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학구조개혁정책 관련’ 토론회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2일 토론회를 개최해 대학 내 시간강사와 비정규직이 겪고 있는 문제를 진단했다.(사진=최상혁 기자)

[한국대학신문 최상혁 기자]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정책이 대학 교수와 시간강사의 삶과 학문에 미친 영향을 짚고 토론하는 자리가 열렸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22일 이 단체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대학 내 시간강사와 비정규직의 문제를 진단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해 박정원 상지대 교수, 오찬호  <진격의 대학교> 저자,  김민섭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저자 등이 참여해 대학 구조개혁정책이 미친 대학 내 시간강사를 포함한 비정규직의 현실에 대해 주제발제를 진행했다.

첫 발제를 맡은 박정원 상지대 교수는 먼저 비정규직 교수인 시간강사의 현황을 짚었다. 그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시간강사의 계약조건”이라며 “이들은 대부분 교수나 부교수보다는 조교수 직급으로 임용되고 급여 수준은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전임교원들과 비교했을 때 40~60% 수준의 터무니없는 급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구조조정이 시작된 이후에는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이 상승해 전임교원의 강의부담은 늘어나고 시간강사는 일자리가 줄어들어 이제는 급여문제를 뛰어넘어 실직을 걱정할 판이다”며 현 대학구조조정정책을 비판했다.

뒤이어 임순광 위원장은 ‘대학구조개혁법과 강사법, 그리고 비정규교수’를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임 위원장은 과거 시간강사와 관련된 국가 정책을 되짚으며 현 시간강사가 불공정한 처우를 받게 된 상황을 지적했다. 시간강사법의 시초인 1962년 ‘국립대시간강사료지급규정’을 시작으로 △1970년대 후반 ‘교수재임용심사’ △2001년 ‘비정년트랙교수제도 △2002년 교수계약제 등이 현 시간강사의 처우를 악화시켰으며 최근 추진 중인 대학구조개혁법이 이를 가중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세 번째 발제를 맡은 오찬호 씨는 교육부의 불필요한 잣대가 시간강사의 자율성을 억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0년 전에는 급여가 적어도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급여 문제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시간강사의 삶에 전혀 불만이 없었지만 지금은 교육부의 무분별한 간섭이 시간강사의 자율성을 억압하고 교육적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평가, 동일한 커리큘럼 편성 등을 교육부가 강요해 계약직인 시간강사는 재계약을 위해 따를 수밖에 없다”며 “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주면서 교육의 자율성마저 뺏어가니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간다”고  토로했다.

마지막 발제의 김민섭 씨는 과거 자신의 시간강사 경험을 바탕으로 현 대학가의 상황을 면밀하게 진단했다.

김민섭 씨는 “시간강사는 대학이 구축한 신자유주의의 생태계 안에서 가장 하부에 위치해 있다”며 “그들의 삶을 보면 상당히 뒤틀려 있고 고달픈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초단시간 근로자로 구분돼 주휴수당, 퇴직금, 산재보험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시간강사는 대부분 한 대학에서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기 어려워 이러한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심지어 어느 대학은 일부러 15시간 미만 근무를 계약 조건에 넣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강사들은 방학기간에는 실직자가 된다. 보통 회사에서 퇴직하거나 실직하게 되면 통보가 있지만 우리는 문자나 연락 등 어떠한 통보도 없다”며 “대학에서는 우리를 최소한의 노동자로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며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임순광 위원장은 현 상황 해결을 위해 △시간강사 대량해고 방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 폐지 △대학평가 내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 항목 제외 △겸·초빙 교수와 시간강사 통합 △책임시수 명문화 △시간강사의 임금인상 △시간강사법 재검토 등을 제시했다. 또 위 업무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기관 설립을 주장했다.

한편 사걱세는 지난달 11일 1차 토론회를 시작으로 ‘대학구조개혁 현황과 개선을 위한’ 5회 연속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 토론회는 이번 연속 토론회의 마지막 순서로 ‘대학구조개혁법 쟁점과 대안 모색’을 주제로 다음달 14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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