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한중대가 중국 광신과학교육그룹 무창이공학원이라는 중국교육자본에 인수되는 것이 결정됐다. 한중대가 안고 있던 400억원의 빚을 대신 갚는다는 조건이다. 아직 교육부 승인 등 넘어야할 과정들이 남았지만 당사자들끼리 지루하리만큼 이어지던 과정은 일단락됐으니 첫 고비는 넘긴 셈이다.

이번 인수가 교육부에서 최종적으로 승인되면 국내 대학이 해외자본에 인수되는 첫 사례가 된다. 특히 중국자본의 확장력을 생각하면 이 인수를 계기로 다른 국내 대학들에게도 손을 내밀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부동산, 유통 등 다른 분야에서 중국 자본의 영향력은 지대해지고 있다. 대학이라는 고등교육 분야도 그렇게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한중대의 중국자본 인수는 해외자본, 중국자본의 ‘침투’로 보아야 하는가. 일견 맞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한중대의 상황과 국내 대학들의 현실을 볼 필요가 있다.

불행하게도 한중대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실대학으로 인식됐다. 지난 2004년 설립자의 횡령 등으로 발생한 빚은 해를 거듭하면서 400억원이 되었다. 정상적인 학교 경영이 되지 못하면서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던 한중대는 지난해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도 최하위인 E등급을 받으며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했다. 국가장학금 제한 등 여러 행·재정적 제한을 받으면서 모집정원도 줄었고 한중대로 오고자 하는 학생들도 줄어들었다. 누구도 명쾌한 타개책을 내놓지 못하던,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어떻게든 회생할 방도를 찾던 한중대에게는 중국자본의 인수가 한 줄기 빛이었을 것이다. 빚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하더라도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작은 지역 대학의 생존 위기 속에서 그만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고 이번 인수 결정은 한중대로 하여금 다시 한 번 부활의 날갯짓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한중대는 이번 인수협약을 맺은 중국 광신과학교육그룹이 13개의 계열사를 거느렸으며 그룹 산하의 무창이공대학에는 1만 70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이라 소개하고 있다. 한중대 관계자들은 인수 후 무창이공대학과의 학생 교류나 광신과학교육그룹 내 계열사로의 학생 취업 등을 기대하고 있다. 400억원이라는 해결하지 못하던 빚도 해결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까지 제시하게 됐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한중대와 같은 작은 지방 대학을 지금 살릴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교육부라고 딱히 해결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구수 감소에 맞춰 대학들의 정원만 줄일 수 없으니 폐교 수순을 밟을 적당한 예로 생각했거나 평생교육기관으로의 전환 등을 고려했을 것이다. 단 하나 있던 지역대학이 사라질 때의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평생교육기관 전환도 한중대에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범위를 국내로 한정시킨 채 대학들이 살 길을 찾을 때,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던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한중대의 답안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생각의 틀을 깬 해답으로 남을 수 있다. 단, 아직 인수에 대한 온전한 내용이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는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중국자본의 영향력 때문에 국내 고등교육환경이나 교육의 정체성이 무너지지는 않을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에서는 이번 인수승인을 검토하면서 한중대 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들에게 제시하던 대학 생존에 대한 답안지에 하나의 보기를 더 추가시킬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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