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들 대교협 하계총장세미나서 재정현안 문제점 짚고 대안 제시

▲ 제주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16하계 세미나가 열렸다. 허향진 대교협 회장(제주대 총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제주=한국대학신문 이연희·김소연 기자]박근혜정부는 2018년까지 고등교육재정 투자 비중을 OECD 평균에 준하는 GDP 1.0%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실제 대학에 돌아가는 재정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1년 이후 명목 투자비용과 GDP 대비 정부부담 비율이 점차 늘어나긴 했으나, 학생에게 직접 투자되는 국가장학금 3조6535억원을 제외하면 지난해 명목 고등교육 재정 비율은 0.7%, 실질 고등교육 재정은 0.47%에 그친다는 얘기다.

OECD 국가 평균 고등교육 재정투자 비용은 1.1%인 16조2000억원이다. 그러나 올해 고등교육 예산은 9조2000억원으로, OECD 평균에 비해서는 7조원이 부족하다. 국가장학금 예산까지 제외하면 실제로는 6조원만을 지원하는 셈이다. 국가장학금은 학생의 등록금 만큼 대체될 뿐 등록금 인상은 엄격하게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학 총장들은 국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대학재정지원이 실질적으로 늘어나야 하며, 지원방식 또한 현재 사업단 위주보다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직접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3일 제주 매종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6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대학총장세미나에서는 국립대와 사립대가 서로의 대학의 재정상황을 알 수 있도록 ‘대학 재정 현안 발표’ 자리를 마련했다.

국립대는 최일 목포대 총장과 반상진 전북대 교수가, 사립대는 김성익 삼육대 총장과 김병주 영남대 교수가 맡아 현 상황을 짚고, 재정문제를 중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대학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해내야 할 것인지 제안했다.

▲ 최일 목포대 총장이 2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16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서 '국립대 재정의 재어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국립대 “재정회계법 수정·보완 필요”=국·공립대를 대표로 발표에 나선 최일 목포대 총장은 현재 국·공립대 재정 현황, 재정적 어려움을 겪도록 한 원인이 무엇인지, 개선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3월 제정된 국립대학의 회계설치 및 재정운영에 관한 법(대학재정회계법)을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 총장은 “지난해 3월 대학재정회계법이 제정됐다. 국립대에 기성회비 징수의 적법성을 묻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충분한 준비와 검토 없이 해당 법안이 제정됐다”면서 “그런데 법 제정 이후 대법원 판결에서 국립대에서 기성회비 징수가 타당하다는 상반된 판결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대학재정회계법 제정의 필요성과 실효성 사이에서 간극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값등록금 논쟁에서 기성회비 징수의 적법성을 논하면서 교육부는 대학회계법을 제정해 기성회비를 없애고 수업료로 일원화했다. 그러나 그 이후 나온 대법원 판결 결과는 ‘국공립대 기성회비 징수는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옴으로써 해당 법을 제정할 필요성, 취지 등이 모호해진 상황이 돼버렸다.

최 총장은 “기성회비 불법성을 면하기 위해 제정된 대학재정회계법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일반회계와 기성회계로 이원화돼있던 국립대 회계는 '대학회계'로 통합됐으나 대학의 수입은 감소하고 지출은 증가하는 등 재정여건은 오히려 열악하고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립대 예산을 국제적 수준에서 비교할 때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65.6%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국은 34개국 중 23위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최 총장은 고등교육예산 규모는 명목상 증가하고 있으나 반값등록금 정책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을 OECD 평균인 1.1%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으나 국가장학금을 제외하면 0.47%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 총장은 “현재 대학을 운영하는 필수 경상경비인 강사료, 공공요금, 시설용역비 등이 전액 국고에서 지원돼야 하지만 대학회계에서 평균 40%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 수입에서 대학 운영의 필수 경상경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개선 방안으로 대학재정회계법 수정·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 총장은 “국립대의 회계구조를 개편하고 대학재정에 대한 공적재원 확대 및 안정화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국립대학 재정지원 확대를 위한 강제조항 명문화, 국립대학의 발전에 대한 총장의 의무 명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총장은 “대학재정에 대한 공적 재원 확대 및 재원 안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약 2조원에 해당하는 기성회비 재원의 일정부분을 5년 간 국고지원금에서 충당하고, 중장기적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국가의 국립대 재정지원의 필요성, 목적, 대상, 확보방법, 재원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립대학지원특별법을 제정해 국립학교 설치령에 근거한 대학 운영경비 지원이 아닌 실질적인 대학운영을 위한 필수 경상경비가 지원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성익 삼육대 총장이 2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16년 하계 대학초장세미나에서 '사립대의 재정상황 분석과 대안 모색'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사업단 위주 국고 지원 지양해야”=사립대의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이 최근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업단 방식이 아닌 대학에 경상비를 지원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터져나왔다.

김성익 삼육대 총장과 김병주 영남대 교수는 한 해 미국 주립대의 결산규모가 5조원, 하버드대나 스탠포드대 등 7조원까지 달한다는 점을 들어, 국내 대형대학의 예산은 20분의 1이라며 사립대에 대한 시선이 왜곡됐다고 꼬집었다.

김성익 총장은 “사립대학들을 모든 대학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지목해 몰아가고 있는데, 대학의 위기는 모든 문제들이 그랬듯 복합적”이라면서 “대학을 평가할 때는 국제적 수준에 비교하지만 정책기관에서는 고등교육기관을 그에 맞춰 육성 지원하지 않고 ‘대학이 향유하는 특권을 줄여야 한다’는 관점으로 바뀌고 있어, 고등교육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개선방안으로는 사립대학 재정 구조의 개선을 위해 정부의 고등교육투자를 OECD 평균 수준으로 확충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에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규정을 명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학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형평성에 입각한 재정지원과 대학의 특성화, 교육․연구의 질 개선을 위한 수월성 제고에 입각한 재정지원이 모두 고려돼야 하므로, 현재의 사업단 중심의 재정지원을 축소하고 포뮬러에 의한 대학 수준의 기관지원인 총괄지원(lump-sum) 방식을 확대해 이원적(two-track) 재정배분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실질적인 대학재정의 감소를 초래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꼽았다. 그러면서 등록금 인상을 막고 내부 장학금 확충을 요구하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대학들이 현재 입학자원인 학령인구가 감소되는 상황이 ‘불가항력 요인’인 만큼 현재 재정을 OECD 평균 GDP 1.1% 지원할 수 있도록 추진하되, 단기적으로 어렵다면 현재 지원 재정을 효율적으로 설계해 국가와 지방정부가 법령을 정비해 대학을 지원한다면 어려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스스로 사립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촉구했다. 김성익 총장은 “사립대가 사회적 인식과 대정부 관계에서 자신의 논리를 설득력 있게 전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소수 비리사학이 전체 사학 문제로 매도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왜 사립대가 필요한지 일관된 주장을 개진돼야 한다. 사립대가 국가와 사회에 무엇을 기여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설득력 있는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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