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적발 뒤 줄곧 서남대 의과대학 폐지 주장해온 교육부, 이번에도?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2012년 1000억원대 천문학적인 비리사건을 시작으로 대학구조개혁의 가파른 파고에 몸을 맡긴 서남대. 최근 교육부가 서남대 구재단의 의과대학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정상화 방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존폐의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전화위복일까. 언론의 관심이 교육부와 서남대 구재단의 ‘유착’으로 옮아가면서 예수병원 컨소시엄을 재정기여자로 선정하고 정상화 방안을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서남대의 이 같은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서남대의 ‘최후’는 예정돼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왜일까.

■ 서남대와 구재단 정상화 방안 차이는 '의대'= 서남대 이사회는 23일 예수병원 컨소시엄이 제출한 정상화 방안을 승인했다. 지난해 대학구조개혁 하위등급에 포함돼 맞춤형 컨설팅 대상대학으로 지정된 뒤 처음 맞이한 희소식이다. 예수병원 컨소시엄이 제출한 정상화 방안은 서남대 사태의 핵심에 놓인 의과대학을 존치시키고 설립자 이홍하 씨가 횡령한 330억원을 온전히 보존하는 방안에 중점을 뒀다. 예수병원 컨소시엄은 우선 200억원을 현금으로 마련하고, 22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담보로 향후 대학 정상화에 쓰기로 했다. 교육부가 그간 서남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횡령금 330억원의 보존과 직원임금 등을 순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는 구재단이 교육부에 제출한 정상화 방안과 정면으로 맞서는 내용이다. 7일 교육부가 구재단의 정상화 방안이라고 밝힌 내용에 따르면 구재단 측은 서남대 남원캠퍼스를 평생교육시설로 전환하고 아산캠퍼스를 육성하는 방안을 내놨다. 비리당사자인 이홍하 씨의 또 다른 소유대학인 한려대를 폐교시킨 뒤 한려대의 재원 330억원을 서남대에 투입해 횡령금을 해소하고 대학 정상화에 쓰겠다는 내용도 있다. 이밖에도 병원 등 재산을 매각해 매각대금을 서남대 정상화에 투입하겠다는 방안도 담겼다.

무엇보다 핵심은 의과대학 폐지다. 그간 서남대 정상화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의과대학을 자진폐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서남대 구성원들은 “서남대에 재정기여를 하겠다고 나선 곳들은 모두 의과대학을 가져가기 위해서 접근하는 것인데 그 의과대학을 폐지하겠다는 게 무슨 얼토당토 않는 소리냐”고 크게 반발했다.

서남대 구성원들의 반발처럼 실제로 서남대 재정기여자 공모에 응한 곳은 대부분 병원이다. 강원도에 위치한 관동의대에서 손을 뗀 명지의료재단이나 이번에 선정된 예수병원 컨소시엄 모두 서남대가 갖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48명에 군침을 흘렸다. 바꿔 말하면 의과대학이 없는 서남대는 아무런 매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여론은 서남대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읽힌다. 한 서남대 관계자는 “의과대학이 없는 서남대는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비리전력이나 교육여건 등에서 부실대학에 선정돼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의견은 서남대 구성원들을 측면지원하고 있는 국회에서도 나온다. 전북지역 한 의원실 관계자는 “서남대에서 의과대학을 빼면 남는 게 없다. 그러나 달리 이야기하면 의과대학이 있기 때문에 서남대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돌파구로 '통폐합' 꺼냈다= 주목할 점은 교육부의 행보다. 교육부는 2012년 서남대 설립자인 이홍하 씨가 1000억원대 교비를 소유대학 6곳에서 횡령한 사실을 적발한 뒤 가장 먼저 서남대 의과대학의 부실한 교육내용을 지적하고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등 강경한 정책을 폈다. 이후 2013년 5월에는 서남대에 대해 임원승인 취소와 함께 임시이사를 선임하고 의과대학 폐지를 공언했다.

서남대 한 보직교수는 “거의 매년 교육부는 서남대의 의과대학 폐지 가능성을 부각시키거나 의과대학을 폐지해야 한다는 제스처를 보내왔다. 교육부의 첫 번째 목표가 서남대 의과대학 폐지인지 서남대 정상화인지 혼돈스러울 정도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서남대 의과대학 폐지를 원한다는 정황은 이번에도 드러났다. 구재단이 일방적으로 제출한 정상화 방안에서 의과대학 폐지를 전면 수용한 지점이다. 사실 서남대는 설립자 비리가 적발된 뒤 교육부 임시이사들이 파견돼 대학을 관리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예수병원과 명지의료재단 등의 이해당사자들이 뒤섞여 있어 재정기여자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구재단이 임시이사들을 배제한 채 독자적으로 재정기여자를 공모한 바도 있다. 이번에 서남대 이사회가 재정기여자로 결정한 예수병원은 당시 서남대가 진행한 재정기여자 공모에서 명지의료재단에 밀려 탈락한 뒤 구재단 재정기여자 공모에도 참여한 전력이 있는 곳이다. 선정도 됐다. 그러나 명지의료재단이 제대로 된 정상화 방안을 수립하지 못해 재정기여자를 선정하는 작업 자체가 좌초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남대 구재단이 의과대학을 폐지하는 안을 꺼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돌연 교육부가 입장을 선회해 의과대학 폐지안을 들고 온 구재단의 정상화 방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선 것이다. 서남대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결국 의과대학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게 교육부의 완강한 생각인 셈이다. 서남대를 누가 운영하느냐보다 서남대에 의과대학을 존속시킬 수 없다는데 교육부 내부의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발 더 나아가보면, 서남대처럼 지속적으로 하위그룹에 속할 것이 유력한 대학들을 하루빨리 ‘정리’하는 게 최근 답답하게 꼬여있는 대학구조개혁 국면을 펴는 열쇠기도 했다. 실제로 이 때문인지 교육부는 서남대 구재단의 정상화 방안을 소개하는 보도자료 말미에 서남대 구재단의 정상화 방안이 “부실대학 폐교의 신호탄”이라며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하위등급 대학들에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또 “설립자가 여러 대학을 운영하는 경우 통·폐합 또는 자진폐교를 통해 발전가능성이 있는 대학에 집중 투자하거나 여건이 어려운 대학간 통·폐합이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의과대학을 폐지하고 서남대를 한려대와 통폐합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은 현재 대학구조개혁법 처리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구조개혁 방식이라는 복심을 털어놓은 셈이다.

이 때문에 서남대는 의과대학 존치노력과 각종 정상화 방안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운영하는 데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느낄 공산이 크다. 당장 2주기 대학평가가 앞당겨 실시된다면 지금 여건의 서남대는 또 다시 하위등급에 속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 의과대학만 하더라도 의과대학 평가인증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교육부가 서남대에 의과대학이 남아있는 것을 원치 않는 한은 그렇다.

교육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절차에 따라 컨설팅을 진행한 뒤 결정될 문제라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교육부는 또 관리감독에 소홀해 서남대 같은 비리사학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답했다.

이홍하 씨는…
최근 징역 9년과 벌금 90억원을 선고 받은 이씨는 부동산투기로 돈을 벌어 대학을 만든 사학재벌이다. 1979년 옥천여상을 개교한 뒤 3개의 고등학교를 더 세웠고, 서남대(1991)·광양보건대(1994)·한려대(1995)·광주예대(1997)·신경대(2000)·서울제일대학원대학교(2011년)를 세웠다.
우후죽순처럼 대학을 늘리는 동안 이씨는 먼저 설립한 학교 교비를 횡령해 다른 대학을 세우기도 했다. 한려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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