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범지구적 중독의 문제와 대응
[기고] 범지구적 중독의 문제와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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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수 삼육대 보건관리학과 교수 / 건강과학사업(중독)사업단 단장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지속가능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는 향후 15년 동안 전 세계 시민과 국가가 함께 협력해 달성해야 할 글로벌 목표다. 이미 우리들이 경험했듯 지난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가 합의하고 함께 노력해온 밀레니엄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 MDGs)가 국제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잘 알고 있다. 유엔을 중심으로 23개의 국제기구와 전 세계 193개 회원국, 그리고 1000여 개가 넘는 민간단체들이 8가지의 목표와 21개의 타깃, 60개의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 15년 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 결과 한 가지 목표영역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목표영역에서 지표들이 무난히 달성됐거나 심지어 목표치 보다 초과 달성됐다.

달성되지 못한 하나의 영역이 지구상의 생명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보장'하는 영역이다. 이 영역에 속한 대부분의 지표들이 목표치 설정 당시보다 오히려 훨씬 더 낮아졌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다른 모든 목표들이 달성되더라도 이 영역을 지켜내지 못하면, 오늘날의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치명적인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영역이다.

그래서 SDGs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대목이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인 것이다. 선언문은 사람, 지구, 번영, 평화, 협력의 5가지 단락으로 구분돼 있다.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협력'이다. “글로벌 연대의 정신에 기초해 새롭게 강화된 범지구적 협력을 통해 모든 국가와 이해관계자,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SDGs는 17개의 목표와 169가지의 타깃이 있다. 그 중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가 책임을 지고 관리하는 목표가 하나이고 타깃이 13가지이다. 13가지 타깃 중 하나가 중독문제의 해결이다. '물질남용과 알코올사용의 예방과 치료의 강화'가 바로 그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도의 세계질병부담(global burden of disease, 15-49세) 제1위가 알코올 사용이며, 흡연이 4위, 약물사용이 7위에 랭크되어 있다. 세계 성인남성의 7.2%가 알코올사용장애자이며, 11억 명이 흡연을 하고, 약 2억5천만 명이 불법약물을 사용한다. 과연 WHO가 관리하는 13개의 지표 중 하나가 되기에 마땅한 규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600만 명 이상이 어떤 형태로던 중독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각하나 무관심하게 스쳐간 문제가 '중독'이었다. 누구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므로 중독의 문제를 개인성향 정도로 가볍게 간과해 왔다. 중독문제를 예방하고 상담하고, 치료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일에 소홀히 해온 것이 사실이다. WHO는 지난 5월에 열린 세계보건회의(World Health Assembly, WHA)에서 보건인력(Human Resource for Health)아젠더를 채택했다. 그 중 중독을 예방, 치료 재활시킬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제 중독의 문제는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으로 지역사회와 국가와 전 세계가 함께 풀어 가야할 과제가 됐다.

의료 인력이 중독의 문제를 모두 커버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약 577만 명의 도박중독자 중 한 해에 전문적 치료를 받는 사람은 1만여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중독자들은 그냥 방치돼 있다. 이것은 일례에 불과하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가 발벗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이유는 중독의 문제를 방치하게 됐을 때, 범지구적 부담이 지나치게 커져 지속가능한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독은 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빈곤과 학대, 폭력과 나태, 불평등과 저개발이 직결된 문제다. 이들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고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SDGs에서 강조했듯 '다층적 협력(multilateral partnership)'과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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