖가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감사가 주목되는 이유는 감사 대상만 하더라도 국내 4년제 대학의 4분의 1을 넘는 50여개 대학이 망라된데다 특정 제보나 이슈가 없는 5월에 전격, 시행된다는 점에서 교육부 내부에서조차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경험에 비춰 볼 때 대학에 대한 감사 활동은 입시부정이나 비리 의혹이 제기된 특별한 경우에 한해 검찰 조사나 교육부 감사가 이어졌지만 이번 사안은 교수 임용 문제에 국한한 교육부 감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감사원까지 동원돼 시행된다는 점에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사안에 촉각을 세우면서도 한편으론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공개 석상에서 천명한 대학 개혁과 연구 활성화 등의 발언과 관련, 이번 감사가 의례적 차원을 넘어 청와대 의지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 교육부 특감 : 교육부가 지난 21일부터 2주간의 일정으로 실시하고 있는 특별감사는 1개월 이상 장기간의 학내 분규를 겪고 있는 덕성여대, 아주대, 한세대 등 3개 대학을 비롯 최근 교수 채용 과정상 문제가 불거지거나 그간 감사를 한번도 받지 않았던 사학들 중 건국대, 건양대, 대불대, 동양대, 천안대 및 국립 부산대와 경상대 등 총 10개 대학.

교육부는 이번 감사에서 해당 대학별로 2∼3명의 전담반을 구성, △교수재임용 심사 절차의 적정성 △재임용탈락 판정기준의 타당성 여부 등 주로 교원 인사와 징계 문제를 점검하는 주제 중심의 감사 활동을 벌일 방침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번 감사에서 장기간의 분규를 겪고 있는 일부 대학의 경우 교원 문제에만 국한할 경우 내용 없는 감사가 될 수도 있다는 비판을 의식, 주어진 시간에 해결책을 찾아 필요한 경우 시정조처도 내리고 제도개선책도 함께 모색할 방침이다. 덕성여대의 경우 다른 대학보다 많은 6명의 인력을 투입, 감사 기간을 늘려가며 시행하는 것도 이같은 점이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 감사원 감사 : 감사원이 지난 22일부터 20일간의 일정으로 실시하고 있는 국 공립대학 감사는 교육부 감사와는 차원이 좀 다르다. 9개조에 걸쳐 5∼10명씩 총 60여명의 감사 인력이 투입되는 이번 감사에는 현장 실사를 벌이는 대학이 40여개, 서면 평가를 통한 감사 대학도 12개에 달해 사실상 국·공립대 전체가 망라된 상태.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조직과 재정 운용 등 교육분야 전반에 대한 감사 활동을 벌이기로 하고 1단계로 국 공립대학, 2단계로 교육부와 교육청 및 초·중등교로 확대해 교육재정의 투명성과 효율성, 교원의 근무여건 등을 중점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감사원은 특히 이번 감사를 통해 △각급 교육행정 및 교육기관의 조직·인력관리 실태 △국립대 기성회비와 중·고교 학교운영 지원비 집행 실태 △연구용역의 수주·관리 실태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논란이 일었던‘두뇌한국(BK)21’사업에 대한 예산 운용 상황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교육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7월까지 이어진다.

@ 교육부, 감사원 감사 의미와 전망

교육부가 10개 대학 범위에서 특정 주제 중심의 감사 활동을 벌이는 것은 15명 안팎의 한정된 감사 인력이 효율적으로 감사에 임하기 위해서는 특정 테마 중심의 감사가 적절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감사를 요구하는 대학 구성원들의 논란을 의식, 대학 안배도 이뤄져야 한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도 중요 이유(본지 4월 21일자 참조)

실제로 이번 감사에서 덕성여대와 아주대 등을 제외하면 대상 대학 대부분이 설립 이후 한번도 종합 감사를 받지 않은 대학이어서 안배 차원의 선정도 이루어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본지 확인 결과 당초 교육부 감사 대상 대학에는 인하대, 동국대, 계명대 등 교수 재임용과 학내 현안으로 민원을 제기한 일부 대학 및 설립 역사나 학생 수에 비례해 감사를 요청하는 해당 부서의 검토 의견도 있었으나 일부 사안의 경우 법원 또는 징계재심위에서 결론이 난 사항이거나 이미 감사를 실시한 대학들이라는 이유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만료 기간이 오는 6월 2일인 점에 비춰 교육부의 이번 감사 활동 결과를 섣부르게 재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장기간의 분규를 겪고 있는 대학들로서는 이번 감사가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를 바라는 분위기여서 교육부 감사에 비중을 두는 실정.

교육부 최수태 감사담당관이 "이번 감사는 주제 중심 감사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접근은 이뤄질 것"이라며 "진행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감사 기간을 늘려 종합 접근할 수도 있다"고 말한 대목은 이같은 시각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감사원 감사는 교육기관의 조직 운영 및 인력 관리, 연구 실태 등이 집중 점검 사항이다.

여기에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공교육 부실 요인 및 교육 시스템 미비에 따른 대학 경쟁력 약화 원인을 점검하겠다는 성격이 크지만, 감독기관인 교육부와 해당 기관별로 효율적인 인력관리와 지도 감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평가하겠다는 문제제기 시각도 강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번 감사원 감사는 대학 사회와 감독기관 모두에게 자극이 될 전망이다.

감사 활동을 놓고 현재 청와대나 감사원은 모두 일반 감사라는 성격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 공립대학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워낙 이례적인 일인데다 공직기강 확립과 사회 전반에 대한 사정 분위기, 대학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 천명이 나온 후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게를 더해주고 있는 실정.

대학 개혁을 통한 학문 발전과 선택과 집중에 따른 연구비 관리 등이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맞아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관건이라는 시각은 청와대나 교육부 모두 정부조직개편 당시부터 내세운 목표지만 그간 이렇다할 검증 작업은 미비했던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막대한 교육 예산이 국립대학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반영되고 관리돼 왔는지 이번 감사원 감사가 감독관청과 대학에게 내리는 판정 결과가 주목된다

leeih@unn.net <이일형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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