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참여 저조…전문대학 동원한 ‘전시행정’ 비판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를 알리겠다며 시작된 ‘NCS송 페스티벌’이 전문대학만의 잔치로 전락했다. 심지어 전문대학들마저 NCS송 페스티벌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모습이다.

NCS송 페스티벌은 한국산업인력공단 강원지사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NCS를 홍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기획해 개최한 행사다. 올해 2회째를 맞았다. 권역별로 개최 전문대학을 선정해 지역예선을 치른 뒤 상위 3개팀이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지역예선에는 공식적으로 일반인들의 참여를 열어놓고 있지만 참여도는 저조한 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전문대학에서조차 외면을 받았다.

실제로 참가팀 모집 자체에 난항을 겪은 지역이 많았다. 전북 지역 예선에는 개최 대학에서 나온 2개 팀을 포함해 총 4개 팀이 참여했다. 대전·충청 지역의 경우에는 참가신청을 한 팀이 1~2개에 그쳐 지난 14일로 예정됐던 대회 자체를 취소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행사를 개최한 전문대학들은 교내 구성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한 지역 대회에 참가한 한 학생은 “우리 대학에서 하는 것이다 보니 ‘나가야 한다’는 교수님들의 무언 압박이 있었다”면서 “학과, 동아리 등을 중심으로 참가한 팀이 많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대회가 이뤄진 경우에도 참가팀 대부분이 전문대학 학생과 교직원 위주로 채워져 전문대학만의 잔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28일 열린 강원 지역 예선에서는 17개 팀이 참가했지만 그 가운데 12개 팀이 전문대학 학생·교직원으로 구성됐다.

이렇게 참여가 저조한 데는 NCS송이라는 정해진 하나의 곡 안에서 춤, 연극, 합창 등 표현만 다르게 경연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도권 전문대학 A교수는 “애초에 NCS송 페스티벌 자체가 국민적으로 많은 참여를 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리 참가 대상을 일반 국민으로 열어놓더라도 NCS에 대해 잘 이해를 못하는 상태에서 일반 국민들의 단독 참여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면서 “NCS를 시행하고 있는 전문대학, 특성화고,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NCS송 페스티벌 예산도 논란거리다. 전문대학이 치르는 지역예선에는 약 400만원의 예산이 쓰인다. 이 비용은 모두 특성화 사업비나 교비에서 지출되고 있다. 국가정책을 홍보하는 데 학생 등록금이 쓰이는 셈이다.

호남권 전문대학 B교수는 “예선 상금 등 대회에 드는 비용은 행사를 개최한 전문대학에서 부담하는 걸로 돼 있다”면서 “특성화사업비 중에 NCS 홍보와 관련된 비용을 사용할 수 있게끔 해줬지만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제한이 있어 교비도 투입된다”고 밝혔다.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NCS송 페스티벌이 대표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지방 전문대학 C관계자는 “이미 전문대학의 경우는 지난 몇 년간 NCS기반 교육과정을 도입하면서 어느 정도 내부홍보가 된 상황이다. 이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외부홍보가 필요하다. 전문대학 관계자들도 잘 모르는 NCS송을, 그 개념조차 희미한 일반인들은 관심이나 있겠나”면서 “페스티벌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모여 무대에서 무언가를 하니까 ‘NCS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고 외부에 비춰진다. 이를 위해 전문대학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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